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면 정초에 토정비결이나 신수풀이를 한번쯤 봐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성 싶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사업이 잘될지,정치가들은 정치 운이 어떨지,일반인들은
조심해야할 악재는 없는지등등....점괘를 맹신하든 그저 재미로
보건 한국인의 생활속에 역학은 무시할수 없는 자리매김이 돼 있다.

그럼에도 역학의 원리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역리와 고전을 연구하며 동아일보 문화센터,숙명여대 교육원등에서
"현대인의 역학"등을 강의하고 있는 정현우박사(58)를 만나봤다.

그는 중앙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미버클리 대학원에서 서양정치학을
공부한후 역학에 빠진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또 한해가 "새해"로 시작됐습니다.역학상으로 볼때 올해 한국의 운세는
어떨지 우선 궁금하군요.세계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미국 일본등
다른 나라들의 정세도....

<>정선생=을해년인 금년엔 우리나라의 운이 꽤 좋은 편입니다.특히 음양5행
으로 보면 을은 목(나무)의 해입니다.방향으로 봐도 한국은 동쪽에 위치해
역시 목이어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건 앞으로 협조자가 많이 생겨 국제협력관계가 잘 되어갈 징조로
볼수 있지요.자연히 경제도 술술 풀려 나가지 않겠습니까.

-업종별은 어떨까요

<>정선생=업종별로는 목과 극의 관계인 토(흙)와 관련된 분야가 좋아질
겁니다.

땅은 씨를 뿌리면 싹이 돋아나는 성질이 있으니까,"재생산"과 관련된
업종들이 유망하겠군요.

예컨대 컨설팅 유통업 관광업등 서비스업종들 말입니다.

-세계경제도 좋겠군요.

<>정선생=외국의 경우 서쪽에 있는 미국은 금(쇠)인데 목과은 상극이죠.
이는 도끼로 나무를 자르듯 금이 목을 요리하는 것으로 볼수 있죠.그러나
이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역학에선 재물운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미국경제도 계속 회복세를 탈 것이란 얘기죠.일본은 한국과 같은
방향이니 운세도 비슷할 겁니다.

-중국도 한국이나 일본 처럼 좋을까요.

<>정선생=토의 방향인 중국은 좀 다릅니다.목은 토와 만나면 뿌리가
흙을 파고 들어가듯 복잡한 문제가 생길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변화가 일어날수도 있다는 겁니다.덩샤오핑(등소평)이 사망할
수도 있고 아뭏든 권력구조 변화를 예상할수 있습니다.

-북한은 어떻겠습니까.김정일의 건강악화설도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고
있는데요.

<>정선생=김정일은 관상학적으로 보면 말년 운이 좋지 않습니다.

보통 관상학에선 머리부터 이마까지를 30대,이마부터 코까지는 중년,코아래
는 말년으로 보죠.근데 김정일은 얼굴 형태상 코 아래가 아무래도
불안정하지 않습니까.

-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 오죠.작년엔 대형사건 사고도 많았습니다만
올해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선생=금년에도 사고는 일어나겠죠.뭐 대단한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걸리는게 있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올해가 목과 목이 만나는 해이기때문에 사회 각분야에서
이기적인 경향이 두드러 질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사분규가 많아 질수도 있고 지자체 선거때 당리당략을 앞세운
자기주장들이 판을 칠수도 있다고 보는 거죠.이럴때 일수록 동양사상의
근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화사상 말입니다.중화는 모든게 너무 지나침을 경계하는 뜻을 담고
있지요.

-중용사상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정선생께선 동양사상을 오늘날
기업들이 경영에 응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계신줄 압니다만.

<>정선생=동양철학에선 중심과 좌 우,이 세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3원사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임금아래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있었던게 바로 그렇죠.당시
좌의정은 외치를,우의정은 내치를 맡았고 영의정은 이 두가지를
총괄하는 중추역할을 했습니다.

동양사상에선 이를 가장 이상적인 "조직 형태"로 보는 겁니다.

기업에서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영업부서가 외무라면 관리부문은
내무이고 기획실등은 중추인 셈이죠.이 세부문이 조화롭게 돌아갈때
경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근데 지금 우리 기업은 너무 조직이 비대해요.

회장 밑에 부회장,부회장 밑에 사장,사장밑에 전무,전무 밑에 상무,그
밑에 이사등 의사결정 체계가 너무 층층입니다.

앞으로 세계화 시대엔 변화에 얼마나 빠르고 적절히 대응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런 조직구조로는 발빠른 의사결정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동양사상의 이치도 중요하지만 요즘 신세대들은 동양사상하면
아무래도 고리타분한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정선생=그건 잘못입니다.

동양사상은 음과 양이 순환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등 4계절이 바뀌는
자연의 원리,즉 우주의 섭리를 말하는 것이지 뭐 특별한게 아닙니다.

역학도 우주만물의 주기율을 풀어서 사람들의 일을 예측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이 원리를 잘 알면 정치나 경영도 쉬워지는 겁니다.

원리는 하나이니 시대에 따라 응용하면 모든 게 통하게 돼 있거든요.

일종의 격물치지지요.

-그렇다면 실제 기업경영에서 역학을 이용할수 있는건 어떤게 있을까요.

<>정선생=이것 저것 많지요.예컨대 사옥이나 공장을 지을때도 그렇습니다.
이땐 풍수지리를 활용해야 합니다.풍수지리란 묘자리나 보는게 아닙니다.

주변의 모든 환경과 분위기를 다스리는거죠.사람은 특히 주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시각 청각 촉각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옥의 위치나
방향 구조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로 어떤 보험회사는 새사옥을 짓고 들어가 사세가 크게 확장됐는가
하면 어떤 그룹은 사옥을 신축한후 바로 망하기도 했지 않습니까.

기업 환경을 결정짓는 터가 그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 것이죠. 공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장에 녹지공간이 많은 회사는 노사분규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소한 것 같지만 최고경영자가 꼭 신경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풍수지리는 역학에서 보면 주변 분위기를 좌우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이치군요.

<>정선생=그렇습니다.

똑같은 새 건물이더라도 어떤 빌딩에 들어가면 긴장감이 감도는
반면 어떤 빌딩에선 산만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지 않습니까.

-김정일관상 이야기도 하셨지만 관상보는 방법도 한마디 해주시지요.
특히 사원 채용때 눈여겨 봐야 할점이라든가.

<>정선생=사람을 볼때 관상학적으로는 보통 5가지를 이야기 합니다.

명암 강유 선악 귀천 생사가 그것입니다.

우선 사람 얼굴은 밝아야 하고 부드러워서 다른 사람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또 선하고 귀해 보여야지요.

물론 생기도 있어야 하고요.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기업도 밝고 생동감 있게 돌아갈수 있는 겁니다.

그때그때 운세가 상승기에 있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이더라도 운세가 나쁠때는 일이 잘 되지 않는
법이거든요.

이럴때는 잠시 한직에 내보냈다가 운세가 올라갈때 다시 쓰는게
인사의 지혜입니다.

-정선생께서는 원래 정치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처럼
역학에 심취하시게된 계기라도 있었습니까.

정치학과 역학 사이엔 연결되는게 없지 않습니까.

<>정선생=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건 아닙니다.

대학때부터 정치학을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했지만 사람이나 세상을
보는 안목이 영 생기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자면 고전을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자병법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왠만한 고전은 모두 역학,그 자체더라구요.

동양의 선인들은 모두 자연의 원리를 제일로 알았으니 당연한 것이였죠.하도
재미있어서 역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었습니다.

그랬더니 조금 세상을 보는 눈이 띄이는 것 같더군요.

역학의 역자가 바로 "바뀔 역"자 아닙니까.

상형문자로는 "도마뱀 역"자 지요.

도마뱀은 하루에도 12번 색깔이 변하는 동물입니다.

이렇듯 봄 여름 가을 겨울등 사계절이 차례로 순환하는 불변의 섭리에서
바로 변화의 법칙을 배우는게 역학이더라구요.

-우문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은 역학이라고 하면 사주팔자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데 그게 운명이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수
없는것 아닙니가.

<>정선생=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역학이 아니고 점술입니다.

숙명론에 빠지는건 진정한 역학이 아니죠.사주팔자는 그 사람이
태어난 해 달 날 시를 봐 어떤 기운을 타고 났고 체질은 어떤지를
감안해 그저 확률적인 가능성을 얘기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자기가 타고난 사주팔자를 자신에게 어떻게 유리하게 이끌어 가느냐는
전적으로 그사람의 몫입니다.

사람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도 얼마든지
바꿀수 있는 것이 거든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역학을 연구하시면서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게 있다면 어떤 건지 지적해 주시죠.

<>정선생=교육 개혁입니다.

사람이란 타고난 심성을 잘 길러주어야 크는 법인데 우리들의 교육현실은
그렇지 못하지 않습니까.

학교 교육도 그렇고 회사에서의 재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의 섭리대로 그사람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회사도 나라도 잘되는 겁니다.

사람을 옭죄는 교육으로는 그 사회가 발전할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유교와 불교를 교묘하게 혼합해 나름의 교육철학을
갖고 사회질서를 잡아간게 오늘의 일본을 있게한 밑걸음이 됐다고
봅니다.

최근에도 말이 많지만 교육 개혁은 서둘면 서둘수록 좋습니다.

[[[ 유화선 < 산업1부장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