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세라믹을 선점하라"

미국 일본등 주요선진국이 미래의 핵심 신소재로 꼽히는 파인세라믹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숨가쁜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의 우세.세계 파인세라믹 시장(90년기준)은 크게
전자세라믹 84%,기계용의 구조세라믹 16%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전자세라믹에 강한 일본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제일 높다.

세계적으로 파인세라믹 시장규모가 1백50억달러에 달했던 90년의 경우
일본이 5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27%)이 그뒤를 잇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등이 부문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세라믹 가운데 단일품목으로는 시장규모가 가장 큰 IC(집적회로)
패키지의 경우 한때는 3M등 미국의 기업이 최고경쟁력을 보유했으나
지금은 일본기업에 자리를 넘겨줬다.

세계에서 수요되는 IC패키지의 80~90%는 일본기업에서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이다.

전자세라믹의 경우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 순으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고 구조세라믹은 미국이 제일 강하며 독일 일본 영국순으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본이 전자세라믹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것은 무라타사가 적층콘덴서의
특허보유회사인 미국의 엘리사를 인수하는등 전자세라믹의 원조인 미국의
유수기업들을 지난 70년대 일본기업들이 잇달아 인수 합병하면서 쌓은
경쟁력 때문이다.

일본은 전자세라믹의 경우 대학과 연구소를 통해 선진연구를 수행하지만
민간중심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에 의존하던 기초연구및 시험평가기술은 외국과의 협력을 통해
확보해 나가는 한편 산.학.연관의 협력체제가 정착돼 있고 수요기업과
공급업체를 연계하는 안정적인 기술개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문라이트프로젝트및 차세대 산업기반기술 연구개발등 정부 지원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세라믹 가스터빈,초전도체 소재및 응용기술,고온구조재료,
가스터빈,극한환경 저항소재,연료전지등 파인세라믹 관련 소재및 시스템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활발한 신기술 개발노력에다 생산기술과 관리기법의
우월성을 이용해 품질및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파인세라믹의
강국으로 부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또 전략적 제휴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니산과 히타치가 파인세라믹을 자동차부품에 적용하는 사업에,니폰코간사
와 유니온사가 전자세라믹분야에,아사이글라스사와 오노다시멘트사가
알루미나제품,도시바세라믹과 가스쿠라산업이 세라믹 반도체분야에서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는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략적 제휴는 원료공급자및 생산자와 장비제조자간에 긴밀한 협력이
요청되는 파인세라믹 산업의 특성상 타산업에 비해 경쟁력 제고에의
기여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과거 국방과 핵용융을 위한 소재개발에 파인세라믹의 연구력을
모았으나 최근에는 점차 환경및 에너지와 관련된 소재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상무성이 분석한 89년도 첨단기술의 대일본및 대유럽 평가 자료에
따르면 첨단소재의 기술력에 있어 80년대초에는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보다
앞서 있었으나 80년대 중반이후 일본에 크게 뒤지고 있으며 앞으로 그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이같은 위기감 속에서 신소재가 국방및 우주항공은 물론 미래
첨단산업의 기술개발에서 핵심기술임을 인식,국가차원의 연구과제 지원과
이미 개발된 신소재 기술의 실용화및 민군 겸용 소재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AMPP(신소재및 공정개발프로그램)은 미국의 10개
정부투자기관이 17억4천만달러의 연구자금을 공동투자,업체및 연구소를
통해 신소재의 합성 공정 이론 모델링등의 고급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무성이 주관하는 ATP(선진기술프로그램)을 통해서도 60개 신소재기술
개발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에너지성의 MSP(소재과학프로그램),국방성의 MSTP(소재과학및
기술프로그램)등의 대형프로젝트를 통해 고온구조형 세라믹복합재료등의
연구과제가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수행되고있다.

93년 기준으로 이같은 신소재개발에 투입된 미정부지원자금은 36억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3백여개 파인세라믹 업체는 이같은 정부의 신소재개발 전략에
맞춰 신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등 일본기업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일본과 미국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파인세라믹기술 수준을 끌어
올리기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경쟁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4억4천만달러가 투입되고있는 신소재및 공정개발프로그램을 비롯 유럽의
대표적인 공동 기술개발 프로젝트인 유레카(민간전략기술개발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파인세라믹의 기술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유럽의 각국가는 이와함께 자체적으로도 파인세라믹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 파인세라믹 연구가 가장 활발한 국가로 알려진 독일은
연구기술성을 통해 세라믹가스터빈개발에 나서고 있다.

파인세라믹 가운데 세계적인 절삭공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은
국방성지원으로 기업과 연구소 공동으로 세라믹터빈엔진 개발에 힘쓰고
있다.

프랑스는 불화물에 관한 연구에 강한데 가스터빈및 디젤엔진에
파인세라믹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파인세라믹시장에서 광세라믹과 바이오세라믹의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전자세라믹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져
오는 2005년 1천4백80억달러에 달할 세계 파인세라믹 시장에서 일본이
90년보다 8%포인트 떨어진 4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국은 90년보다 6%포인트 상승한 33%의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일본의 독주가 주춤거리긴 하겠지만 큰 이변이 없는한 21세기에도
일본이 여전히 파인세라믹의 강자로 군림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