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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경영연구소는 25일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21세기 경쟁패러다임과
한국적 경영전략''이란 주제로 창립기념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은 "리엔지니어링등의 경영개혁작업도 한국실정
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포지엄의 토론내용을 요약 정리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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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한정화 < 한양대 교수 >
안병우 < 기획원 차관보 >
박웅서 < 삼성유화 사장 >
최청림 < 조선일보 이사 >
조윤환 < 한사기계 사장 >

<> 안병우경제기획원 차관보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시대상황을
맞아 정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경영상의 리스크는 당사자인 기업이 지는 만큼 정부는 경쟁여건을
조성하는데 그쳐야 한다.

이제까지의 지도나 간섭은 지양하고 규제완화를 보다 실효성있게 추진,
걸림돌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같은 점을 인식, 공기업민영화및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민자유치를
시행하고 있다.

민간의 효율을 공공부문에도 도입하자는 취지에서다. 글로벌시대의 경쟁은
국가전체의 조직시스템이 좌우한다.

그래서 정부의 변신도 기업의 변신 못지않은 중요한 과제다. 정부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사회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 한정화한양대교수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이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각자의 신념체계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바로 이 신념체계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이 이만큼 발전한데는 학습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모방학습이었다.

이제부턴 창조적 학습이 필요하다. 또 우리 기업들은 너무 유형자산쪽으로
관심이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인적자산이나 연구개발등 무형자산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 질 것이다.
또 한가지 기업이 명심해야 할 것은 "절차의 공정성"을 지키는 일이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 박웅서삼성석유화학사장 =기업의 다각화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좋다 나쁘다"식의 평가는 난센스다. 21세기의 새로운 산업이 눈에 보이면
되도록 빨리 진출하는게 좋다.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 이 과정에서 분리할 것은
분리하고 퇴출시킬 것은 퇴출시켜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기업이 알아서 해야 한다. 정부가 이러쿵 저러쿵 얘기할게
못된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질적 개혁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질적 개혁을
통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질적 개혁만 있으면 사양산업은 있을 수 없다. 섬유산업만 해도 현재 최대
수출국은 독일과 일본이다.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일부 지적은 적정치 못하다.

<> 최청림조선일보이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지만 사실 뜬구름 잡는
얘기다.

논의를 좀더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논의에
있어서도 일본이나 싱가포르의 예를 자꾸 드는데 그런류의 얘기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어디까지나 우리 입맛에 맞는 신경영을 찾아내야 한다. 리엔지니어링을
실시한 기업중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는 것도 알고 보면 한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모든 분야에서 일류를 지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달성 가능한 분야에
주력해야지 남이 잘 된다고 따라해서는 안된다.

또 너무 하드웨어에 매달려서도 곤란하다. 휴먼웨어(인적 자산)와 기업
문화 조직체계등 눈에 안보이는 부분을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너무 성숙산업에만 매달려 있는 것도 문제다. 철강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1억7천만t이 과잉공급 상태다.

자동차나 가전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턴 미래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조윤환한사기계사장 =개인적으로 지난 30년간 한국은 산업화를 성공적
으로 수행해 왔다고 본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달리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는 선진국이 하는 일을 빨리 배우자는 것이다.

따라잡은 부분이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도 뒤떨어진 부분은 하루라도
빨리 배워야 한다.

선진국으로부터 배우는 과정에서도 특화나 전문화는 가능하다. 대기업들도
잘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인적자원 관리도 그렇고 창업자나 후계경영자들의 경영마인드도 괜찮은
편이라고 본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이나 현대의 제철업진출을
왜 막고 있는지 모르겠다.

소유구조가 문제라면 오너들의 소유지분을 매각토록 유도하면 될 것
아닌가.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관료들도 성장과정에
기여했다는 "엘리트의식"을 혼자 독점할 것이 아니라 산업일선에도 자신들에
못지않은 엘리트들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들이 공무원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흔히들 지금은 "단군이래의 호기"라고 한다. 공무원들이 "원가의식"을 갖고
국민생활의 세세한 부분에 산재해 있는 비효율만 제거해 준다면 우리나라의
비전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 정구현교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현실은 비단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세계가 똑같은 상황에 당면하고 있다. IBM이나 시어즈그룹 벤츠등의
초일류기업들이 환경변화에 적기대응을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앞으로 전세계의 산업은 10개 정도의 회사가 전산업을 과점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다.

이때 한국기업은 세계 1천대 기업에 20개 정도 들어가면 성공이라고 본다.
"글로벌 경쟁"은 탈락자를 대거 발생시키는 약육강식의 논리다.

따라서 정부는 경쟁하는 부분은 기업에 맡기고,사회시스템을 통해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과 개인을 감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의식의 혼재시대에 살고 있다. 조선조시대와 군사독재및
민주주의의 문화,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및 정보사회의 가치관이 뒤섞여 있는
과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의 노력만으로 의식개혁이 이뤄질수는 없다. 모든 경제주체의 의식이
함께 보조를 맞춰 변해야 한다.

<> 조동성교수 =국론 분열을 막고 한쪽으로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국론이 통합돼고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컨센서스를 이뤄야 개혁도 빨리
이뤄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몽테스키외는 "3권분립"을 주장했는데 앞으로는 "3권화합"으로
가야 한다.

몽테스키외 시대의 "3권"은 입법 행정 사법이었지만 앞으로는 이 3권이
아닌 3권, 즉 정부 기업 국민의 화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업이 국민(소비자)을 주인으로 모시고 정부는 기업에 봉사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를 자신들의 "이익대변자"로 생각하는 3각구도가 자리를
잡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정리=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