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 가운데 나라안의 이목은 개각에 쏠려 있다.

어느 자리에 누가 앉느냐에 관심이 쏠리는걸 탓할수는 없으나 새로 자리를
맡는 사람들의 새로운 각오다짐 만으로 모든 문제가 풀리는건 아니다.

더욱이 내년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은 그 어느때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어느 해인들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특히 95년은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결정해 주는 분수령이 되는 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은 무한 경쟁시대가 비로소 시작됐다는걸
말해준다.

이제부터의 경쟁은 바로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운동경기처럼 눈앞에서
승패가 판별되는 그런 경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올해의 경기
국면이 95년에도 지속되어 정책기조에 큰 변화가 없는한 95년 성장률이
7~7.5%에 이를 것으로 19일 전망했다.

내년의 경상수지는 수출증가율 둔화와 경상거래 자유화의 영향으로 적자폭
이 약간 늘어난 51억~59억달러에 이르고 안정화 노력이 강화되지 않을 경우
6% 수준의 인플레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KDI의 내년 경제전망은 이미 지난8일 발표한 한국은행의 경제전망과 거의
비슷하다.

물가불안 속에서도 경기호황은 지속된다는 것이다.

호황국면이 지속된다는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호황국면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불황일 때 불황국면을 벗어나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다.

성장률, 물가, 국제수지등의 목표가 합리적으로 조정되면서 경제정책이
집행되는 올바른 정책혼합이 요구되고 있다.

내년의 해외 경제여건은 우리에게 특별히 불리한건 없다.

최소한 한국경제 흐름에 큰 부담을 줄만한 악재는 예상되지 않는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한국경제의 실적이 나쁘더라도 그것을 남의 탓으로
돌릴수 없다는 것과 같다.

무한경쟁 시대는 바로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다.

서비스부문의 개방, 외환자유화와 자본시장의 개방이 확대되면서 한국경제
는 세계경제의 일부로 편입되고 있다.

여기서 버틸수 있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내년에는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으로 원화절상, 통화증발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는 늘어나게 돼 있고 또 늘어나야 한다.

지자제 선거로 돈은 풀리게 돼 있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통화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경우 통화긴축의 부담이 모든 부문에 고르게 퍼지지 않고 중소기업을
비롯한 일부 부문에 집중될 것이고 또한 생산적인 부문의 어려움도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통화긴축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는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걸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물가는 통화관리 만으로 잡히지 않는다.

임금안정, 유통구조개선 등을 통해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함께 펼쳐져야 한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선진국이나 경쟁국인 대만, 싱가포르보다 높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인플레 요인이 해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있다는 말이다.

국내 요인에서 오는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모든 부문의
코스트절감 노력은 물론 통화, 재정, 외환등 정책수단간의 연계가 강화
되어야 한다.

예컨대 재정긴축을 통해 민간여신의 위축을 방지하는 것등이 그것이다.

한편 실물흐름을 잘 반영하는 통화지표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통화관리
문제와 관련해서 그동안 논쟁의 초점이 돼왔던 한은 독립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국회가 열렸다.

정부 원안대로라면 재정경제원의 권한은 막강해진다.

재경원 장관이 김통위 의장을 맡으면 재경원은 예산, 세제, 금융 등을
장악하게 된다.

통화금융 정책을 누가 맡든 나라를 위해 정책운용을 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견제와 균형이다.

어떤 일을 효과적으로 하는데 있어서 견제는 일시적으로 비효율적인
것같이 보일지 모르나 견제 그 자체가 나라전체를 위한 균형역할을 한다.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면 관료주의 폐단만 늘어난다.

내년 수출이 선진국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약세반전, 원화
절상으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여건이 어떻게 변화하든 가격및 품질경쟁력을 제고시키지 않고서는 수출을
늘릴수 없는 것이다.

경제정책 운용은 몇가지 목표지표의 달성과정이 아니다.

성장률의 고저가 문제아니라 성장능력을 높이는 일,물가불안 요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일, 일관성있는 정책집행 등이 중요하다.

어떤 기업에는 허용되고 어떤 기업에는 허용안되는 해외증권발행 신청문제
등 일관성없는 경제정책과 여전히 분명치 않은 산업정책 방향으로 경제의
안정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곧 출범할 새 내각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