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과연 제철소를 건설할 수있을 것인가.

현대그룹이 1차 공세후 침묵을 지키고있어 지금은 소강국면이나 "제2제철"
문제는 삼성의 승용차진출 못지않게 올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핫이슈였다.

과거 제철소건설을 추진했다가 뜻을 이루지못한 정주영명예회장이
여전히 제철소에 미련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삼성의 승용차사업
진출과 맞물려 갖가지 추측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현대의 제철소건설계획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7월. 그룹일각에서 연산
930만t규모의 일관제철소건설을 목표로한 청사진이 흘러나오면서부터다.

현대의 제철소건설계획은 그러나 수면위로 떠오르자 마자 벽에 부딪쳤다.

상공자원부가 공급과잉을 이유로 즉각 허용불가를 천명했다.

기존업계도 속사정은 어떤지 몰라도 겉으로는 상공자원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대는 이에대해 강한 톤의 반론을 제기했다.

상공자원부의 수급전망에 문제가 있으며 국내철강산업이 일정궤도에
오른만큼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체제로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제2제철"을 둘러싼 시비는 상공자원부와 현대그룹간 수급논쟁을
거쳐 현체제의 유지냐,경쟁체제로의 전환이냐하는 산업정책의 문제로
확산됐다.

상공자원부가 수용불가의 입장을 고수하고있고 현대그룹 또한
사업계획서를 정식으로 제출하지않아 "제2제철"문제는 위상저하를
우려하는 기존업계의 설비확장만 유발한채 일단 잠잠해졌다.

하지만 현대가 제철소건설을 위한 2차공세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내년에도 다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희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