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섬출신의 기술연수생 하리안또씨(26). 반월공단의 한
자동차부품업체에서 만난 그는 하얀 작업복을 입고 도장일을 열심히
하고있었다.

한국근로자들과 뒤섞여 일하는 그의 모습은 숙련공과 다름이 없다.

그는 동료인도네시아인들과 함께 5개월전에 입국,한달간의 현장실습교육
(OJT)을 받고 현재의 일을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 생활에 만족하는냐는 질문에 그는 서슴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옆에 있던 회사관계자들도 그의 근무태도나 업무능력에 대해 "만족"
이라는 코멘트를 던진다.

14명을 배정받은 이회사에선 출사파 걱정이 남이 일이다.

오히려 사장이 계약 재연장을 전제로 1년이 되는 내년 7월 고향에
다녀오라고 매달 여행경비를 저축해주고있다. 보너스인 셈이다.

9백여명이 입국한 인도네시아 연수생들은 아직 이탈인원이 단 한명에
불과하다. 일도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비결은 무엇일까. 하이안또씨가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하리안또씨는
모하마디아대학 경영학과 출신이다.

그렇지만 그는 자바에서 트럭운전을 했다.

그러다가 신문에 난 한국행 연수생 모집광고를 보고신청서류를 냈다.

사우디아라비아행을 생각했으나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이 춥고 사람들이 거칠다는 말을 들었으나 외국인들에게 관대하다는
소문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류심사 신체검사등 1차관문을 통과하자 그를 맞고있는 것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차로 한시간거리에 위치한 비나완(BINAWAN)훈련원.
비나완은 인력송출기관중의 하나이다.

이곳에서 하리안또씨는 한달간의 교육을 받았다.

"지옥훈련"이라는 별명을 얻은 비나완의 교육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신병훈련과 다를바가 없다.

우선 입소와 함께 하리안또씨는 삭발을 해야만했다. 훈련복을 지급받은
그는 제식훈련태권도 PT체조 봉체조등을 받는다.

흙탕물속을 포복하는 과정도 있다. 훈련은 인도네시아 현역 특수부대
요원들이 시키고 있다. 그러니 완벽할수밖에 없다.

외국어와 관습교육을 빼고 이런 고된 훈련을 받는 것은 인도네시아
에서도 유독 한국에 오는 연수생들뿐이다.

지옥훈련의 아이디어를 냈다는 한성동비나완한국사무소 대표는 "열대지방
사람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근무하기위해선 정신무장을 단단히 시킬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적격자를 선별하는데도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연수원에서 10%정도가 중도탈락한다는 귀띔이다.

요즘 추위와 싸우고있다는 하리안또씨도 이같은 지옥훈련을 중도 포기
하고 싶었으나 애인을 생각,한국행 티켓을 거머쥐게됐다.

인도네시아에선 결혼비용을 1백% 남자가 부담한다. 결혼비용은 50만원
정도이다. 그곳에선 6개월치이상의 봉급을 모아야한다.

하리안또씨는 요즘 애인얼굴을 그리며 향수를 달래고 있다. 고달픈 일이
생기면 지옥훈련을 떠올리기도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행 티겟을 따기위해선 보통 5대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송출기관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비교적 인력이 우수하다는 자바나 발리섬
출신을 선발한다고 한다.

기술연수생의 선발은 현지 송출업체의 몫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경우 처럼 "한국적 현실"을 고려한 교육을 연수생
알선창구인 중소기업중앙회측이 각나라에 조언해줄 필요도 절실해지고
있다.

돈을 쫓아 각나라로 나가는 동남아 각국의 해외취업파들에게 한국행
티켓이최고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건 한국이 잘산다는 것과 인력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동시에 말해주는
사례이다.

마구잡이로 데려와 국력을 낭비하지않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한
인도네시아연수생이 행동으로 보여주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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