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경제가 중병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에르네스토 세디요 신임멕시코대통령이 그동안의 인위적
환율관리방식을 포기, 변동환율제로 페소화가치가 여지없이 추락하기 시작
했다.

그후 3주일이 지난현재 페소화는 40%가까이 곤두박질 쳤고 이로인한
파장은 다른 중남미 증시를 폭락케하는등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 멕시코정부가 비상경제대책을 발표하고 멕시코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미국등 선진국정부까지 페소화에 대한 긴급자금지원을
선언했지만 사태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여진다.

게다가 당초 멕시코투자를 계획했던 많은 기업들마저 투자계획을 포기,
실질적 경제부진현상으로 이어져 경제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물경제의 위축내지 감소는 멕시코경제의 기조를 흔들어 장기적인 경제
불안을 야기할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멕시코의 기적"으로 불리우며 중남미국가들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경제우등생"인 멕시코가 어떻게 갑자기 경제위기에 휘말려들었는가.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같은 경제위기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고 한다.

그 첫번째 주범이 바로 외채누적이다.

멕시코는 해마다 심해지는 경상수지불균형을 메우기 위해 외채를
끌어들였다.

멕시코의 외채는 지난해말 현재 1천17억달러로 국내총생산의 8%에 이른다.

지난88년에 취임한 살리나스대통령도 심각한 경상수지적자속에서 경제개발
을 추진하기 위해 외부자금을 적극 도입했다.

그러기 위해서 국내금리를 25%로 높이는 고금리정책을 썼다.

어쨌든 자유시장경제체제 균형재정 저인플레율 공기업민영화등으로 대표
되는 그의 개방정책으로 멕시코경제는 되살아났다.

멕시코경제는 지난 89년부터 92년사이 4년간 연평균 3~4%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는등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93년 제조업부진으로 경제성장이 1.5%에 그치면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자 외국투자가들 사이에 페소화에 대한 불안현상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페소화가치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지지했으나 지난해말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페소화의 평가절하와 함께 페소화의 변동환율제움직임이 가시화
됐기 때문이다.

물론 개도국이 경제개발을 위해 외채를 사용하는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국은 외자도입으로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지금도 국내자본이 부족한
동아시아신흥개도국들은 경제개발의 방편으로 외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동아시아국의 외채규모는 국내총생산의 6%수준에 머물고
있을뿐 아니라 성장율도 7~8%에 이르는등 멕시코와는 경제여건이 사뭇
다르다.

결국 멕시코는 외채가 지나치게 많은 상태였고 게다가 경제성장이 둔화돼
이같은 대혼란을 초래한 셈이다.

또 멕시코가 끌어다쓴 외채의 구조에도 문제였다.

이들 자금은 사회간접자본이나 제조업투자에 쓰이는 장기저리자금도
있었지만 단기성자금 이른바 핫머니가 대부분이었다.

핫머니는 특성상 주식시장등 금융시장에 몰리기 마련이다.

이들 자금은 멕시코경제가 휘청거리자 썰물처럼 급속히 국외로 빠져나가
페소화의 폭락을 불러왔다.

살리나스대통령이 이같은 외채구조를 미리 개선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자신의 경제발전성과를 발판으로 초대 세계무역기구(WTO)사무총장에
선임되기 위해 경제위기의 실상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즉 살리나스는 지난해 경제위기를 감지하고 조기에 페소화에 대한 평가
절하와 외채구조개선등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러나 살리나스로서도 경제정책운용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고금리정책 또한 멕시코경제를 멍들게 한 요인이다.

살리나스가 집권이후 끌어다 쓴 외채규모는 총7백10억달러에 달했다.

이 자금이 지난93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고금리정책으로 인해 다시 빠져
나가자 살리나스는 이를 막기위해 더욱 고금리정책에 매달릴수 밖에 없었다
는 지적이다.

경제침체뿐아니라 정치적 불안도 멕시코경제에 그늘을 드리웠다.

작년1월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에서 일어난 농민봉기의 파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또 작년3월 대통령선거과정에서 발생한 제도혁명당(PRI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의 암살사건은 정치적 위기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멕시코경제위기를 또다른 시각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경제위기는 과거에도 있어 왔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1920년혁명이후 일당지배가 계속된 수십년동안 6년주기로 금융혼란~
페소화절하~신임대통령취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거듭돼 왔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피해자는 늘 서민층이었다고 한다.

이로인해 멕시코경제위기는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고 있는데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전문가들은 멕시코경제위기가 지금처럼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경제국들의 자금지원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달말로
예정된 G7재무차관회의에서도 범국제적 지원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인들은 지난 80년대초의 제3세계외채파동도 멕시코로부터
시작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멕시코정부가 국영석유회사의 민영화계획을 추진하는등
구체적이고 확실한 재정적자보전대책을 세우지 않는한 다시 멕시코에 자금을
투자할 마음이 없다고 말한다.

결국 멕시코경제위기는 앞으로 멕시코정부가 얼마나 위기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