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 경제협력과 남북한 경제통합 (하) ]]]


북한경제의 개방화는 탈냉전과정에 따라 갑자기 준비된 것은 아닌것 같다.

84년에 이미 김정일은 "자력갱생의 원칙에서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하는
것은 결코 문을 닫고 경제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말은 그뒤 북한경제의 개방화를 추진할 때마다 그정당성의 근거의
하나로 활용되어 왔다.

윤기복 중앙인민위원회 경제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자립적
민족경제를 착실하게 이룩하였으므로 어떤 외국과의 합작을 해도 당당하며
또한 외국에 종속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위원장은 "자립적 민주경제노선은 타국에
의한 경제적 예속에는 반대하지만, 협력관계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달현 전부총리는 "특구를 만듦으로써 자립적민족경제를 더욱 훌륭하게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여 자립적민족경제와 경제특구을 연계시키고
있다.

이것은 북한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한 개방정책이 북한 나름의 논리적
연속성 위에서 추진되어온 일면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개방정책은 북한사회주의가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시장경제"로의
체제개혁을 동반하지 않는한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확산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북한에는 농가의 텃밭과 마당을 중심으로 개인생산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이 농민시장이나 찬마당을 통하여 개인적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암시장의 규모도 매우 크다.

함경도 산간에는 중국식 개인생산판매의 실험도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북의 체제개혁의 가능성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대목이다.

체제개혁없는 체제밖의 부분적인 개방은 결국 체제의 위기를 갖고 올
것이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개방을 제약하게 된다면 개방정책도 성공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개방개혁의 길도 가면 체제붕괴의 위기가 기다리고 있고, 현재의 폐쇄노선
을 계속한다면 경제파탄의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 딜레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남북은 장기적으로 동태적인 안목에서
협의하고 그 협의의 테두리를 발전시켜 남북경제통합의 테두리가 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측에서 정치적민주화를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확장
시키는 개혁조처가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한민족공동체"란 틀을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경제적 체제문제를 담지
않고 있으며, 자유민족주의방식의 통일이란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단선논리
로써, 현재의 북한을 안을수 있을 큰 틀이 되지 못한다.

서독의 경우 "마르크가 마르크스를 닮아 간다"고 하는 사회적시장경제의
틀이 있었음을 지적해 두고 싶다.

아울러 한국으로써도 핵.경협분리론에 입각한 적극적인 대북경협전략을
펴야할 것이며, 북한으로써도 한국의 투자선을 중국으로 뺏기지 않는
적극적인 조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중국이 대만에 취하고 있는 "대만동포투자장려규정"같은 우대조처가
필요하다.

그 위에서 남북간의 거래를 국제적으로 내국거래로 인정받을수 있도록
남북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추진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