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란동인회"는 시를 좋아하는 여류시인들의 모임이다.

2년여동안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동숭동 대학로의 한 찻집에 모여
차를 마시면서 시의 꽃을 피우고 우정도 함께 나누는 시우들의 모임.

죽란이란 이름은 경기도 능내 마현부락에 있는 다산 정약용선생의 사랑채
"죽란사"에서 그 이름을 빌려왔다.

대나무처럼 올곧고 사철 푸른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뜻에서였다.

우리는 다른 동인들과 달리 봄의 살구꽃때 여름의 연꽃때 서늘한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국화꽃때 그리고 한겨울을 지낸뒤 매서운 추위끝의 꽃샘
다음인 매화꽃때에 맞추어 한적한 야외로 나가 갖는 시회를 잊지 않는다.

이때는 시를 쓰기도 하고 작품평도 하며 자작품을 가지고 낭송하기도
한다.

계절에 맞추어 풀과 나무, 꽃과 새, 강과 들을 찾아가 경이로운 자연의
빛과 소리와 내음들을 가슴으로 느끼며 우리의 시심을 가꾸고 키워가고
있다.

현재 죽란동인회 회원은 모두 9명이다.

모임이전에 이미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한 회원도 있고 모임도중에
영광을 얻은 동인도 있다.

특히 우리들은 나름의 색깔과 목소리로 각기 다른 문학지(월간문학 시대
문학 문예사조 문예한국 예술세계등)를 통해 등단하여 각자의 개성과
시세계가 매우 다르다.

그리하여 시회때에는 서로 매서운 질책과 뜨거운 충고를 아낌없이 나누어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작년에는 뛰어난 감성과 고백적 호소력을 지닌 첫 동인지 "장미차를
생각함"(도서출판 마을)을 상재하여 한국문단에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킨바도 있다.

죽란동인회 회원은 이제 얼마지 않아 두번째 동인지를 통해 새롭게 변모된
자신의 시세계를 다시 선보이게 될것이라며 모두들 조심스런 기대를 하고
있다.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할 일은 오로지 시를 사랑하는 일뿐이다"라는
김희경회장을 중심으로 모임을 갖는 죽란동인회는 김미녀 권옥희 김옥희
나숙자 남인희 서정란 서주석 시인과 총무일을 맡아보는 필자로 구성되어
있다.

세상에 물들지 않는 대나무같은 정절과 기백으로 마디마디 시혼이 담긴
작품들을 빚어내고자 하는 우리 동인들의 티없이 맑고 순수한 시정신이
죽란과 함께 사철 푸르게 피어나리라 믿는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