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근로자들의 명동성당 농성을 계기로 기협중앙회가 "외국인
연수제도 종합개선책"을 내놓았다.

송출기관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불법체류자 고용업체 단속강화,상해보험
보상 범위 확대등 몇가지 부수적인 대책이 있긴 하지만 개선책의 핵심은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즉 기본급을 현재의 월200~260달러에서 330달러 수준으로 올리고
국별 임금차별을 철폐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 개선책이 한국인 업주에 대한 국내외 비난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국내 영세기업의 실정을 너무 소홀히 다룬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외국인 고용업체들은 주로 3D 영세 사업장들로서
최근 사상 최고의 중소기업 부도율이 말해주듯 한계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의 어려운 처지를 감안할때 지난 90년대초 외국인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이 300달러선이었음을 생각하면 요즘 600달러 이상의 임금이
결코 적은 것만은 아니다.

정부당국은 연수생들의 사업장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불법 체류자와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연수생 임금인상은
결국 불법체류자의 임금도 올려놓는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다음 불법취업자와 산업기술 연수생의 법적지위를 명확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에서는 그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 고용되어 있는 외국인력은 합법과 불법을 통틀어 8만5,000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법무부는 이중 합법적으로 취업비자를 받아 체류중인 외국인 5,255명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불법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산업기술 연수생(94년11월현재 2만8,226명)도
취업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정부는 3D업종의 인력난해소를 위해 외국인의 불법취업을
묵인하는 "겉다르고 속다른"정책을 펴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연수생의 취업이 지금처럼 계속 불법으로 분류될 경우 인권시비는
그치지 않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시비를 다루는 정부와 국민들에게
균형감각의 회복을 주문하고 싶다.

"외국인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돈은 떼먹는다"는 불평만 두고도 그렇다.

영세할수록 부도를 내기 쉽고 부도가 나면 체불임금을 거의 못받는
것이 우리의 기업 풍토이다.

그러나 그런 현상은 한국인 근로자들도 똑같이 당하는 우리노동계의
고질적인 문제일 뿐이다.

외국인 근로자문제는 그 성격상 어느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될수
없다.

이번 기협중앙회의 개선책을 토대로 범정부적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찾아지길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