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해년 새해가 시작된지도 벌써 20여일가까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문민정부가 출범하던 92년 우리경제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었으며 정책당국자들과 국민들간에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서면서 한국경제는 그러한 정체의 늪에서 탈피하여
다시 고속성장의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였다.

대외수지의 적자폭이 예상보다 커지기는 하였으나 물동량의 팽창이
금융실명제 실시,정경유착의 차단및 규제완화와 같은 제도개혁을
동반하면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수 없다.

이제 1995년을 한달가까이 보내면서 경제운용의 몇가지 정책기조를
요약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7%가량으로 약간 하향조정
하는 한편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격안정에 두어 물가상승률을 5%미만으로
억제하겠다는 정책의지를 천명하였다.

민간부문의 강한 투자마인드와 선진국경제의 전반적 경기상승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토대로 할때 정부가 설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의 경제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양극화현상을 동반함
으로써 한국경제의 고질병으로 간주되어온 불균형구조를 노정시켰다는
점을 간과할수 없다.

WTO출범에 따른 구조조정의 압력속에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배양해야
할 과제는 이제 더이상 지연될수 없는 긴박성으로 부각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는 일단 정부의 안정화 의지가 분명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데다 WTO에 따른 시장개방의 확대및 원화절상에 따라 그 목표치의
달성이 크게 어려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유통부문의 본격 개방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가격파괴"현상이 확대될 정망이며 유통부문의
경영합리화 노력 역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서비스부문을 비롯한 제품의 가격자율화,
경기상승에 편승한 소비풍조의 확산및 지자제실시에 따른 통화증발요인
등이 물가불안을 초래할 위험을 안고있다.

둘째 정부는 지난해 그동안 북핵문제로 유보되어 왔던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허용하는 전향적 조치를 단행하였다.

그후 북한측이 보여온 개방의사와 일련의 비공식 의사표명에 비추어볼때
금년 중에는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국내기업의 대북진출이 가시화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차원에서는 민간부문의 교역,임가공및 직접투자를 활성화시킬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해 주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남북한간 경제교류는 북한사회의 개방을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담당할 것이며,거대한 순발력으로 부상하는 중화경제권의
도전에 대한 응전의 전략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그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남북한 관계는 여러가지의 불확실성에 의하여 조건지어질
것이다.

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화확.생물학 무기는
미결로 유보된 상태이며,북한의 김정일체제 역시 국내에서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큰 불안정 요인을 안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팎의 상황이 어떻든 특히 대북경제관계에 있어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남북한 관계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며 한반도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냉전적 소모전을 반복할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
이다.

셋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금년에 출범하는 WTO체제및 96년으로
예정된 OECD가입은 우리에게 국경의 차원을 초월하는 "정책의 통합"을
강요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이제 단순한 시장개방 뿐만 아니라 환경 노동
기술등 여러분야에 걸친 정책을 마련하는데 있어 국제적 규범을 반영
하지 않을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대통령이 표명한 "세계화"역시 그 주요 구성요인중 하나인
선진세계의 규범을 우리의 법과 제도에 체화시키는 작업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와함께 국제화에 대비한 전문인력의 양성및 적절한 조직개편 역시
시급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외무부의 통상협상 국제협력 기능과 안기부의 민간기업에 대한
산업정보의 공급기능이 대폭 강화되어야 하며,이를 위한 조직.인사
개편이 단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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