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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초부터 본지에 게재된 "한국의 경제관료" 시리즈는 과천을 비롯한
경제관료집단은 물론 정.재계등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취재반에는 연일 독자의 격려전화와 편지가 쇄도했다.

내용도 각양각색이었다.

공감표시등 격려성 목소리가 있었는가 하면 또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관료들을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않았다.

독자들의 엇갈린 반응과 취재과정에서의 뒷얘기들을 취재반 기자들의
방담으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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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과천관가의 반응부터 짚어보죠.

<>A기자=한마디로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매일 기사를 스크랩하고 돌려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죠. 반응도
좋은 편이었습니다.

경제관료들의 실상을 종합적으로 해부하는 합동취재방식을 시도한
점이 돋보였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짜임새가 좋다"는 것이었죠.

<>B기자=이제까진 언론이 관이 생산하는 정책만을 다루었을 뿐 정책을
생산하고 집행하는 양태와 메커니즘을 정면으로 입체 분석한 적은 없지
않았습니까.

이 점에서 관료들은 상당히 경계도 했지만 높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경제기획원 재무부 상공자원부등 "빅3"쪽에서 흥미로운 반응이
나왔습니다.

비교적 비판 무풍지대에 있었던 나머지 경제부처 관료들이 처음 본격
도마대에 올랐다는 것이었지요.

평소에 느껴왔던 조직내부의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에는 "고맙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습니다.

<>C기자=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을 사례중심으로 보여줬던 건 국민들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기여했다는 의견이 많았죠. 물론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고요.

재무부의 어느 국장은 정책의 난맥상을 여과없이 꼬집었을 때는 반성의
계기가 됐다고도 하더군요.

<>D기자=비경제부처쪽에서도 상당한 화제가 됐습니다.

특히 청와대나 총리실, 총무처에선 기사내용의 사실여부에 대해 직접
문의를 해오고 구체적인 사실을 알 수 없겠냐는등 깊은 관심을 보였죠.

<>반장=총론적 평가는 그랬을지 몰라도 각론에 들어가서는 불만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A기자=그렇습니다.

테마중심으로 시리즈를 전개하다보니 너무 주제에 얽매여 일과성 사안을
침소봉대해 다뤘다거나, 문제제기만 했지 뚜렷한 대안제시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관료들은 항상 얻어맞는 것"이라는 분위기에 편승해 지나치게 매도한
부분이 있었다는 불만도 많았고요.

낮은 봉급, 열악한 업무환경등을 다뤘을 땐 박수를 보내다가도
복지부동이나 정책의 비효율성을 꼬집을 때는 내놓고 서운해하기도
했지요.

<>E기자=상공자원부의 어떤 과장은 "지방 일선창구에서 복지부동했다면
몰라도 적어도 중앙경제부처에서는 아니다.

위의 차관보 국장을 봐도 그렇고 아래 사무관들을 살펴봐도 시간에
쫓겨 정신없이 일만 하지 엎드려 딴 생각하는 사람은 없더라"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F기자=사실 중앙부처보다 외청이나 지방행정조직에 대해서 보다
폭넓게 다뤘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실제 부딪히는 공무원들은 바로 일선 창구의 공무원들
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문제제기가 더욱 필요했다는 얘기죠.

<>C기자=과천관가의 공통적 반응중 한가지 흥미로웠던 건 자기 부처가
도마위에 올랐을 때는 상당히 아파했지만 다른 부처가 두들겨맞을 때는
은근히 쾌재를 부르더라는 점이었습니다.

"나는 잘하는 데 남이 문제다"라는 자기최면이 이렇게도 표출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더군요.

<>반장=금융기관이나 업계등 민간쪽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G기자=관료들의 전시.규제행정 권위주의행태등을 파헤친 부분에 많은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만큼 민간부문이 경제부처에 짓눌려 있었다는 반증이겠죠. 기사내용중
"금융기관은 재무부의 신탁통치를 받고있다"는 표현이 시내판에서 다소
완화된 적이 있었는 데 한 은행원이 취재반에 전화를 걸어 "정확히 맞는
표현인데 왜 바꿨느냐"고 항의하더군요.

내용에 대한 항의뿐이 아니라 제보도 많았습니다.

"이러 이런 사례가 많으니 취재해서 꼭 기사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반장=시리즈를 주로 사람 이야기 중심으로 다루다 보니까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많았죠. <>B기자=구체적인 사례가 소개될 때는 불가피하게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실명보다는 영어약자로 대신했고 경우에 따라선
이니셜도 일부러 틀리게 쓴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실제 사례가 있는 그대로 나가다보니 "이건 누가 한 얘기가
틀림없다"는 식으로 주위에선 대개 눈치를 채는 것 같았습니다.

<>C기자=틀리게 쓴 이니셜을 가진 사람이 그 부처에 공교롭게 한명
뿐이어서 애꿎게 의심을 받았다고 피해를 호소해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는 "도대체 이 얘기의 주인공이 누구냐"며
발설자를 알아내려는 데 급급한 행태를 보일 때는 "관료사회가 변화
하려면 아직 멀었구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기자=경제기획원의 한 사무관은 관료시리즈 때문에 결혼전선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고 투덜대기도 했죠.

형편없는 봉급과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사무관들의 실태와 애환을 다룬
기사가 나가자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이 "다시 생각해봐야 겠다"고
하더라는 겁니다.

<>반장=시리즈 연재기간중 때마침 일본에서 "관료망국론"이란 책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돼 한국과 일본의 관료를 비교할 수 있는 계기가
돼기도 했죠.

<>D기자=그랬습니다. 관료주의란 게 반드시 관료조직에서만 나타나는
문제이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리즈가 관료사회뿐 아니라 민간기업들에도 반향을 일으켰던 까닭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지요.

<>G기자=한 대기업 사장은 "관료시리즈를 읽으며 왠지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하더군요.

그만큼 우리사회의 대부분 조직이 어느 정도씩은 관료화돼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시리즈가 제기한 관료사회의 문제들은 반드시 관료들만의
문제가 아닌 셈입니다. 바로 우리사회 전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라는
얘기죠.

<>반장=시리즈에 대한 독자들의 다양한 평가는 앞으로 우리 기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한정된 인력, 시간과 자료의 제약등으로 당초 의도했던 대로 한국
경제관료사회를 제대로 진단하고 문제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는 데는
아무래도 미진했다는 자성도 하게 됩니다.

시리즈는 한국 경제관료사회의 변혁을 촉구하는 시작일 뿐 결코
완성물은 아닐 겝니다.

취재과정에서 새로 얻은 과제도 많았지요.

앞으로 두고두고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 취재반 : 이학영(반장) 육동인 김선태 홍찬선 안상욱 하영춘
차병석 김정욱 기자 ]]

<정리=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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