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출범은 국내업계의 수출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로운 국제무역질서규범인 WTO가 내년초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나라의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낮추고 자의적인 무역및 투자제한조치
발동을 억제하며 통상분쟁도 다자간협의로 풀어 나가자는 WTO체제.

과연 이 새로운 교역질서 안에서 한국은 득을 볼 것인지 아니면 실이
많을지가 무엇보다 관심사이다.

현재까지의 손익계산은 대체로 잃는것 보다는 얻는게 더 많다는 것이다.

농산물이나 서비스등 국제경쟁력이 뒤지는 분야에선 고생하겠지만 대부분의
제조업 부문에선 더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제조업 주도의 수출지향적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과 같은 나라는
각국의 관세인하등으로 톡톡히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이같은 혜택을 고스란히 받기 위해선 나름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건 기본이다.

선진국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계량분석에 따르면 WTO협정
발효이후 앞으로 10년간 한국의 수출은 2백25억달러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증대효과는 같은기간중 81억달러가량.

따라서 향후10년간 총1백44억달러의 무역수지개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산업연구원(KIET)은 WTO출범에 따른 각국의 관세인하로 우리 제조업분야의
수출이 향후 5년차에 50억달러 늘어나고 수입은 5억달러 증가에 그쳐 45억
달러의 국제수지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등 선진국들이 WTO협정에
따라 현행관세율을 33~56%정도씩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행 평균관세율 5.4%를 3.6%로 인하해야 하고 일본은 3.9%에서
1.7%, EU는 5.7%에서 3.6%로 각각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

반면 한국은 현재의 평균관세율이 7.9%로 UR에서 약속한 최종연도의 양허
관세율(10.6%)보다 이미 낮은 상태다.

추가적인 관세인하부담이 거의 없는 셈이다.

따라서 관세율인하로 인한 수입유발효과는 작은 반면 수출증대효과는 커
전체적으로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관세인하 효과 이외에 비관세장벽이 허물어지는 것도 한국엔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다.

반덤핑발동 요건 강화 세이프가드협상 분쟁해결절차 강화등도 한국에
실보다는 득을 더많이 안겨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노장우상공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반덤핑등 무역규범이 명료화됨에 따라
선진국의 자의적인 무역규제가 억제될 것이고 상설 분쟁해결기구가 신설돼
예측가능한 무역환경이 조성됨으로써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의 반덤핑등 각종 비관세장벽의 규제를 받고 있는 국내업체의 수출
건수는 지난92년 현재 70건.

전체 수출액수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이같은 외국 규제하의 수출이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WTO출범이 한국수출에 마냥 순풍으로만 작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게 UR보조금및 상계관세협정에 따른 정부의 수출보조금 감축이다.

그동안 국내 무역업체들이 정부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받아온 각종 혜택을
이젠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홀로서기"가 불가피해졌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행 수출지원제도를 WTO협정에 맞춰 대폭 손질하는 작업을 진행중
이다.

아직 뚜렷한 윤곽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동안 수출업계에 적지 않은 힘이
돼 온 직접보조금 성격의 지원은 중단해야 한다.

전면중단은 아니더라도 정부가 수출관련 지원제도로 운영하고 있는 무역
금융 수출산업설비금융 수출손실준비금등 20여개의 금융및 조세지원은
상당한 수술이 불가피하다.

물론 정부는 현행 수출지원제도 개편과 함께 수출보험등 간접지원 방식의
제도와 정책개발을 함께 추진중이긴 하다.

그럼에도 WTO출범과 함께 시작될 무한경쟁시대에서 한국수출이 살아남는
길은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관건이란 지적이 많다.

외국의 관세나 비관세장벽이 낮아진다고 우리의 수출이 저절로 늘어나는
건 분명 아니다.

경쟁국 업체들에 비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야만 좋아진
수출환경을 1백%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국경없는 경쟁시대엔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온
마케팅능력 확충과 신제품개발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WTO출범은 모든 나라의 기업들이 각종 보호막을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진짜 실력을 겨뤄보는 장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론 "도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라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한국이 세계경쟁무대에서 도전에 무릎을 꿇을 것인지, 아니면 기회를
지혜롭게 활용할 것인지는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손에 달린 셈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