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후 금성사 삼성전자 대우전자등 가전3사를 중심으로한 전자업체
들은 유럽대륙에 일관생산체제를 구축,강화되는 부품현지화 규정을 맞추는
작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 계열사간 협력도 눈에 띄게 강화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의 경우 컬러TV에 관한한 계열사간 거의 완벽한 일관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 92년4월부터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가동중인 삼성전기는 튜너 FBT
편향코일(DY)등 컬러TV의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생산된 부품의 50%이상을 삼성전자 영국공장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이웃 국가에 수출한다.

같은해 구동둑 전자업체인 WF사를 인수한 삼성전관은 사업첫해인 93년
에는 컬러브라운관을 80만개,올해는 1백60만개를 생산,상당분을 삼성전자
영국공장에 판매하고 있다.

영국공장은 스크루드라이브만 가지고 EU(유럽연합)의 부품현지화 요구를
충족시켜가며 연 80만대의 완제품을 출하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코닝을 통해 동독 벌브유리공장을 인수,
컬러브라운관의 핵심유리도 EU역내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포르투갈에 세운 삼성전자 D램공장이 핵심 반도체도 공급
하고 있다.

계열사들간 협력체제를 풀가동,부품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일관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앞으로 영국 전자단지가 완성되면 한국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품및
그부품이 유럽에서도 만들어지게 된다.

금성사는 독일의 VTR및 컬러TV공장 내에는 드럼및 데크,영국 전자레인지
공장에서는 캐비넷등 필요한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영국 북잉글랜드 지역에 건설중인 대규모 전자단지가 완성되면 부품
자급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특히 아일랜드 지역에 디자인센터를 개설,제품 현지화를
앞당기고 있다.

지난해부터 프랑스 로렌공업단지에서 컬러TV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대우전자는 이에 필요한 PCB판 3개 라인을 가동,지급하고 있다.

또 인근지역에서 건설중인 브라운관공장이 완공되면 TV생산에 필요한
주요 부품은 자체 조달이 가능하게 된다.

이 회사는 같은 공업단지내 연구소도 설립중이다.

"개발에서부터 서비스까지"란 목표를 실현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유럽에 진출한지 5년 남짓한 짧은 기간내 우리기업은 분명 빠른 속도로
생산현지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의 이같은 노력은 전략적으로 큰 허를 노출하고있다.

일본기업들은 해외진출시 부품업체와의 동반진출을 첫 과제로 삼는데
반해 우리 대기업은 자력진출에만 급급한 점이다.

우리의 경우 전자레인지 핵심부품인 트랜스포머를 생산하는 동일전자가
영국 웨일즈 진출을 서두르고 삼성전자및 금성사의 부품협력업체들이
현지 진출을 "검토"하는 정도일뿐 대기업의 유럽진출속도에 비해
부품업체의 동반진출은 극히 부진한 실정이다.

반면 북잉글랜드에서 활동중인 닛산자동차의 경우 자동차생산에 4천명,
부품분야는 이보다 2배인 8천명이 근무하고있다.

안전벨트에서부터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주요부품을 영국에 진출한 20여개 일본계 관련업체로부터 조달할수
있는 자급체제를 갖추고있다.

카에어컨은 닛폰덴소사가 세운 NDM공업사,조향장치및 관련부품은 닛폰
세이코가 만든 NSK베어링유럽,안전장치는 니탄,타이어는 스미토모고무가
세운 SP타이어,배터리는 유아사배터리가 50% 출자해 설립한 루카스
유아스배터리사의 제품을 사면된다.

교세라가 세운 AVX사,마루베니가 대주주인 버크비스 플라스틱,나혼
세이키의 NSI사등 유수한 일본계 전장업체로부터 좋은 부품을 값싸게
얻을수 있다.

심지어는 시트등 자동차내장품및 안전벨트도 인근 일본계 중소업체로부터
구한다.

닛산은 조립과 연구개발,그리고 주요 첨단부품에만 신경을 쓰면된다.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등 다른 업종도 동반진출이 활발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결과 우리 기업들은 EU가 규정한 부품현지화 비율을 그럭저럭
충족시켜 가는 수준인데 반해 일본은 그 비율이 70%를 넘고있다.

그만큼 원가부담이 크고 품질에도 문제가 있을수 있다는 얘기다.

특정 제품의 수요가 급증할 경우 부품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게될
위험도 안고있다.

게다가 일본은 비록 일본계 부품업체를 통해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지만
유럽정부로부터 유럽부품을 적극적으로 조달하는 외국기업으로 환영받고
있다.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셈이다.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부품수는 5만여개.자그마한 오디오를
만드는데도 몇백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따라서 1개 업체의 힘으로 그많은 부품을 조달할수 없는게 현실이다.

자동차든 전자든 결국 한국에서 호흡을 맞춰 중소협력업체와 동반진출을
확대하는 길이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올리는 지름길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