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꿈이 없다면 세상은 아마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꿈이 주어졌을때 고달프고 각별한 현상을 헤쳐 나갈수 있는
힘을 얻게 마련이다.

전설이나 기록, 문학작품에 등장한 갖가지의 이상향이 인간의 그러한 꿈을
대리 만족시켜준 수단의 하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다속의 섬들을 주제로
한 낙원들의 이야기가 많다.

호머의 서사시에는 일하지 않고도 살수 있고 병도 없고 늙지도 않는
데로스섬이 자주 등장한다. 그 섬은 에게해에 있는 부도다.

또 플라톤의 "대화"라는 저서에도 금은보화로 가득한 바다속의 전설의
섬인 아틀란티스가 나온다. 프랑스에도 말령세계의 서쪽끝 바다속에
엘리시옹이라는 낙원이 있다는 전설이 있다.

눈과 비 폭풍우가 없고 사철 내내 따사롭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부는가
하면 신들의 총애를 받던 사람이다. 의인들만이 들어 올 수 있는 곳이다.

영국의 작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라는 작품에 나오는 낙원 또한
주변에 암초가 많아 안내자 없이는 찾아 갈수 없는 섬이다.

한국에도 오랜 옛날부터 바다속의 이 상행이 있어 왔다. 제국도 사람들이
마음속에서 못내 그래온 이어로다. 모너의 유토피아섬처럼 암초에 둘러 쌓여
있어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이 섬에 오로 사람들이 아무도 돌아 오지
않을 정도로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엿 문은 저승문이여/이어도 질은 저승길이여/가난 올줄 모르더라"
(맷돌노래) 맷돌질을 할 때나 방아를 찧을 때,연자방아를 돌릴때나 물질을
할때 그 어느 경우를 가릴 것 없이 이어도는 등장한다.

이어도는 곧 제주도 사람들의 꿈과 희망, 신앙과 힘의 화신이었다.

이어도는 1960년 정한숙의 "이여도"에 이어 75년 이제준의 "이어도"로
픽션화되면서 온 겨레의 마움에 꿈의 낙원으로 자리를 하게된다.

지난 84년 한국의 최남단섬인 마라도 서남쪽 152km지점에 위치한 바다
속의 암초됨인 파랑도가 이어도로 확인되었다는 탐사딤의 발표가 있자
제주도 민속관계자들은 "제주도민의 꿈인 이어도를 파랑도와 결부시키는
것은 허구"라고 일축한번 있다.

그 가부가 어떻든 88년의 이어도과학기지건설구상에 이어 이번에 확정된
97년까지의 완공계획은 이어도의 환상을 깨버리는 조치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주인들의 영혼에 깃들여져 온 낙원에의 꿈은 이어질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