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 고려종합경제연구소 사장 >

세계화의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국정운영방향에 대한 큰 골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일 대통령 연두기자회견을 비롯하여 경제부처으 업무보고 내용이
시사하는 올해의 경제운용 기본방향은 경제안정이라고 여겨진다.

경제부문에 있어 성장보다도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방침은 지난해의 높은 성장과 앞으로 예상되는 물가상승요인등에
비추어 볼때 매우 시의적절한 판단이라 볼수있다.

다만 안정을 위한 정책시행의 수단과 과정에 있어서는 다소 우려되는
점도 없지않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통화긴축을 추진하고
있는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작년 상반기의 고성장이 알려지고 자금이 많이 풀린 작견 추석이후부터
통화긴축 방침은 예고되었다.

특히 작년 연말경부터 통화긴축의지가 여러차례 정부당국자에 의해
천명되고 연초에 들어와서는 당국의 의지가 가시화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통화긴축은 연초에 증시하락을 초래한 한 원인으로도 작용하였다.

우리경제가 올해에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있는 것은 사실
이다.

그러나 정책의 시행수단이나 그 수행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과제
또한 중요하다.

긴축정책은 주지하다시피 금리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을수 있으며 이는
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의 회사채 수익률을 보면 15개월만의 최고수준인 14%를 웃돌만큼
높다.

어음부도율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중소기업의 도산도 심각한 수준에
있다.

차제에 기업의 자금사정압박과 금리상승이 가속화된다면 모처럼
살아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수
있는 것이다.

연초 증시의 위축현상에서 보듯 지나친 긴축발언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쳐 과도한 주가하락을 유발할 수도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고 내년부터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실시될 예정으로 있어 올해에는 가뜩이나 시중부동자금이
늘어날 소지가 큰 마당에 증시위축으로 직접금융에서의 자금조달창구가
막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세계화의 원년을 맞아 개방화의 속도가 가속화될 예정으로 있어
해외로의 자금유출이 크게 늘어난다면 국가의 경제적인 부가 감소하게
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더욱이 올해는 주식시장에서의 공급물양이 작년의 5조8,000억원에서
약 10조원으로 크게 늘어나게 되고 공기업의 민영화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예정으로 있어 주식시장의 위축을 심화시킬 염려도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서 몇가지 정책적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우선 통화관리측면에서의 운용이 보다 계획적이고 장기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월중 2회의 지준마감을 통한 통화관리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반기별
통화관리 또는 연간베이스의 통화정책을 통해서 자금수요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자금가수요현상을 없애야 할 것이다.

또한 비용인상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환율절상문제,생필품의 수입규모
조절등의 방법도 함께 고려하는등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자본.외환시장등
다각적인 차원에서의 종합정책 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국공채시장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기업민영화로 주식부문의 공급량만 늘려 직접금융시장을 위축시킬
것이 아니라 일반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장기국공채 발행을 통해
발행시장에 몰리는 일반적인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수
있다.

올해 8조5천억규모를 발행할 예정인 국공채시장을 늘림으로써 중앙은행의
3대 통화관리정책중 하나인 공개시장 조작정책의 비중을 늘릴수 있고 상대
적으로 기업 자금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 있는 기관투자가에 대한
통화채 강제배정등으로 인한 자금경색도 완화시킬수 있을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되고 내년부터는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시중자금의 부동화가 심화될 여건에 있는 만큼 장기투자
대상을 새로이 제공한다는 의미도 갖게 된다.

간과할수 없는 과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이다.

지난해에 도산한 중소기업은 1만건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공업 사업체만 해도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 해에 폐업한 회사수가
5천4백개에 달하며 이는 신규 창업한 회사수보다 1천5백여개나 많다고
한다.

폐업의 가장 큰 요인은 자금난 때문이라는 것도 이 조사결과에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2중구조가 심화되면 위화감과 취업기회 박탈이라는
사회적 문제도 있거니와 대기업의 협력업체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임을 감안
할때 중소기업없이는 대기업도 존재할수 없다.

중소 도산업체의 증가가 구조조정의 한 과정이라는 단순논로로 대응하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제에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수반할 것이다.

정부의 경제운용정책은 하나의 종합예술이다.

물가안정을 기하기 위한 방책도 종합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통화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총통화증가목표
하향조정과 같은 선택적인 통제를 할수도 있다.

다만 정책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거나 관리수단의 일부분이 너무
강해서 금융부문에서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직접금융시장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을 가져옴으로써 경제전반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게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대외적으로는 세계화,대내적으로는 지방화시대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정부나 중앙은행이 항상 유의해야 할 과제요 책임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