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반도체부문의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해외기업 M&A(인수합병)
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91년9월 전관의 독일 TV브라운관업체 WF인수를 시작으로 20일 항공과
전자의 일본 유니온광학 인수까지 삼성의 해외기업인수는 모두 8건.

국내기업의 해외기업인수 사례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인수금액기준으로는 더욱 비중이 높아진다.

현대전자의 미AT&T-GIS사의 비메모리반도체부문 인수(3억달러)를 제외
하면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게다가 삼성은 곧 독일 3대 카메라메이커중 하나인 롤라이사와 스위스
시계업체인 피케레사도 인수할 계획이다.

다른 분야의 많은 "사냥감"도 선별작업중이다.

삼성이 이처럼 "해외기업 사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우선 자금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50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순이익을 1조원이나
남겼다.

대부분 반도체부문에서 난 이익이다.

이같은 여유가 해외기업의 인수로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국내기업의 인수도 감안했지만 아직 국내
에서는 M&A가 정서적으로 금기시돼 있다는 것도 해외로 발을 뻗는
이유이다.

"국제화 세계화의 급박한 경영환경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간을
사야한다"(이희준그룹비서실부사장) M&A의 가장 큰 이점은 새로운
사업을 손쉽게 얻을수 있다는 데 있다.

처음부터 자신의 노력으로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확대나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다른 회사를 몽땅 사들이는
이런 방법이 결코 무시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간을 사는 방법"의 최대 장점은 우선 기술력을 강화이다.

이번 유니온광학의 인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삼성전자가 세계최대의 메모리반도체업체라고는 하나 아직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제조장비에는 기술력이 뒤떨어진다.

삼성은 최근 사업구조개편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시계를 삼성정공으로
확대 개편,반도체장비 전문업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제조장비의 기술을 M&A로 해결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의 화합물반도체업체 HMS,일본 오디오업체
럭스만,미국 ATM교환기 핵심부품업체 IGT사등이 이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기술력과 함께 브랜드이미지를 높인다는 장점도 있다.

유니온광학은 일본에서도 이름있는 전문광학업체이다.

삼성항공이 세계 최초로 4배줌카메라를 개발,호평을 얻고는 있으나
짧은 역사탓에 아직 고급기종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유니온광학 인수와 내주 인수계약을 체결할 롤라이사를 바탕으로 카메라
를 비롯한 광학기기산업에서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명함을 내밀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삼성은 그동안 해당업종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월드 베스트 전략"을 펼쳐왔다.

자체개발이나 브랜드 이미지제고라는 방법과 함께 외부의 새로운 기술과
기존 유명브랜드를 삼성 것으로 만들어 보다 빠른 시간내에 세계 최고
상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은 그동안 전자분야에 집중됐던 해외기업인수를 광학 시계
등의 분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해외현지화에도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초 5개의 해외본사를 본격 가동한 삼성은 현지화를 통한 사업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관의 독일 TV브라운관업체 WF사인수,삼성코닝의 독일 유리벌브업체
FGT사인수등이 이같은 사례이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이같은 수준의 M&A를 넘겠다는 생각이다.

신규사업도 과감한 M&A를 통해 시작해보겠다는 것이다.

다른 업종을 인수하면서 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업종에 시너지효과를
내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백지에 그림을 그리기는 쉬워도 완성된 그림에 덧칠은 어려운
법이다.

삼성의 과감한 해외기업 M&A도 당초 생각대로 인수기업이 제대로
기능을 해낼지는 아직 의문이다.

일본 기업들도 해외 M&A에서 실패한 사례들이 종종 보고 되고 있다.

삼성은 이에 대해 국내에서의 그룹사업구조 조정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인수한 기업이라도 채산이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가겠다는
얘기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계속적인 변화를 추구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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