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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93년을 산업디자인원년으로 선포하고 ''산업디자인개발 5개년계획''을
추진하는 등 국가적인 진흥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산업디자인이 생산기술과 함께 국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디자인수준을 발전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은 27일 KIDP대회의실에서 한도용 홍익대교수,
김동환 익산실업사장, 주송 IDN사장, 박중근 KIDP인력개발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산업디자인의 과제를 진단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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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교수 =우리나라 산업디자인의 세계화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경쟁국수준에 비해 떨어져있는게 현실이고 여러가지 문제점도
안고 있는것 같습니다.

<> 박본부장 =KIDP는 올해 1백33명의 외국 산업디자이너를 초청해 국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도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 산업디자인의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산.학.연.관의 보다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구축되지 못한
점과 기업경영층의 산업디자인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
했습니다.

<> 주사장 =산업디자인전문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다보니 너무 두껍고 높은
경영자의 벽에 부닥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작업을 의뢰받아 여러가지 형태의 디자인을 제시하면 경영자들은 디자인이
훌륭한 것보다 잘 팔릴 것을 선택합니다.

애초부터 고정관념을 갖고 디자이너가 맞추어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단순히 그림만 그려달라는 것이지요.

경영자의 산업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 한교수 =산업디자인과 경영의 관계가 보다 가까워져야 하는데 그사이
에는 아직도 디자인을 단순히 그림그리는것 정도로 생각하는 편견이 큰
장애물로 버티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경제개발을 지상목표로 삼아 정신없이 뛰다보니 질을
무시한 양적성장에 주력해 왔고 그과정에서 기업들이 무조건 제품을 많이
만들어 팔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아직도 대다수 기업들이 산업디자인을 기업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박본부장 =고 박정희대통령이 지난70년 개발원을 처음 방문하고 남겼던
휘호가 "미술수출"이었습니다.

당시는 수출이 경제발전을 위한 절대절명의 과제였던 상황에서 산업디자인
을 단지 미술이라고 이해했던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개념이 체계적으로 정립돼 산업디자인이 예술 엔지니어링
마케팅이 결합된 경제활동의 한 분야라는 말을 할수있게 됐습니다.

서유럽에서는 실용성을 최대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산업디자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김사장 =디자인과 생산분야가 동떨어져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그림만 그리고 생산과정의 다른 분야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링을 너무 몰라도 엔지니어로부터 무시당하게 됩니다.
생산이 불가능한 디자인이어서 금형제작을 못하겠다는 말을 들을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 한교수 =대학을 갓 졸업하고 전화기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무언가 새롭고 편리하면서 아름다운 전화기를 만들고자 나름대로
시도했으나 엔지니어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저 모서리만 약간 둥글게 깎았고 기본 골격은
그대로였습니다.

결국 디자인을 한게 아니라 엔지니어가 설계한 기계덩어리에 외관만 약간
부드럽게 꾸며주는데 그치고 만것이지요.

디자이너가 기본적인 생산기술을 알아야 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생산현장이
디자이너의 의견을 따라가는 시대가 와야겠지요.

<> 주사장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많이 위축돼 있는게 사실입니다.
디자이너가 제품기획에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영업이나 수출파트 또는 생산
파트에 전적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디자이너가 어학실력이나 실기가 약해 경영층이나 생산라인에 자기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이지요.

<> 박본부장 =산업디자인의 주체인 디자이너에게도 문제가 있는게 사실
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해에 3만명이라는 세계에 유례없는 많은 디자이너가
배출되지만 막상 기업현장에서 디자인을 통한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영자들은 디자인을 맡길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디자인업계에서는
유능한 디자이너가 있어도 경영자들이 이를 몰라준다고 불평합니다.

산업디자인의 기초가 되는 대학의 산업디자인교육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교수 =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고민이 됩니다.

대학의 교과과정이 시대변화와 함께 늘 새로워져야 되고 관련기자재도
첨단으로 계속 개선 보완되어야 하는데 현실여건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정형화된 교육틀을 벗어나 창의적인 교육을 시킨다는 것도 여간
어려운게 아니구요.

<> 박본부장 =우리나라의 대학이 디자이너들에게 엔지니어링과 기초실습
교육을 충분히 시키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학에서 점차적으로 교과
과정에 실기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KIDP안에 기존대학의 졸업생을 대상으로한 산업디자인특수대학원을 설립
하여 엔지니어링과 실기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는 석사학위제도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주사장 =산업디자인에 대한 근시안적인 인식때문에 어려움이 많지요.

예를 들어 빨간색 냉장고를 디자인하면 소비자들이 디자인이 멋있다며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지만 막상 구입할때는 다른 평범한 색을 구입합니다.

그대신 빨간색을 디자인한 그 회사나 디자이너의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입니다. 즉 빨간색의 냉장고는 디자인은 우수하지만 잘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을 구색으로 갖췄을때 자사의 관련 제품이 잘팔리고 또
디자이너의 입장에선 그런 과감한 디자인을 해봄으로써 관련 제품도 더
뛰어난 디자인을 할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사장 =KIDP의 디자인지도를 받아 상품화에 성공해 주문이 폭주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산업디자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지요. 주사장의 의견에 부분적
으로 수긍합니다.

기업의 마케팅에서는 경영자는 팔릴 것이냐 안팔릴 것이냐를 검토하기
이전에 어떻게 팔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도 엔지니어링과 관련 정보들을 광범위하게 숙지하고 반드시
이루겠다는 도전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봅니다.

<> 박본부장 =산업디자인에 관한 인식의 저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산업디자인전람회와 초.중.고생산업디자인공모전 우수디자인성공사례전
국제산업디자인교류전의 전국순회전시에 올해 약80여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산업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초.중.고생산업디자인공모전은 어릴 적부터 산업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산업디자이너를 조기에 발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 한교수 =앞으로 21세기의 산업디자인은 공인산업디자인전문회사중심으로
이끌어가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인산업디자인전문회사의
실정은 어떤가요.

<> 주사장 =산업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대되고 있습니다만 공인
산업디자인전문회사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기대하는 대기업 디자인실의 장비수준을 갖추려면 웬만한
제조업체의 설비투자보다도 자금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외국의 유명 디자이너들은 우수한 장비와 인력을 무기로 국내 진출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감안해 인력양성과 전문회사육성에 필요한 제도적인
장치와 자금지원을 고려해야 하다고 봅니다.

KIDP가 실시하는 산업디자이너 해외연수제도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사장 =KIDP에서 중소기업체에 대한 디자인지도를 할때 품목별 금형
사출 소재 인쇄 전문업체에 관한 정보를 조사해 이를 업체에 연결시켜
줌으로써 산업지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훌륭해도 이같은 관련 정보수집과 업체를 찾지 못해
시간이 낭비되고 기대하는 상품이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박본부장 =산업디자인의 세계화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내년도에 체육계의 IOC에 버금가는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세계그래픽디자이너단체협의회(ICOGRADA)등의 이사회멤버로 진입하고 구미의
유명산업디자인 아카데미를 4~5개 지정해 30명가량의 디자이너를 실무연수차
파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올해에 이어 영국 독일 스페인 유럽등 디자인선진국과 디자이너교류
를 확대하고 산업디자인교류전개최를 꾸준히 모색할 예정입니다.

<> 김사장 =국내의 지방화시대에 대비한 서울과 지방간의 산업디자인교류도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박본부장 =산업디자인의 지방확산을 위해 부산과 광주에 KIDP지부를
설치하고 지방업체에 대한 지도사업을 올해 1천개에서 1천5백개로, 지방
산업디자인행사는 12회에서 15회로 늘려 나갈 것입니다.

지방행사는 전시위주에서 한걸음 나아가 전시 교육 세미나등이 복합된
종합적 산업디자인 행사로 발전시킬 방침입니다.

<> 주사장 =산업디자인의 세계화 과정에서 앞으로 크게 대두될 문제가
지적소유권과 그린라운드라고 생각됩니다.

<> 박본부장 =내년에 외국의 지적재산권제도를 조사하는 한편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기업및 디자인회사들에 홍보하고 우리기업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 보고자 합니다.

또한 포장기술분야가 장차 그린라운드의 핵심요소로 떠오를 것에 대비해
포장전문인을 발굴하고 포장표준화 폐기물감소 공정자동화등의 지도사업에
참여시켜 포장기술지도사업을 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 한교수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먼저 기업경영층의 산업
디자인에 대한 인식전환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깊이 이해하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첨단기술과 작업현장을 알아야 합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케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내년을 우리나라
산업디자인이 질적으로 발전하는 디자인혁명의 해로 만들어야할 것입니다.

< 정리=김대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