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종량제 시행으로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나 주부들의 생활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주부들이 장바구니 또는 핸드카를 끌고 쇼핑을 하거나 과대포장한 제품을
기피하는가하면 중고및 물물교환시장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잦아지는등
소비자들에게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경기과천 주공아파트 6단지에 사는 주부 권영숙씨(31)는 효과적인 쓰레기
줄이기 방법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수시로 내다버리던 방법을 바꿔 2-3일에 한번씩 10l 짜리
규격봉투에 담아버리고 시장에도 장바구니를 들고가기로 했다.

인근 뉴코아백화점 매장에서도 핸드카를 끌고오는 주부들을 이번주들어
자주 목격, 쓰레기줄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을 실감할수 있었다.

권씨는 6살바기 아들 신영에게도 음료수캔이나 요쿠르트병등을 아무데나
버리지 말라고 당부할 생각이다.

쓰레기가 많이 남는 식품은 앞으로 될수있으면 식단에서 제외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갈비 생선류 과일류등이 대표적인 쓰레기다발품목인데 남편과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는 것들이라 얼마나 줄여야할지 망설이고 있다.

"종량제 신풍속도"는 이처럼 주부들의 살림살이를 당장에 변화시키고 있고
환경의 중요성을 2세들에게 일깨워주는 바람직한 파급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등에서는 물건마다 비닐봉지에 넣지 않고 한군데
다 넣어달라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과천 뉴마트매장 카운터에서 일하는 김모양(21)은 "아직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닐봉지 수요가 이번주들어 조금씩 주는것 같다"며 "봉지하나에
될수 있으면 많은 물건을 넣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알뜰가장들은 집에서 쓰레기봉지를 들고 회사로 출근, 회사쓰레기통에
슬그머니 버리는 사례도 있다.

상계주공아파트 19단지에 사는 주부 김모씨(38)는 소파등을 새로 구입하고
낡은 소파의 처리문제로 고심하다 지역정보지 "벼룩시장"에 공짜로
내놓았다.

김씨의 경우처럼 지역정보지엔 무료매물 게재의뢰가 폭주하고 있다.

상품을 구입할때부터 아예 쓰레기무게를 줄이기 위해 포장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가져가는 소비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처럼 주부들을 중심으로 쓰레기줄이기를 습관화하려는 노력이 일고는
있지만 홍보부족, 규격봉투의 질과 크기, 재활용쓰레기수거의 불편등
문제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규격봉투가 너무 얇아 잘 찢어지고 소형봉투가 없어 냄새나는 음식쓰레기를
2-3일간 집에 보관해야 하는 점, 재활용쓰레기를 1주에 한번 수거하는 곳은
자칫 바쁜일로 거르면 집안에 재활용품이 쌓이는 문제등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