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진

이웃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보면 기술은 문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선진화에 성공한 일본이 문화 인식에서 기로에 서있는 문제는
우리에게도 공통된 과제이다.

일진월보로 발전해 가는 기술이 우리의 생활 사회 사상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쉽게 문화와 융화되지 않고
오히려 괴리현상마저 느낀다.

기술이 과연 문명의 상징,아니 문화의 상징이었나를 묻고 싶어진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 생활양식을 살펴보면 그런대로 생활 속에 합리적인
생각이 깊이 침투되어 과학기술의 생활화가 발견된다.

기술이 생활을 바꾸고 있는지 아니면 생활이 기술을 만들게 하고 있는지
애매해진 인과관계가 문제일 뿐이다.

문화란 무엇일까.

"컬처"( culture )를 살펴보자."습관 종교 사회형태 따위의 모든
생활양식을 총괄해 문화라 부른다"라고 적혀있다.

말하자면 문화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것이고 그 발전은 인간 상상력의 실천이었음을 알수 있다.

원시시대의 석기를 봐도 당시 신소재의 발견에서부터 제작기법과 재료의
이용률을 생각한 생산 기술엔 놀라지 않을수 없다.

그 독특한 공작용 도구와 아름다운 미의식까지를 생각한 하나의 체계를
발견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다. 무엇보다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생활과 가치관이
발견된다.

그리고 기술에 대해 광대한 인간의 활동이 있었음을 알수 있다.

사냥과 동물 해체용 도구,경작과 곡물 수확용 도구,나무와 뼈로 만든
어구등 용도에 따라 개발된 다양한 도구를 들수 있다.

사냥 농경등 주생활 환경에 따라 석기도 종류가 다양했고 기술의
발전방향도 당연히 달랐다.

말하자면 문화의 본질은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규정하고 사회 규범의
기원이었음을 알수 있다.

보다 좋은 도구의 활용이 생활의 발전 방향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던것을
생각하면 기술과 문화는 본래 일체로서 불가분이었음을 알수 있고,기술의
첨단효과도 이해된다.

문화에는 변화와 동시에 창조라는 개념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첨단 기술의 발전은 문화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있는가 하면 결정적으로 영향을주는 것도 발견할수 있다.

그래서 그 본질을 잘 살펴보면 기술은 기존문화의 중핵과 정신적 표현
등 추상적인 시스템구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PC가 개발 보급되면서 PC와 TV를 매개로 한 개인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그래도 교사와 생도와 같은 인간관계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은 위의 사실을 입증해 주는 예다.

단지 첨단기술을 쓰고 있느냐에 따라 벌어지기 쉬운 개인간의 정보
격차를 인식한 인간은 의식적으로 PC에 접근한다.

그러나 기술발전은 물(물)과 사람의 교류를 세계화시킨다.

문화의 다이내미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적인 고유문화가 잡다한 복합문화로 새 틀이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종자의 우열도 유전자와 같은 "씨앗의 조합"으로 창출해내고 있는 기술을
볼때 고유문화의 우월성에 대한 오만은 창조에 해롭다는 것도 알수있다.

종전 공업적인 생활양식에서는 질보다 양,특수한 것보다 표준화된것에
가치를 두었다.

이와같은 사고로 오늘날의 경제기반이 구축된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위기는 경제적인 발전과 문화적인 발전이 상반된다는
개념을 구현해옴으로써 자초된 것이다.

노사문제,경제적 경쟁,지구촌에 표출된 환경문제는 그 좋은 예라고
할수있다.

종래의 공업적 생활양식을 문화적인 목표와 일치시키는 새가치 기준에
의한 세계화가 절실하다.

요즘 기술을 중요시한 산학협동이 그 어느때보다 성행하고 있다.

기업은 연구결과 이익이 나면 연구에 재투자를 해야할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나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연구시설,연구자 수에서 기업을 당해낼수 없다.

대학이 기업과 같은 동기로 같은 테마를 연구한다면 협력을 한다해도
보완관계는 성립될수 없다.

동기가 달라야 같은것을 봐도 해석이 달라질수 있기 때문이다.

이질문화의 복합이 새가치를 창출해낼수 있는 이때 협동의 의미도
바로잡아야 겠다.

문화창조만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는 대학 연구기관의 역할과 그래서
창출된 문화가 기업의 응용기술에 융화될때 미래형 기술문화는 창출될수
있다.

앞서 지적한 현대기술과 문화의 괴리현상도 문화의 샘으로서의 대학및
연구기관의 역할과 기술의 샘으로서의 기업의 역할이 불균형된데서
야기된 극히 부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금은 인간의 품에서 한때 떨어져 나갔던 기계가 인간의 품으로
되돌아 오고있는 시대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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