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유화의 성적표는 어떨까.

국내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뒀을까.

아니면 국내산업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역작용을 했을까.

기존업체들의 반발속에 전면 실시된지 한달여후면 만5년을 맞게되는 석유
화학투자자유화를 분석한다.


정부는 90년부터 석유화학분야 신규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석유화학공업투자지도방안''을 88년 11월23일 발표했다.

이는 정부주도로 움직여온 석유화학산업정책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조치
였다.

그런만큼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던게 사실이다.

문제는 우려했던 부분들이 먼저 현실화했다는데 있다.

삼성과 현대는 자유화가 되자마자 공장건설에 들어갔다.

1조3천억원이 투입된 대산의 석유화학단지가 1년 반만에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뒤질세라 기존업체들도 투자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유화 2년만에 무려 6조6천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석유화학쪽에 투입
됐다.

그 결과는 생산능력의 급격한 증대로 나타났다.

투자가 자유화된지 2년만에 에틸렌연산능력이 1백6만t에서 2백81만t으로
늘어났다.

저밀도폴리에틸렌은 37만t에서 78만t으로 불어났다.

폴리프로필렌도 61만t에서 1백24만t으로 증가했다.

공급과잉현상이 표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쏟아져 나오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출혈과당경쟁을
벌였다.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에서 까지 치고받는 싸움을 했다.

제값을 받을수가 없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91년에 2천억원이었던 업계의 적자규모가 92년에는 5천억원으로 늘어났다.

93년에는 7천억원으로 불어났다.

급기야 국내최초이자 최대합성수지업체인 대한유화가 법정관리에 들어
가기에 이르렀다.

자구책으로 기초유분과 합성수지의 생산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제2의 대한유화사태를 막아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던 것이다.

이같은 업계의 사정이 올들어 반전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2/4분기 들면서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탈출하는 조짐들이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8월들어 미국 유럽 등의 대규모 나프타분해공장들이 사고로 가동중단
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기보수까지 연기해 가면서 공장을 풀가동했다.

그럼에도 수요업계쪽에서는 물량을 더 달라고 아우성을 쳐댄다.

재고가 바닥을 드러낸지도 이미 오래됐다.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흑자전환의 꿈에 부풀어 있다. 유공(석유화학부문) 한화종합화학
대림산업 호남석유화학 등은 올해 순익을 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요즘은 얼마나 순익을 낼 것이냐에 관심을 쏟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은 사정들로 볼때 석유화학경기는 황금기였던 지난80년대 후반과 별
차이가 없다.

외형상으로는 경기가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투자자유화는 국내업체들을 심한 몸살로 시달리게 했다.

반면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역할도 했다.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던 석유화학을 수출산업화했다.

미국 유럽 등에서의 잇단 사고를 틈타 수출시장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구조를 선진국형의 수요자위주로 바꿨다.

''값진 경쟁의 논리''를 터득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투자자유화의 성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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