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디딤돌로 삼아 세계반도체시장을 정복하라-.

삼성전자는 올해 초 일본 도시바사와 주목할 만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와 도시바사의 비메모리반도체 제조기술을 상호
교환키로 한 것.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 제휴를 통해 "제 2의도약"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으로 보고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가 "D"램일변도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비메모리반도체분야에
본격 진출할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

"적"의 힘을 빌려 "나"를 지키고 발전 시키는 전략적제휴(김광호
삼성전자부회장의 전략적 제휴론)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도시바사는 사업구조상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다.

두 회사 모두 가전 중전기 반도체 정보통신을 주요 사업부문으로
갖고 있다.

노리고 있는 시장이 첨단 산업의 메카인 미국이라는 것도 같다.

하지만 두 회사가 손을 잡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첨단산업시장을 정복하고 미래시장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과제 때문이다.

도시바사는 날로 수요가 늘어가는 메모리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꼭 필요한 실정.

삼성전자는 비메모리반도체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경쟁력 있는 기술이
확보가 최대 숙제다.

특히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으로서 날로 산업이 고도화되는 미국에
하루 빨리 뿌리를 내리는 것이 첨단종합전자업체로서 두회사가 안고
있는 공통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따라 두회사는 각자의 장점을 서로에게 제공하며 상호 보완하는
체제를 구축하게 된것이다.

미국 점령을 위한 "삼성-도시바 동맹"이라고 할만하다.

전략적 제휴의 목적은 이와 같은 공존공생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지향점은 발전이다.

적을 방패삼아 앞으로 전진한다는 뜻이다.

LG전자(금성사)가 네덜란드 필립스사와 CD-I(대화형 컴팩트디스크)분야
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고종합멀티미디어업체로 변신을 시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전자업체중 CD-I를 상품화 한 기업은 LG전자와 필립스사 뿐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CD-I를 같은 시기에 양산하기
시작했다.

판매분야에서도 경쟁관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관계를 갖게 된 것은 작년 7월 두회사가 맺은
협약 때문.

두 회사는 CD-I를 공동생산하고 제품은 각자 자체 브랜드로 판매키로
합의했다.

아직 시장상황이 불투명한 CD-I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다는
필립스사의 입장과 멀티미디어분야 기술을 확보하고 멀티미디어적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해야 하는 LG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미국시장에 CD-I 5백대를 "Gold
Star" 브랜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해외 시장에 고도 기술을 가진 첨단산업업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얻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이 배경에는 CD-I 시장이 활성화 될 경우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
분명한 필립스사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험분산 차원에서 경쟁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 사례도 많다.

기아자동차와일본 마쓰다사가 지난해 차세대 대형 승용차를 공동개발
하기로 한 것도 이 범주에 속한다.

제휴의 목적은 간단하다.

개발부담을 줄이자는 것이다.

대형 승용차의 경우 판매대수가 소형승용차에 비해 대단히 적다.

반면 개발비용은 훨씬 많이 든다.

두 회사의 제휴는 시장 독점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포기하는 대신 모든
위험을 혼자 무릅쓸 수는 없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멸망보다는 적과의 공존이 낫다는 뜻이다.

기술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기업이 최근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제휴는 역할 분담형 공동연구개발.

서로 역할을 나눠 개발기간을 단축시키고 보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LG전자가 지난해말 일본 알프스전기와 공동연구법인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회사는 반도체에 이어 "제 2의 산업의 쌀"로 불리는 TFT-LCD(초박막
액정표시장치)분야의 제조공정기술을 공동개발키로 하고 연구법인을
공동 설립했다.

양사는 제조공정은 같이 연구하되 그 결과를 실제 생산에 접목하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경쟁을 할 때는 하더라도 우선 힘을 합쳐 기술을 개발하자는 뜻이다.

전략적 제휴는 선진국 기업간에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업종불문" "국적불문"의 제휴가 날마다 맺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첨단산업 일수록 빈도가잦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술백가쟁명시대"에 독불장군으로 남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기업들이 첨단기술분야에서 힘을 합해 세계기술을 표준화시키려는
것도 기술의 주류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박종섭 현대전자 부사장의 전략적 제휴에 대한
"사다리론"은 매우 시사적이다.

박부사장은 "전략적 제휴는 높이 매달려 있는 과일을따기 위해 경쟁자와
힘을 합쳐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안정된 사다리를 구성하려면 서로의 크기가 맞아야 한다.

선진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전략적 제휴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지만 기술이 없는 기업들을
주변인으로 남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전략적 제휴가 기술의"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전략적 제휴라는 기업발전의 중요한 수단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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