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 <기아경제연 소장>

97년으로 예상되는 자동차보유 1,000만대 시대를 앞두고 한국 자동차산업은
새해에도 작년과 비슷한 고속성장의 발걸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90년대에 접어들어 자동차업계는 자동차 총판매대수를 해마다 20만~30만대
씩 늘려왔고 94년에 이어 95년에도 이같은 추세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94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한자리수로 내려앉은 내수신장의 감속을
두자리수의 수출증가세로 보충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내수와 수출양쪽에서 각각 두자리수의 성장률을 구가하던 시절이
93년으로 마감되었음을 의미한다.

양적인 성장에 곁들여 질적인 충실화의 측면에서도 95년은 큰 수확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나온 신차들과 함께 새해에 쏟아진 새모델들은 그 숫자에
있어서나 기술의 독자성에 있어서 한국자동차산업의 독자기술기반이
한차원 높아졌다는 증거로 삼기에 충분하다.

현대(엑센트 마르샤 J2카),기아(G카 세피아해치백 NB9),대우(씨에로해치백)
, 쌍용(코란도후속모델)등의 신모델 대량출현은 독자모델과 도입모델이
엇비슷하게 섞여 있었던 한국자동차의 모델구성을 독자모델 절대우세로
확정짓는 계기가 될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선진메이커들과 우리업계 사이에 가로놓인 꽤 넓은 기술의
간격이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95년은 자동차생산이 200만대에서 300만대로 확장되어가는 중간지점에
해당된다.

작년에 약 230만대의 생산으로 세계 제5위인 캐나다의 생산규모에 바싹
접근한데이어 95년에는 이보다 11.6% 늘어난 256만대의 생산으로 캐나다를
추월하게 된다.

94년이후부터 최소한 3~4년간 자동차생산은 매년 20만~25만대씩 늘어나
오는 97년에는 생산 300만대,내수판매 200만대,수출 100만대의 달성이
가능하게 될것이다.

금년도 내수시장 전체의 신장률은 10%정도로 예상된다.

추세적으로 한자리성장시대에 접어든 내수시장으로서는 이례적인 호황
이라 할수 있다.

경제전반의 활황세를 배경으로 신모델의 대량출시와 각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판촉활동이 승용차판매 신장세를 94년과 비슷한 10%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며 트럭은 건설부문의 활기에 힘입어 이보다 높은 12%대의
판매신장이 기대된다.

91년이후 해마다 트럭판매는 전체내수시장의 신장세를 밑도는 상태에
있었고 특히 93년에는 제자리 걸음의 부진상을 보였던 만큼 트럭메이커
들로서는 금년에 본격화될 트럭경기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94년에 우리가 목격한 승용차시장구조변화의 으뜸가는 특징은 중형차
비중의 현저한 증가였다.

승용차의 전체모델을 통틀어 1,500CC초과~2,000CC이하의 중형 판매비중은
지난 80년대 후반에 가파르게 치솟다가 90년을 정점(34%)으로 다시 급강하
추세를 보여 92년에는 25%로 내려 앉았다.

93년에 제자리에 머물렀던 이 비중은 작년에 큰 폭으로 뛰어 올랐고 이
상승추세는 금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중형비중의 연도별 변화는 해마다 새로 나오는 중형급 모델의 인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중형비중 증가의 장기추세는 자동차 대중보급 과정에 수반되는
대체수요비율의 증가와 깊은 상관관계를 지닌다.

일본의 경우 72년부터 78년까지 승용차수요의 대체수요비중은 71%에서
79%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렸으며 이 기간에 중형차 판매비중은 42%에서
59%로 높아졌다.

어림잡아 대체수요의 3분의 2가량이 중형차로 메워진 셈이다.

한국시장의 경우에는 93년부터 97년까지 대체수요의 비중은 43%에서
64%까지,중형 판매비중은 25%에서 3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체수요의 절반정도가 중형으로 채워지는 꼴이다.

94년의 자동차수출은 40%의 급증세를 기록했던 93년의 이상과속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15%대의 빠른 확장세를 나타냈고 금년에도 비슷한
속도의 수출신장세가 예상된다.

90년대에 접어들어 자동차수출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변화는 상용차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 90년에 1만대에 못미쳤던 상용차수출이 작년에 8만9,000대로
늘어났고 금년에는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의 자동차수출동향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시장구성의 변화다.

한국자동차의 수출이 주로 아시아 중동 중남미등 이른바 변두리 시장에
크게 의존했던 93년에 많은 사람들은 한국자동차가 세계시장의 중심부로
부터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 현상이 경쟁력상실의
불가피한 결과인양 예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세계시장의 핵심부인 미국시장에서 한국차판매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섰고 새해에는 그동안의 신모델투입,현지생산추진,그리고
판매망 확대노력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서유럽지역에
대한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90년대의 자동차수출패턴은 80년대후반과는 퍽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80년대후반의 수출이 급증과 급감을 거듭하면서 극히 불안정한 움직임을
나타낸데 비해 90년대의 수출은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의 경기동향,세계자동차시장상황,주요국통화가치 변동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따라 80년대의 수출이 크게 흔들렸던 것과는 달리 9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우리자동차산업이 외부여건의 격변을 흡수.극복할 역량을
어느정도 갖추게 되었다.

작년에 한국은 총생산 231만대중 32%를 수출했다.

이 수출비중은 90년대에 들어와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작년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생산량을 기록한 66년에 수출
비중은 12%,400만대를 생산한 68년에는 18%였다.

일본의 자동차수출비중이 30%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은 591만대를 생산한
71년이었다.

이것은 자동차산업성장과정의 수요구조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수출의존적임을 말해준다.

내수시장이 포화점에 이르는 시점이면서 동시에 일본차수입을 전면
개방해야하는 시점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금년은 한국차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한층 많은
경영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울타리 안에서의 과열경쟁이 모두의 경쟁력을 손상시키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