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95년에는 WTO체제의 출범과 함께 정부의 세계화 구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지방자치제선거 실시로 지방화 시대가 막을 올리게 된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한해가 되겠지만 노사관계는 정치 경제적 여건뿐 아니라 노동조합과
기업의 내부여건을 살펴보면 오히려 불안요인이 커져 세계화 구상의
장애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작년도에 비해서 성장속도는 둔화되겠지만
계속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고용사정도 좋아 실업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인력난
문제는 작년보다 심각할 전망이다.

경기호전으로 기업의 매출액이 올라가면 근로자들의 기대심리도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기업간의 경쟁격화로 제품가격 인상은 어려워지고 오히려
인하압력을 받고있다.

따라서 작년도에 이은 금년도의 경기호조를 바라보는 노사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다를수밖에 없다.

사용자측이 매출액 신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의 악화만을 내세워
임금상승을 무리하게 억제하려 한다면 오히려 협상에서 원칙이 무너져
명분과 실익을 모두다 잃기 쉽다.

반면 노동조합 집행부는 매출액 신장에만 집착해 과도한 요구를 한다면
별다른 실익 없이 조직이 상처만 입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도 연말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정부조직 개편에 따른 공무원수의
축소및 예상되는 정부투자기관과 출연기관등의 정비는 공공부문의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의 경우 지난 수년간 임금안정화 정책에 따라 민간부문에
비해서 임금인상폭이 낮았고 인사적체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따라서 조직개편 분위기가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누적된 불만을 자극해
노사관계 불안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공공부문의 임금교섭 시기가 3월전후로 민간부문에 비해서 빠르기
때문에 불안요인이 빨리 표출되고 분위기가 민간부문에까지 파급될수
있다.

이러한 노사관계의 불안분위기는 6월에 실시될 예정인 지방자치제
선거때까지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여 왔던 재야노동단체들은 협상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세력과시를
통해서 해결하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세력과시의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임금교섭이 연대화 투쟁의 기회가 될수 있다.

지난2년간 노사관계의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노총과 경총간의 사회적 합의를 노총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노동계의 통합을 제의한바 있다.

노총계열의 단위노동조합은 노총의 태도변화에다 노동운동계의 재편분위기
까지 의식해 임금교섭시 요구수준을 상당히 높일 가능성이 있어 노사간의
마찰이 발생할 소지가 커졌다.

올해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대로 표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의 향방을 좌우하는 실세는 현장의 근로자들이다.

기업의 매출액 신장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쟁의 격화로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가 직장불안 문제까지 자극해 이익보다는 손실이 클수 있다는
실리주의적 의식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주도하고 있는 대형사업장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공공부문의 노사관계에서 조직개편 문제가 잠복되어 왔던 불안요인을
표출시키는 계기가 될수 있을지는 모르나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이 외국과
달리 공무원이나 교원이 주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투자기관이나
출연기관이 주축이 되고 있고 각 단위노조의 조직배경이나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공공부문은 생산성이 낮다거나,인위적인 시장독점에 의한 폐해를
가져온다든지,민간부문에서 서비스를 대신 제공할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는 등의 지적들 때문에 노사관계불안이 표면화되었을 경우
여론의 지지를 받기가 어렵고 근로자들에게 오히려 불이익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올해는 노동계가 연대화를 활발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따른
노사관계 불안요인은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사관계의 이슈가 다양해지고 근로자들이 실리주의를 추구하고
있어 불안요인이 그대로 표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노동계의 연대화 움직임은 여러가지 요인을 가지고 있겠지만 근로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다고 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