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무역환경이 한치앞을 예측할 수 없을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세계 유수 기업의 공산품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우리의 안방으로 파고들고
국내 기업들도 구매력을 지닌 곳이라면 세계어디나 찾아나서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구평회 회장(68).

그는 칠순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세계화''의 조기 달성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월드컵 한국유치 위원장직까지 맡아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김영삼대통령과 45년간 친교를 유지해온 구회장은 ''기업인'' ''민간경제
단체장'' 등 어떤 직함이 주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며 뚜렷한 족적을 남겨
왔다.

지금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함을 느끼는 구회장이다.

국제무역전쟁의 민간사령탑인 구회장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50층 회장실
에서 만났다.


-김영삼대통령과 아주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언제부터 알게
되었습니까.

<> 구회장 =그분과 절친하다 그렇지 않다는 표현은 저에게 적합하지
않은것 같습니다.

절친하다는 것은 쌍방이 다 좋아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김대통령께 물어
봐서 절친하다고 하면 친한 것이고 그 반대면 절친하지 않은 것일 테고.

사귄지는 아주 오래되었어요. 학교때부터 알았으니까.


-50여년 이상 사귄 셈이군요.

<> 구회장 =그 정도는 안될겁니다. 1949년으로 기억합니다. 서울대 문리대
학창시절이었으니까 약 45년정도 되겠지요.(김대통령은 철학과이고 구회장은
정치학과 출신이다)


-요즘도 가끔 만나십니까.

<> 구회장 =공적인 일로 만나지요. 대통령과 공적인 일 이외에 만날 길이
있겠습니까.


-공적으로 만났을때 주로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까.

<> 구회장 =(너털 웃음을 웃은뒤) 한국경제가 잘돼야 하고, 월드컵도
유치돼야 하고..

최고 통치자가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셔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구회장께서는 국내 기업인중 영어를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어는 언제 배우셨습니까.

<> 구회장 =그건 과장된 얘기입니다. 잘한다기 보다는 그냥 의사소통을
하는 정도지요.

대학 다닐때부터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당시 남대문의 EMI학원
에서 주로 밤에 영어를 배웠지요.

6.25전쟁 당시에는 통역장교로도 근무했습니다.


-요즘 세계화다, 국제화다 하고 야단들인데 세계화의 의미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 구회장 =제 나름대로 정리해본적이 있지요. 정치 외교 문화등의 전반에
걸친 세계화와 기업의 세계화 국제화와는 조금 각도가 다릅니다.

기업의 경우 경제전쟁을 통해서 어떻게 생존하느냐와 생존하면서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과제입니다.

통신과 교통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면 나중에 균형이 깨질 것입니다.

미래에 닥칠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각국이 협조를 하면서 경쟁을
해나가는 것이 곧 세계화입니다.

이렇게 나가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이같은 세계화추세를 위해서 국가의 각 주체들이 할 일이 많겠지요.

<> 구회장 =우리가 해야할 일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말로만 세계화다,
국제화다 할것이 아니라 긴 세월을 두고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법은 국회에서, 사회제도와 관행은 우리 자신이 바꿔 나가야 합니다.
이것들을 세계화의 큰 흐름속에 맞춰 나가는 노력을 하고 국가전체에서
이 세계화 훈련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및 문화 경제등을 지배하는 각종제도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뀔때 세계화
의 흐름에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2002년 월드컵 유치전망은 어떻습니까.

<> 구회장 =지금 간단하게 속단할수 없을 정도의 많은 난관이 남아
있습니다.

유치위 자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전국민과 국가가 함께 뭉쳐서 해줘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치위원회가 한다, 안한다를 얘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국제축구연맹은 첫째 우리의 국제경기를 치를수 있는 경기장과 통신 교통
등을 평가하고, 둘째 우리나라의 축구문화를, 셋째 수익성을 따질 것입니다.

이 세가지가 우리나라 유치의 평가기준이 될것이기 때문에 국민과 정치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입니다.

단순한 축구행사의 유치로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현재의 무협회장직과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무역특계자금이 오는
97년부터 폐지되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체 수익기반을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까.

<> 구회장 =사업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해야겠지요. 모든 사업을 제로
베이스에 두고 재검토해서 중단할 것은 과감히 중단하고 새로운 현안사업은
적극 추진하는 리스트럭처링전략이 필요합니다.

업무의 추진도 효율성을 제고하고 운영경비를 절감토록할 계획입니다.
특히 보유자산의 합리적인 운영과 정보사업 연수사업등 수익사업을 다양화
하고 회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내년초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출범합니다. 그동안 국제화와 세계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 특히 중소업체의 대응은 미진한
편입니다. 무협이 이들 업체를 어떻게 지원해 나갈 생각이십니까.

<> 구회장 =협회 산하의 국제무역연수원에서 국제화감각을 갖춘 무역전문
인력을 양성, 중소업체들이 필요로할 경우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중소업체의 세계시장 개척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한국상품의 상표이미지
광고를 세계 유수의 경제잡지들에 내고 있습니다.

중소업체의 해외마케팅 지원책으로 수출상품 홍보카탈로그 제작을 확대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고유브랜드를 보유하거나 유망수출품목을 개발한
중소기업과 함께 거점수출지역의 상품전문지에 공동광고를 낼 예정입니다.


-올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무역업계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데 내년도
의 수출입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 구회장 =앞으로 큰 변수가 없는 한 올연말까지 수출은 9백40억달러,
수입은 1천억달러 내외로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60억달러 정도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도의 세계무역환경은 선진국경기의 긍정적인 면도 있으나 우리 수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엔화가 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크고 국내 물가및 임금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절상되는 추세로 반전된 이후 국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내년도에는 수출이 올해보다 11.7% 증가한 1천50만달러, 수입은
13.0% 증가한 1천1백30만달러로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가 8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출 1척억달러시대를 맞아 정부와 업계가 개선해야할 점이 있다면.

<> 구회장 =우리의 연간 수출이 1천억달러 시대를 맞이하는 내년은 지금
까지 세계무역질서를 이끌어온 GATT체제가 끝나고 WTO체제로 전환되는
해입니다.

이젠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대신 WTO체제가 허용하는 각종 정부의 지원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한 예로
현재 정부예산의 2% 수준인 기술개발투자를 선진국 수준인 3%대로 올리고
7%선인 수출보험활용률도 20%까지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업계 또한 정부의존형 수출전략에서 탈피, 대외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구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특히 노사관계의 안정을 통한 생산성향상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요즘 남북경협문제가 우리 경제계의 최대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방북계획은 없습니까.

<> 구회장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기업인들이 서두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협이 민간기업보다 한발 늦게 북한에 간다고 해서 남북경협을
소홀히 한다고 보지 않길 바랍니다.

특히 북한과의 거래가 국가간의 거래인지 국내 교역인지 정의가 모호
합니다.

무협이 나선다고 하면 이는 어디까지나 국제거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경제단체들보다는 예민한 문제입니다.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에 대해서 무협은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주 건강해 보이십니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 구회장 =건강하지 않아요(웃음). 1주일에 한번 골프하고 테니스치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저의 생활에서 테니스는 신진대사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골프는 하루 기분이 좋고, 테니스는 이틀, 등산은 사흘 기분이 좋고...
그런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땀을 많이 흘리는 순으로 좋은 운동이라는 말씀이시군요.

<> 구회장 =골프를 치고 나면 그날은 기분이 좋지만 다음날까지 지속되지
않아요.

이에반해 테니스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이튿날까지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등산은 다리가 뻐근한게 사흘째까지 가지요.


-골프 핸디는 어느 정도입니까.

<> 구회장 =19정도지요. 이젠 그 보다도 못쳐요. 친구와 치기도 하고,
외국인과도 가끔 어울립니다.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아요.


-내기도 하십니까.

<> 구회장 =내기라면 친한 친구들과 점심내기 정도지, 현금을 주고 받고
하는 일은 없어요.

(구회장은 요즘이 기업경영을 할때보다 더 바쁜것 같다고 털어 놓으면서
가능한한 주말은 가족들과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 대담 = 문중식 < 부국장대우 >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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