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장동의 신발업체 세원(대표 김병춘)의 아침 출근길은 여느 회사
와는 사뭇 다르다.

아침 8시. "니하오." "안녕하세요"등 중국어와 한국어가 뒤섞이면서
라인에 현장직원들이 모여든다.

베트남어도 들린다.

이회사엔 현재 중국 베트남등지에서온 2백30여명의 외국연수생들이
현장에서 일하고있다.

신발공장에서 가장 힘든 일로 꼽히는 프레스라인을 비롯 재봉라인자수실
등에서 한몫을 단단히 하고있다.

올해중 2백여명을 추가로 데려와 전체종업원의 20%까지 다국적 용병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반월공단의 텐트업체 신양은 생산직 1백20명중 26명이 태국과 베트남
에서 온 이방인들로 채워져있다.

제품포장과 미싱일등을 하는 이들의 손놀림은 우리나라 근로자들과
다를바가 없다.

개폐기업체인 보성중전기에도 일용직근로자들로 충당하던 금구류생산
현장에 필리핀 용병들이 군말없이 땀을 흘리고있다.

생산현장의 다국적 용병시대다.

이는 한국 산업사의 한페이지로 엄연히 자리를 잡고있다.

용병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건비를 줄여 생산원가를 낮추자는 계산에서다.

3D업종의 경우 극심한 인력난을 피해보자는 자구책이기도하다.

독일이나 일본,대만과 싱가포르가 걸었던 길을 우리도 똑같이 따라가고
있다.

철새처럼 이동하는 국내 근로자들의 빈자리를 이들 용병들이 메워주고
있다.

이들은 단순노동을 하는 일에 배치된다.

대개 1달에서 2달간 현장실습교육(OJT)을 받고 실무에 배치된다.

큰 하자가 없으면 재계약을 해 2년간 근무할 수있다.

이탈자문제로 고민하고있는 기업들을 빼면 거의모든 기업들은 용병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있다.

3개월정도가 되면 기대이상의 생산성을 올린다는 게 업체들의 분석이다.

세원은 4백60명의 외국인을 현장에 투입할 경우 매달 2억원의 인건비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하고있다.

한국인을 쓸 경우 통상임금기준으로 68만원이 드는반면 외국인은
27만원이면 그만이다.

외국인을 쓰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이는 나이키등 바이어들의 요구를 맞추는 길이된다.

신발오더는 늘고있는데 손이 달리는게 현실이다.

이쯤되면 용병은 "한식구"가 되고도 남는다.

김병춘세원사장은 "부서장들이서로 외국인을 달라"고 주문한다며 이들의
역할을 귀뜸해준다.

보성중전기 임도수사장도 용병들의 업무에 만족해 하고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단순작업이지만 일용직을 고용했을 때보다 업무효율이
올라가 있다는 진단에서 나온 말이다.

얼굴과 풍습과 언어가 다른 10여개국의 연수생들이 들어오면서 업계에
새풍속도가 그려지고있다.

바로 외국어열풍이다.

세원은 지난8월부터 사내에 중국어 강사를 초빙,아침반 오후2개반등
3개과정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30명이 중국어교육을 받았고 현재 60명이 중국어습득에
구슬땀을 흘리고있다.

회사측은 내년부터 중국어실력을 인사고과에 반영키로했다.

외국인력을 쓰는 기업들에 이같은 외국어열풍이 번지고있다.

이들을 데려왔으니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을 활용,국제화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계산도 함께 깔려있다.

< 부산=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