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기업들은 1/4분기부터 북한이 제한적으로 개방한 나진/선봉
지역과 남포공단 등지에서 경공업중심의 ''탐색''사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13일 쌍용그룹이 정부의 남북경협 허용조치이후 처음으로 북한
을 방문,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자 현대 삼성 럭키금성 대우 등 주요 그룹과
중소업체들은 올 상반기중 가시적인 대북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검토해온 대북투자계획중 일부 시범사업을 벌이기 위해
실무진을 북한에 파견하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그룹총수 등이
북한으로 가 투자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북한이 지난해 발급해준 일부 초청장의 효력유무를
문제삼는데다 사회기반시설이 전무한 나진/선봉지역에 국한한 사업을 고집,
대북투자의 제도적인 보장장치가 마련될때까지 신중을 기하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로부터 방북허가를 받은 기업은 지난해말 대북투자조사단 12명을
북한에 보낸 쌍용그룹을 비롯 현대 삼성 럭키금성 등의 그룹과 대동화학
영신무역 등 2개 중소업체.

이중 현대그룹은 지난89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방북했을때 합의한 금강산
개발사업과 원산 수리조선소건설사업 등을 재추진키 위해 2~3월중에 투자
조사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말 정부로부터 이춘림 종합상사회장및 박세용 종합상사
사장, 김광명 건설해외부문사장, 이내흔 건설국내부문사장, 김영일 금강개발
산업사장 등 10명의 방북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이다.

현대그룹측은 정명예회장이 북한측과 이미 합의한 사업은 사업규모가 수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라면서 "다른 회사들의 방북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방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말 방북계획이 무산되자 늦어도 올 2월말까지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에 투자조사단을 파견한다는 계획을 수립, 그룹차원의 방북을
주도 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현대그룹과는 달리 신사복및 바지 티셔츠 숙녀복 등 섬유제품의
임가공사업을 우선 실시하고 이의 진행상황을 봐가면서 TV 오디오 냉장고
선풍기 등 가전제품으로 합작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럭키금성그룹도 통일원의 방북허가를 얻은 구자극 회장실미주분실부사장
등 5명을 3월말까지 북한에 파견, 비누및 장판 의약품 의류 등의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방북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쌍용그룹도 지난해말 방북 결과를 토대로 그룹
차원의 대북투자계획을 수립, 1~2월중에 김석원 회장이 방북해 최종 확정
하기로 했다.

부산 소재의 대동화학과 영신무역은 영국업체의 주선으로 빠른 시일내에
북한을 방문, 신발공장설립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의 방북사업외에 올 상반기중에 눈여겨볼것은 대한무역진흥공사
의 북한지역 ''무역관'' 설치.

북한이 평양 또는 남포 등지에 무역관 설치를 허용할 것 같지는 않지만
올 상반기중 최소한 나진/선봉에 연락소 형태의 무역관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대우그룹도 이미 평양근교의 남포공단에 건설한 섬유 봉제공장을 2월께
부터 가동하기 위해 시설재반출및 기술자의 방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선경및 한화 두산 한일 코오롱 금호 벽산 미원 고합 진로 해태
동양 등 주요 기업들은 통일원의 방북허가가 나는 대로 방북, 그동안
북한팀에서 연구해온 대북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북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남북당국간의 투자보장
협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 상반기중에 대북투자 환경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영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