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은 단순하다.이대로는 안되니까 무엇인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바뀌어야 하는 것 중에 우선적인 것이 과학기술계 스스로의 자세
이며 다음이 정부이다."

이 말은 경실련 과학기술위원회와 대덕 과학기술정책연구회가 최근 펴낸
"우리나라 과학기술행정의 쇄신을 위한연구"라는 보고서(책임 집필위원
한남대 경제학과 설성수교수.원자력연구소 박창규안전평가팀부장)의 머리말
의 일부이다.

이들은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등에 대해 나름대로 문제를
제기했다.

현 과학기술 행정체계의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이다.

우선 부처별 업무영역의 불명확으로 인한 부처별 다툼을 들수있다.

정보산업의 육성에관한 체신부와 상공부의 다툼이 그것이며 과기처
산하의 출연연구기관을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출발한 상공자원부의
생산기술연구원도 현재 업무의 일부가 출연연구기관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의 기반이 되는 기술분류도 과기처의 것과 상공부의
기술분류사이에는 연계가 없다.

기술예측이나 기술 수요조사도 대부분 동일한 전문가가 수행하나 각
부처의 활용에는 연계가 없기에는 마찬가지다.

두번째로 실질적인 종합조정기구의 부재를 꼽았다.

정부조직법에는 과학기술 관련업무의 조정은 과기처의 고유업무로 돼
있으나 과기처는 고작 국무총리주재의 종합과학기술심의회의 간사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뚜렷한 조정자도 없고 조정 원칙도 없어
사안에 따라 정책집행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있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일쑤이다.

전형적인 분권형 국가인 미국에서도 과학기술 정책만큼은 중앙집중식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세째 계획과 예산의 연계가 미흡하다.

개별 부처의 개별사업을 중심으로 한 예산배분은 국가 과학기술 역량의
집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업의 계속성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예산부서의 담당자가 우선사업에 밀려 예산 배정을 할수없는 경우도있고
담당부서에서 어차피 삭감될 예산이므로 신청시에 부풀린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사업을 수행하는 부처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예산 기능이 연계되도록 해야한다.

이 보고서는 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과학기술행정의 최종 집행자는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과학기술자들
인데 이들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연구과제의 선정과 진행이 되고있는등
과학기술인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있다.

또 대학은 놀고있고 기초과학정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교육부의 기초과학정책은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지원이어서 연구개발에
대한지원은 미약하다.

과기처의 지원은 최근들어 강조하고 있지만 기초과학분야를 연구하는
연구기관이나 이공계대학에서 쓸수있는 예산은 없다.

기초과학 육성을 외치면서 2~3년 안에 성과를 기대하고 있고 고가의
장비는 사줄 수 있는데 운영비는 대줄수없다는 모순을 안고있다.

기초연구 정책의 미흡도 문제지만 또다른 큰 문제는 지나친 부처중심의
사업계획작성으로 국가 전체적인 과학기술 계획의 윤곽을 잡을수가
없다는데 있다.

따라서 국가 연구개발사업의 세부적인 통계를 잡을수도 없고 국가 목적을
위한 집중적이고 전략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

동일한 연구자가 동일한 주제로 제목만 달리한채 국방기술사업 특정
연구사업 그리고 정보통신사업 등 3개부처의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비도덕적인 경우도 있다.

또 정부출연연구소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집행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학기술정책 만큼이나 출연연구소의 위상도 갈팡질팡
하고있다.

소관부처 논쟁과 민영화 등이 거론되고 있고 출연연은 나름대로 항변하고
있다.

이제는 이같은 소모성 논쟁은 그만두어야한다.

출연연구소는 연구소대로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되며 과기처는 출연연구소
가 산하기관이 아니라 국가 목적을 위한 범부처 공통의 수단이라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에만 의존하는 민간기업의 연구개발형태도 이제는 변해야
만한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정부지원이 있어야만 연구개발을 하겠다는
자세이며 대기업마저 크게 다르지않다.

때문에 정부의 민간기업지원은 간접적인 지원방법을 택하는것이 바람직하다.

< 이기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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