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율화를 위해서 대기업이 모두 은행을 소유하게 할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95년중에 정부는 금융자율화와 금융개방화 국제화를 뒷받침할수 있는
제도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개편의 목적은 모두 금융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하여 금융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다.

즉 금융개방을 대비한 제도의 개편이다.

그러나 경쟁의 심화는 무리한 자산운용이나 경영부실에 따른 금융기관의
도산가능성을 높여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나아가서는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저해할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바람직한 현상으로만 볼수는 없다.

결국 정책당국은 금융의 효율성과 안정성 안전성간의 상호득실을
고려하여 자율화를 추진할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조정되고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이 자유로워지고
금융산업에의 진입이 환화되면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은 더 치열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금융선물시장이 활성화될 것이고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파생금융상품이 범람하게 될 것이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가계도 금리에 민감하게 되어 조금이라도 금리가
유리한 상품이 나타나면 그쪽으로 몰려갔다가 상황이 바뀌면 몰려나오는
투기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도 이미
모아놓은 자산을 이 금융상품,저 상품으로 바꿔 끼어놓은 부자전략에
몰두해 있고 금융기관의 증권투자가 급증하다 보니 자산운영을 위해
서로 다른 상품을 사고 파는 금융거래의 규모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실물경제와 직접 연관되는 저축을 투자로 연결해주는 중<>적
금융거래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금융의 효율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 없다.

자율화가 제대로 추진된다고 해서 효율적인 경쟁체제가 구축되어
자금의 흐름이 정상화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현재와 같이 진입을 규제하고 시장점유율이 높은 7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대형금융기관들이 막강한 시장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이상 자율화
로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올리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아니라 은행을 비롯한 여러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이자율보다는
담보능력이나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차입자와 대출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자금흐름과 금리는 별도로 움직이기도 한다.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이 활발해지면 금융기관이 비용절감에 노력하게
되고 그 때문에 중개비용의 하락으로 은행대출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가
지금보다는 286P는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비경쟁적 요인이 그대로 남아있는한 그러한 기대가 쉽게 실현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아무나 금융업에 참여할수 있도록 진입을 자유화할수도
없으며 금융기관의 업무영역규제를 철폐할수도 없다.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금융부문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동의
업무영역과 진입의 규제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안전성.건전성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의 업무영역
규제는 현재보다는 완화되어야 하겠고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되출은 더
자유로와야할 것이다.

금융제도의 안전성을 고려하여 금융기관간의 업무영역의 조정은 금융산업
을 크게 은행업 증권업 그리고 보험업으로 구분하여 비교적 엄격한
분업주의를 취하고 이들간의 상호진출은 자회사의 설립을 통하여
가능하도록 하며 이들 세업종의 내부에서는 최대한의 겸업주의를
허용하여 업무영역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방향이 최선의 대안으로 보인다.

진입규제완화에 있어서도 모든 금융기관의 설립기준을 엄격히 하는 진입
정책을 확립한다면 금융제도의 안전성 저해문제를 최소화할수 있을 것이다.

아울려 금융산업에 대한 진입규제정책은 금융기관의 대형화및 전문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할 것이다.

은행업 증권업 그리고 보험업의 세 권역의 각자에 있어서 일부 금융기관은
대형화하여 최대한의 겸업주의를 취하면서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허용된 업무영역 범위내에서 자신들에게 적합한
틈새시장에 전문화하여 고도의 수익성을 향유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금융자율화및 개방화의 진전과 함께 예상되는 건전성.안전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자율화및 개방화로 인해 우려되는 금융기관의
경영부실화를 방지하고 소비자보호및 금융시장의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금융감독의 효율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제는 기관별 감독에게
벗어나 기관별.기능별 감독과 금융기관의 건전경영규제를 위한 검사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기관이 건전경영 기반구축을 유도하고 현장감사및
간접감독,내부통제와 외부검사기능을 강화하는등 감독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금융기관경영의 건전성은 감독기관의 감독만으로 확보될 수 없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내부통제기능 외부회계감사등 금융기관의 내부통제및 감사
기능이 강화되고 자체검사기능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제도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예금보험제도
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예금보험제도는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어 금융지불능력을 상실하게 될 때
부재시 예금의 대규모 인출사태와 이로 인한 금융기관 연쇄도산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는등 금융산업 전체의 안정성에 기여할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과 금융기관 이용자
등이 많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비용과 안전성 보장간의 득실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만
예금자보호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좀더 명확해 질 것이다.

금융에 관한 한 누구나 서슴지 않고 그 낙후성을 개탄한다.

금리가 높은 것도 물가가 불안한 것도,중소기업이 자금난을 겪는 것도,
재벌그룹이 막강해진 것도 모두 금융의 낙후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의 자율화와 개방화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한점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금융만으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거니와 오히려 자율화.
개방화로 우리나라 금융이 거대한 국제금융시장에 통합되면서 우리의
통제와 권역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금융의 자율화와 개방화는 기업과 가계 모두에게 많은 편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익의 혜택을 크게 하려면 자율화.개방화는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유이제도의 안정성 유지를 위한 규제 그리고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이 일정한 규칙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규제가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