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한 무명의 신설 지방대학이 ''실무형 인재양성''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학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포항시 흥해읍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한동대는 6개학과군
400명 모집에 4,900여명이 지원, 미달사태를 빚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12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대학사상 처음으로 지원자격을 내신 5등급, 수능시험 25%로 제한,
신입생을 모집한 한동대가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1,2학년 영어회화 컴퓨터 필수과목화, 3,4학년 전공 강의 영어로 진행,
4학년 현장인턴사원근무 등 차별화된 학사행정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

고 김호길 포항공대총장의 친동생이며 ''미국과학자들''이라는 인명사전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이 오른 김영길총장으로부터 학교운영계획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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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문중식 < 부국장 > ]]]


-9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한동대라는 무명의 지방대학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며 선풍을 일으켰는데 어떤 점이 수험생과 사회의 관심을 모았다고
생각합니까.

"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엘리트를 육성한다는 대학
차별화 시도가 호응을 받은 것 같습니다.

영어의 생활화, 전산기능 습득등 21세기가 요구하는 실무형 학사 배출에
부합되는 교과과정이라든지 커리큘럼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진거죠.

또 학과별모집을 지양하고 학군으로 신입생을 선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전공선택의 폭을 넓혀 준 것도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한동대의 교육목표가 기존 대학들과는 다르다는 예긴데요.

"인재교육이라는 큰 틀안에 있다는 것은 똑같겠지만 저희 대학은 전적으로
기업체에서 필요한 산업엘리트만을 육성, 배출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동대가 배출하겠다는 산업엘리트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신다면.

"한마디로 기업에서 신입사원으로 채용한뒤 재교육이 필요없는 인력을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욱 영어와 전산이 기업체 근무 사원의 필수
조건이 될 것입니다.

또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있는 기술위주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거죠"


-기존 대학들이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죠. 그러나 집중도및 전문성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부분이 미국식의 학문위주 교육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학사과정을 마친뒤 대학원에 진학하든가 아니면 취업을 하는 경우에는
기업 실무에 맞는 재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 거죠.

포항공대가 대표적이죠. 졸업생들이 기업에 취업하기 보다는 연구계통으로
빠지고 있잖아요.

기업이 산학협동을 하고 싶어도 포항공대생이 졸업후 자기네 회사로 오지
않는데는 별도리가 없잖아요.

결국 짝사랑하는 꼴이 되고 마는 거죠"


-한동대는 산학협동을 어떻게 추진하실 생각입니까.

"안 믿으실지 모르지만 벌써부터 시설및 재정지원을 할테니 졸업생을
달라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어요.

포항제철 삼보컴퓨터 강원산업 풀무원식품 동양화확 녹십자등으로부터
이미 제안을 받아놓고 있는 상태입니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저희 대학내에 연구소를 설치키로 했습니다. 분야별로
2개업체정도씩 자매결연식으로 연고를 맺어 학생들이 재학기간중에는 교육에
필요한 지원을 받고 졸업후에는 그 기업에 보내는 거죠.

상업적 용여로 입도선매라고도 할 수 있죠"


-총장께서 생각하시는 산학협동의 개념은 어떤 것입니까.

"선진국이 되려면 기업과 대학, 학문과 기술이 상호제휴해야 합니다.
대학이 국제경쟁력있는 인력을 공급해야만 기업도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인재만 양성한다면 기업도 거기에 동참해야죠. 또 기업과
대학을 별개로 놓고 생각하는게 우리나라의 풍토인데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죠.

과학이 대학에 있으면 학문이 되는 거고 기업에 가면 기술이 되는 겁니다.
또 기업의 기술이 대학에 가면 응용과학이 되는 거죠.

그래서 기업과 대학은 유기적 관계에 있는 겁니다"


-산업엘리트를 양성하려면 학교운영도 기존 대학들과 달라야 할텐데요.

"연구소 중심의 대학운영을 할 계획입니다. 연구소중심이란 연구중심과
다릅니다.

연구중심의 경우 교수들에 따라 분야가 여러개로 갈라지지만 연구소중심은
한분야에 여려명의 교수가 모이는 거죠.

예를 들면 면역학을 한 교수만 10명이상 모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면역학에 관한한 한동대가 세계 최고가 되는 거죠"


-연구소는 몇개 정도 운영하실 계획입니까.

"전산소프트연구소, 생의학연구소, 식품신소재연구소, 신에너지및 신소재
연구소, 환경연구소등 5개정도입니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만 많고 우수한 교수진이
확보안되면 함량미달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개소할 저희 대학의 5개 연구소에는 컴퓨터연구소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 캐드캠연구소의 개발소장인 김영섭박사를 비롯 독일등에서
활약중인 우수 과학자들이 정교수로 이미 영입돼 있습니다"


-총장께서는 한동대를 21세기형 대학의 모델로 육성하겠다는 꿈을 갖고
계신데 21세기형 대학교육이란 어떤 것입니까.

"거창하게 정의할 수는 없고 저는 저희 한동대의 교육목표를 21세기형이라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다섯가지로 요학하고 있는데 첫째는 세계화.미래화에 적응시키는 교육
입니다.

예를들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사하고 전산기능을 마스터하는 겁니다.
둘째는 산업엘리트를 키우기 위해 인턴식 교육을 하는 거죠.

그래서 4학년때는 현장에서 실습하고 그 결과를 학점처리하는 겁니다.
세째는 종합적.통학적교육입니다.

깊이있는 학문은 대학원에서 하고 학부에서는 넓은 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소양을 닦는 겁니다.

저희 대학이 학과별 담을 없애고 학군으로 신입생을 모집한 것도 그런
차원입니다.

네째는 21세기 기술패권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전문화.특성화된 기술을
개발, 특정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될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연구소 중심의 대학운영이 이런 점에 기인하는 거죠. 마지막은 건전한
인간성교육입니다.

기술사회화할수록 인간의 정직정잉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니까요"


-좋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동대가 전문공학교육에 치중할 경우 교육의
기본목표인 인간교육이 소홀히 취급될까 우려됐습니다.

"한동대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캠퍼스생활이 매우 중요하죠.

모든 인성교육이 학교내에서 이뤄질수 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담임교수제를 도입, 학생들의 인간교육을 교수들이 책임지게 할 생각
입니다.

물론 교수 1인당 학생수를 10-20명정도로 제한하고요. 그럴 경우
학부모들도 교수를 통해서만이 자녀들의 교육에 참여하게 될 겁니다.

한동대의 인성교육중 특이한 것은 정직성 교육입니다. 한학중 중간고사와
가정고사는 무감독으로 치러 학생들이 스스로 도덕성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려면 구체적인 학사운영 방안도 있어야 할텐데요.

"저희 대학 학생들은 재학중 30시간 이상의 봉사활동 경력이 있어야 졸업을
할 수있게 됩니다.

봉사활동의 대상은 고아원 양로원등 사회복지시설입니다. 더불어 사는
정신과 희생 사랑 봉사의 정신을 심어서 사회에 내보내자는 거죠.

사랑이 없으면 과학기술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과학자의 외길을 걸어오셨는데 대학총장에 취임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습니까.

"지난해 1월말 총창 영입을 제의받았을때만 해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평생 과학자의 삶을 살고 싶었던게 사실입니다.

또 돌아가신 저희 형님(고 김호길전포항공대총장)께서도 "너는 네 분야에서
정상에 서야 한다"하시며 반대하셨고요.

형님께서는 정상에 못 가보고 중도에 길을 바꾼 것에 대해 후회를 하신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죠.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의 기술발전을 위해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더라고요.

그리고 응용과학이란 실용화가 가장 중요한데 그럴려면 사회적으로 지위를
갖고 활동할 필요도 있고요.

연구활동은 계속할 겁니다"


-50년대말에 대학에 진학하셨는데 당시에는 금속공학이 생소하지
않았습니까.

"저의 고향은 안동 산골이었어요. 어릴때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먼저
봤습니다.

그때 "커서 내 손으로 비행기를 만들어야지"하는 꿈을 가졌지요. 실제로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박사학위 논문제목을 비행기 제트엔진 금속으로 정할
정도였으니까요.

또 당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계시던 형님께서 "중공업을 일으킬려면 철강
공업이 기본이다. 그러니 너는 금속공학을 전공하는게 좋겠다"라고 지도해
주셨고요.

저는 형님을 무척 따랐습니다. 결혼도 형님 말씀만 듣고 선 한번 안보고
했으니까요"


-그동안 연구생활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낀 업적이 있으시다면.

"반도체 리드프레임을 개발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외국에 첨단기술을
수출했을때와 CAM1이라는 초내한금속을 개발한 것입니다.

또 제가 미국에 있을때 발명한 MA6000이라는 신금속이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금속으로 인정받고 있다는게 자랑이라고 할까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총장께서 구상하신대로 한동대가 발전하길 기대
하겠습니다.

< 정리 = 김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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