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멀티미디어다. 21세기 전자산업주도권을 잡기위해 멀티미디어
를 선점하라"

새해에 들어서면서 전자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긴장감의 진원지는 멀티미디어사업이다.

각업체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선언, 불뿜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자업체들은 새해들어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처럼 비장한 각오로 전선을
향해 행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대우전자등 종합전자4사는 지난해말로
멀티미디어 사업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마쳤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95년을 목표로 사전준비를 해온 것은 올해부터 시장이 본격 형성되기 때문
이다.

<>정부의 정보고속도로망구축사업이 개시 <>방송복합위성인 무궁화호
발사 <>케이블TV방송개시 <>한국통신의 VOD(정보주문형비디오)시험방송
본격화등 굵직한 사업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전자업체들은 여기에다 2-3년전까지만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멀티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올해부터는 수요가 늘것으로 전망
했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5년간 3조원을 이분야에 투자한다.

이회사가 지향하는 목표점은 종합멀티미디어회사.

단말기판매는 물론 네트워크구성과 멀티미디어서비스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를위해 오는 97년까지 멀티미디어용 단말기 개발과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단말기의 핵심부품인 반도체제조에 앞서 있다는 점을 십분활용,
<>멀티미디어 CPU(중앙처리장치) <>비디오CD <>CD-I(대화형컴팩트디스크)등
첨단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98년부터는 VOD 네트워크사업등을 강화, 서비스부분과 시스템설치사업을
확대한뒤 2001년까지는 소프트웨어 정보통신서비스등을 완결한다는 방침
이다.

LG전자는 올해 사업계획을 멀티미디어에 맞춰 작성했다.

가전이 주력인 이회사로서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지난해말 3DO 32비트 게임기를 국내외시장에 출시, 기선을
제압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에는 게임기는 물론 CD-I 비디오CD등 멀티미디어단말기시장을 석권
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주목받는 것중 하나는 위성방송부문.

LG그룹의 계열사인 LG정보통신이 부제작자로 참여한 복합방송위성인
무궁화호가 올해 발사되는 것과 동시에 위성방송분야에 진출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LG전자가 위성방송을 위해 이미 미국 EMC사와 디지털 VTR을 공동개발해
놓은 상태.

더구나 지난해에는 EMC사가 위성방송사업을 할 경우 한국내 서비스권을
갖도록 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측은 국내시장이 성숙될 경우 언제든지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현대전자는 보다 포괄적인 사업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대전자는 현재 멀티미디어사업계획실무팀을 구성, 비밀리에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의 계획
보다는 훨씬 방대하고 투자규모도 많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현대전자는 사업계획을 거의 완성, 최고경영자에게 곧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전자의 경우 다른 업체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사업을 추진한다.

다른 기업들이 단말기사업부터 시작해 영상정보서비스를 마지막 사업분야로
잡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영상정보부터 곧바로 들어간다.

이회사는 올해중 전국에 10여개의 극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케이블TV의 영화프로그램 공급업자로서 방송국을 개설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영상소프트웨어개발과 공급에 대한 노하우를 쌓기 시작한 것이다.

대우전자는 최종적인 목표를 정보고속도로망을 통한 영상정보서비스업체로
도약한다는데 두고 있다.

각업체들의 경쟁은 사실 지난해부터 시작돼 왔다.

이분야 진출을 위해 사전정지작업차원에서 경쟁적으로 벌인 해외기업인수및
지분참여와 첨단기술개발경쟁이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럭스만사 <>미국 IGT0를 인수했다.

칠레의 정보통신업체에 지분참여도 했다.

럭스만사를 인수한 것은 브랜드이미지제고와 오디오기술확보를 위한 것이고
IGT사인수는 정보고속도로망구축의 핵심장비인 ATM교환기기술확보를 위한
전략이다.

칠레 정보통신산업참여는 해외정보고속도로망 구축사업 참여를 위한
교두보로 볼수 있다.

LG전자는 다국적 멀티플레이어개발업체인 3D0사에 지분참여했다.

현대전자는 핵심반도체개발을 위해 미국 비메모리반도체업체인 AT&T-GIS의
비메모리반도체부문을 인수하고 국제위성통신사업인 그로벌프로젝트에 참여
했다.

전자업체는 올해도 해외기업인수나 지분참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멀티미디어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일일이 개발할만한 시간적 여유
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든 전자업체에게 올해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멀티미디어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저멀리 항해를 계속하느냐 아니면
그 파도에 휩쓸려 좌초하느냐 하는 생사를 건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