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로는 한 나라의 경제가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경제를 주도해 왔던 근로자, 정치가와 행정관료들이 뒷전으로
물러나는 반면 기업가와 함께 새로운 주체인 전문경영자와 기술자가 전면
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는 근로자에서 정부로, 정부에서 기업가로 주역이 바뀌는 가운데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중진국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력을 기계화하는데
투입되는 자본의 한계비용 수준까지 임금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며, 민주화
가 진전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거처럼 무리가 따르는 강력한 지원정책을
시행할 수 없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기업가가 과다한 위험부담을 무릅쓴 무분별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도 아니니 이제는 정부가 곤경에 처한 기업을 무조건
도와줄 수 없을 뿐더러 또 그래서도 안된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향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관리
능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적 경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전문경영자와 기술자가 경제발전의 주도세력으로 등장하는 질적인 구조변화
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경영자와 기술자에게 모든 일을 맡겨 놓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러한 질적인 구조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는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생산성 향상에 힘써 전문경영자가 효율적
으로 기업을 경영하는데 초석이 되어야 하고, 정부는 전문경영자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안정시켜 주어야 한다.

전문경영자와 기술자가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창조적인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은 물론 기업내 조직을 개혁하고 새로운 관리방식과 전략 등을 발전/
정착시키게 되었을때 한국경제는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종합해 보면 경쟁력강화를 위한 여러가지 문제를 들 수 있으나
결국 우리나라는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잠재력과 제품의 시장경쟁력을 결정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술경쟁력에 있어서 전반적인 부진상태를 보이고
있으므로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고 2000년대
선진국권에 진입하려면 획기적인 과학기술개발정책이 수립/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우선 당면과제로서 ''기술혁신을 통한 제조업경쟁력 향상''이 가장
시급하다 하겠다.

즉 우리의 제조업경쟁력 향상 방책은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의 향상,
제품의 고급화, 신제품의 개발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와같은 ''기술혁신''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부단한 연구개발활동이 전제된
것이다.

이렇게 볼때 활발한 과학기술의 창조활동은 ''기술혁신''을 유도하며 ''기술
혁신''은 국제경쟁력을 부양시켜 주고, 또 수출을 신장시켜 줌으로써 경제
성장을 지속시키는 관건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혁신이 활발히 일어나게 하기 위하여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에 관하여
상당히 많은 의견들이 있다.

우선 첫째로 생각해야 할 기술혁신의 조건은 지금 우리가 매년 도입하고
있는 양보다 몇십배 더 많은 기술을 도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모방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 모방을 학습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더구나 모방을 통한
능력의 배양은 시간과 노력과 자본의 절약을 의미하며 세계무역시장에서
즉각적인 경쟁력을 가져다 준다고 할수 있다.

일본은 1950년부터 1971년까지 약 1만5천건의 기술을 도입했으며, 1963년
이후에는 매년 1천건 이상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의 기술도입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명치유신이후 거의
1백년의 모방을 거쳤고, 또 2차대전시 상당한 자체능력이 축적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후에 무서운 속도로 계속 기술을 도입하였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1962년부터 1979년말까지 기술도입의 누계는 1천5백건을
넘지 못하고 있음을 볼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창조하기 위한 모방''이란 일견 역설적인 것 같지만 모방이 학습과정
이라는 것을 인정할때, 또 이것의 실증을 일본의 전자제품 카메라 자동차
에서 볼때, 이 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둘째로 생각할 수 있는 ''기술혁신''의 조건은 우수한 두뇌인력의 확보라고
하겠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도입된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두뇌인력이란 단순히 학사 석사 박사를 지칭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조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의 두뇌인력 공급방안으로서는 재외 한국과학기술자의 유치와 국내
대학및 대학원에서의 자체양성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유치계획에
의하여 역유입되고 있는 해외과학자의 유입과 자체양성의 속도가 한국의
경제성장속도에 맞게 추진되고 있는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새삼 강조해야 할 것은 두뇌인력의 개발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점이다.

그러기에 고급인력 양성은 어디까지나 소수정예의 원칙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셋째로 생각할 수 있는 ''기술혁신''의 조건으로서는 우선 ''기술혁신''이
일어날수 있는 주변여건 내지 조직형태와 행태(Organizational structure
and behavior)등을 들수 있다.

현대는 옛날과는 달리 어느 한 개인의 반짝이는 생각으로 ''기술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개의 아이디어가 연구실에서 개발되고 그것이 최고경영층에 전달되어
상업화가 결정되고 생산공정이 개발되는 것과 아울러 마케팅의 전략이
짜여지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협동이 이루어질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우선 창의적인 아이디어
자체에 달린 것이라고 볼수 있겠지만 결국은 조직관리와 경영형태가 그러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유통(free flow of information)을 조장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이룩되기 위해서는 그 조직의 최고경영진의 영도력
(leadership)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선진국에서 조직과 ''기술혁신''의 관계를 크게 연구하고 있는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가지 조건들의 중추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산업기술
의 자주개발능력의 배양과 확보,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지식의 추구와
축적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기초와 응용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이제는 기술(Technology), 생산조업(Operation)및 경영관리(Management)의
세가지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고도화되고
속도가 빠른 기술변화에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그것은 기술적인 요소와 인간적인 요소의 차이점이다.

최악의 경우 기술은 돈으로 살수 있지만 작업윤리는 자체에서 마련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한나라의 경쟁력의 원천을 구성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핵심은 역시 사회윤리의 확립과 자주기술개발력이라 하겠다.

자주기술개발력 배양에는 고급두뇌의 양성과 미래지향적인 연구개발활동이
그 주축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