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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자와 준이치 도호쿠대학총장(68)은 정말 ''유명한''사람이다.

반도체분야를 필두로 광기술 에너지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업적을
올리고 있다. 응용분야인 반도체분야에 노벨강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니시자와총장의 몫일 것이란 평을 받을 정도이다.

그는 교육가로서도 사표를 보이고 있는 인물이다. 철두철미한 연구지도로
후학을 양성하는가 하면 암기에 치우치고 있는 일본의 교육시스템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부르짖고 있기도 하다.

그의 저서 ''독창교육이 일본을 구한다''는 ''암기편중교육에 대한 직언''
이란 제목으로 번역돼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한국에서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26년 센다이가 위치한 미야기현에서 태어나 반도체연구진흥회
연구소장 일/중과학기술문화센터 명예회장등을 역임했으며 89년엔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명문 도호쿠대학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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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교육에 이런저런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니시자와총장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만 암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공부란 방법이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시험에 낙방하지 않기 위한 공부가 되어서는 발전성이 없어요. 외기보다는
이치를 깨닫게 하고 독창성을 살리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시험도 암기만
해서는 답할 수없는 형태로 바뀌어야 해요.

-대학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니시자와총장 =대학마다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도쿄대학
이라고 하면 관료를 배출하는 측면에서는 최고입니다.

교토대학의 경우는 문과계, 도호쿠대학은 연구부문이 강합니다. 이같은
분업체계를 잘 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뭐든지 도쿄대학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런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합니다.

-일본은 기초연구가 약하다고 지적되고 있습니다만.

<>니시자와총장 =제2차대전전만 해도 그렇게까지 약하진 않았습니다.
유카와 히데키같은 분은 노벨상 물리학상까지 받았지요.

그렇지만 요즘은 너무 팔리는(유행하는) 연구에만 신경들을 써요.
기초연구가 잘될리 없지요. 남들이 잘하지 않는 분야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참 걱정입니다.

-총장께서는 반도체 광기술 에너지기술등 다양한 방면의 연구를 하고
계시는데.

<>니시자와총장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반도체 한분야라고 봐도 됩니다.
반도체를 하다보니 연관된 분야들도 취급하게 됐지만 크게 보아 반도체란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됩니까. 또
특허에 관심을 기울인 동기는 무엇인가요.

<>니시자와총장 =특허에 대한 관리는 반도체연구소란 별도의 사무실에서
담당하고 있으니까 얼마나 되는지는 잘몰라요(많다는 의미가 함축돼있다).

관심을 기울인 동기라고 하면 전후 어려웠을때 앞으로의 일본의 기술로
승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던 것이라고 할수있습니다.

특허란 무형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자산도 없다고 봅니다.

-특허가 많다는 것은 발명이라든지 발견이 많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고
생각됩니다다만.

<>니시자와총장 =그렇습니다. 역시 기본은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한 뒤에 이런저런 궁리를 하게되는 것이지요.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실제적으론 발명과 발견은 거의 동시에 시작된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발견이나 발명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니시자와총장 =뭐라고 할까요. 역시 생략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사람이란 흔히 일반적인 생각을 따르게 마련이지만 상식이란 것도
혼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가 많아요.

저의 경우는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혼자서 곰곰 생각해보곤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총장께서 늘상 지적하시는 독창성의 문제라고 볼수있겠군요.

<>니시자와총장 =그렇죠. 독창성이라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데서
부터 출발한다고 봅니다. 모르는 것은 스스로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알때까지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허라이선스수입은 전액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만.

<>니시자와총장 =지역의 발전이라기 보다는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사용
한다는 편이 더 옳을 것입니다.

특허수입은 모두 반도체연구소를 통해 집행하는데 대부분을 새로운 분야
에만 사용토록 해놓고 있습니다.

발전가능성이 큰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지요. 광통신이라는
것도 그래서 수확이 나온 것입니다.

-지역발전에의 기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군요.

<>니시자와총장 =새로운 산업을 만든다면 지역도 더욱 발전할수 있겠지요.
사실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 이지역 발전계획의 중추를 이루고
있어요.

저도 참여했습니다만 인텔리전트 코스모스계획이란 이름의 발전계획입니다.
지역을 발전시키는데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

-특허로 들어온 수입은 대략 어느 정도입니까.

<>니시자와총장 =글쎄 얼마나 될까요. 1천만엔정도일 겁니다. 일본기업
이란 정말 돈에는 짜거든요.

특허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돈이 들기때문에 외국에는 특허신청을 하지
않았어요. 일본기업들로부터의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셈이지요.

-연구실적이랄까, 연구시스템등을 생각할 경우 앞으로의 미/일간 반도체
경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니시자와총장 =역시 생산측면에서는 일본이 강하다고 보지만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미국쪽이 우월하다고 봐야 하겠지요.

그런면은 앞으로도 별로 변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로직에서
강한 만큼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도 그만큼 세다고 볼 수 있겠지요.

-총장님의 말씀은 기초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점과 연결이
되는군요. 그런 면을 생각할때 한국이 반도체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니시자와총장 =기초산업이라는 것은 역시 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갑자기
잘 하려고 하는 것은 역시 무리입니다.

시간을 갖고 해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일본은 그것을 잘하지
못했지만 한국은 기초연구자를 잘뽑아야 합니다.

-뽑는다는 것은 스카우트를 많이 하라는 의미인가요.

<>니시자와총장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을 많이 스카우트해야 합니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을 뽑는 사람입니다. 넓은 안목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심이 없는 사람이 인재를 발탁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는 법이거든요.

-총장님의 경우도 일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든지 실패한다든지 하는 경우
가 있었으리라고 보는데 그런 경우는 어떻게 극복해 나갑니까.

<>니시자와총장 =대개 고전음악을 듣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거든요.
바하보다도 이전의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음악가들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림이나 도자기를 감상하기도 하지요.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삼성그룹
(전자)사람의 안내를 받아 이천에도 곧잘 갔었어요.

-한국에는 삼성외에도 반도체를 취급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만 그런
회사들과의 교류는...

<>니시자와총장 =다른 업체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습니다. 금성사의 경우
는 이곳 센다이에 합작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만 액정분야의 연구를 목적
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분야도 다소 다르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좀 들려주시지요.

<>니시자와총장 =글쎄요. 지금으로선 뭐라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총장
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2년은 더 계속해야
하니까요.

총장일이 끝나면 일단은 반도체연구소에서 초고주파를 내는 마크네트론
제조등의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2.45기가Hz정도의 마그네트론입니다만
이것이라면 전자레인지에도 쓸수 있다고 봅니다.

-하루의 일상생활은 어떻게 구성됩니까.

<>니시자와총장 =지금은 사람을 만난다든지 강연한다든지 하는 일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너무 바빠 저녁밥도 밤11시께나 들지요. 한밤중에야
글을 쓰는등 혼자의 시간을 좀 가지고 새벽1시께에 잠자리에 듭니다.

-건강관리방법은 역시 골프이신가요.

<>니시자와총장 =골프라는 운동자체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그렇게 넓은
장소를 몇사람이 사용한다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운동에는 원래 소질이 없기 때문에 다른 운동도 하지를 않습니다. 중학생
때는 산을 좋아해 이리저리 쏘다니기도 했습니다만 그이후는 기력만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대담 =이봉후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