우리는 교육제도가 개혁되어야 한다는데는 거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
되어 있지만 그것이 언제 어떻게 어떤 내용으로 개혁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망도 내릴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

91년 모대학 무용과 교수의 입시부정사건,92년의 후기대학 시험지
유출로 인한 시험일자 연기,93년에 폭로된 수년에 걸친 대학 부정입학사건,
94년의 상문고 비리등 해마다 터지는 교육계 비리를 보며 국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지만 그래도 실망한 그곳으로 자녀를 내몰지 않으면 안되는
모순을 되씹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모아 교육개혁위원회(위원장 이석희)가 출범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대학입학시험제도에 기초해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에는 입학시험제도가 없음을
주목해야 한다.

극소수의 대학이 입학시험을 치르지만 그것도 극히 제한적인 과목에
한하며 또 참고자료로만 사용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는 일본도 우리보다는 훨씬 완화된 제도를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교육제도 개혁의 출발점은 입학시험제도 폐지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걸음 나아가 정부나 기업에서도 주관식 논문시험정도만 치르고 그것도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전형에 있어 면접이 당락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대학은 학문으로써 사회에 봉사해야지 신분의 표징으로 악용되어서는
안된다.

둘째,현실적으로 19~21세 적령기를 놓치면 대학입학이 쉽지않은 점을
지적할수 있다.

30~40대 중.장년에게도 대학문이 개방되어야 전 국민의 잠재력이 집결
될수 있다.

셋째,대학은 입학하기는 쉬워도 졸업하기는 어려워야 학문의 본질이
산다.

대학시절보다 고등학교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교육제도다.

이밖에도 여러 논거를 들수 있으나 이상의 몇가지만으로도
대학입학시험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 대안으로 대학문호 개방후 2학년 본과 진급정원제를 제창한다.

이 제안은 다음의 3개 기본정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즉 1980년7월30일 교육개혁조치의 핵심인 입학이 곧 졸업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과 89년도에 전국교원노동조합에서 제시한 것으로
초.중.고등학교가 대학의 방침이나 의지에 종속되어서는 안된다는
원칙,그리고 92년 대통령선거에서 모 후보가 제시한 전일제 수업과
모든 지원자수용을 기본바탕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대학입학시험제도폐지가 모든 문제를 일소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에 따른 문제들이 새삼 뒤따를 것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소위 명문대학으로만 몰리는 지원자 문제가 그 하나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도 대학이 사실상 서열화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입학의 어려움 때문에 전국적으로 분산되듯이 과도기만 거치면 2학년
진급정원제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

다만 이럴 경우 대학당국의 확연한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대학의 양식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다.

철저한 학력관리와 도도한 자율성이 보장되고 그야말로 대학이 대학
으로서 명실상부하게 우뚝 서야한다.

우리가 대학의 양식을 믿지 않는다면 또 대학의 양식을 전제로 하지
않는 어떠한 교육개혁도 그것은 모래위의 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학을 키우고,믿고 그 바탕위에서 교육을 생각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공훈 <경기도 광명시>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