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회가 개회중일때 길가는 시민 아무나를 가록막고 "가장 뒤진
부문"을 물어도 아마 "청치분야"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세상이 안팎으로 급변하는 속에 정치인들이 별 일도 아닌걸 가지고
한창 다툴때 바라보면 시대착오증 환자아닌가,딱한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거기엔 당의 여.야나 대.소를 가릴 것도 없다.

대의정치,입헌정치,정당정치를 이제 자그만치 50년 가까이 했으니 경험이
적어 그렇다고 핑계대기도 어려운데 의회운영,정당운영,선거운영하는
양상을 보면 그제나 이제나 뚜렷이 달라진게 없다.

그것도 올들어서야 일부 법규의 개정으로 발언시간 단축과 질의내용의
실질화,금품선거의 개선등 전보다 나아진 구석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 예산국회운영은 말할 것도 없고,언론에 비쳐지는 각
정당들의 작태는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정치염증을 안겨준다.

이럴 때 집권 민자당이 오는 2월7일을 전당대회일로 정하고 가위
창당이라고 할 정도의 당혁신 방안 준비에 나섰다는 보도는 무척
반갑다.

비록 미증유의 정부기구 쇄신과 대폭 인사가 있고,당총재인 대통령의
방향제시가 있고 나서야 부랴부랴 서두르는 품새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민자당이 구태를 벗는 대업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나라의 장래가 심히 우려되지 않을수 없다.

세계화 지방화라는 방향제시가 설령 없었다고 하더라도 초고속으로
변하는 안팎 세상에서 종래 정치인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가지고는
정당들이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할수 없다.

상식적으로 현대 정당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요건 몇가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 누구에게 이끌리지만 말고 나라와 국민을 선도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조종을 받아야,삼태기 같은 욕을 먹어야,총재 한 사람의 손짓이 있어야
움직이는 수동태 집단이어선 부담만 된다.

국민을 선도하는 조직으로서의 현대 정당으로 변신하려면 직업적인
세배꾼 정치꾼이 아니라 시대감각 있고 동맥이 유연한 젊은 인재가
스스로 찾아가 머리를 짜내고싶어 하는 장소로 탈바꿈 해야 한다.

둘째 민주적 토론이 통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아랫사람은 얼굴도 못들게 상명하복만 통하는 도당적 체질로는 조소밖엔
사지 못한다.

토론이란 합의로 종결되며 지고나서도 우겨대는 아집이 아니다.

셋째 종국엔 회비로 운영되는 상향식,비직업적 국민정당이 돼야
한다.

그땐 저절로 모든 인선은 선출을 원칙으로 삼게 된다. 세계화 아이디어
지방화를 위한 조화를 어디 엉뚱한데서 구할게 아니다.

집권 민자당의 변신을 우선 지켜보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