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여년동안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우리제품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중저가제품은 후발개도국등에, 고부가가치제품은 선진국에 밀려 올해
무역적자가 벌써 56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의 산업구조가 대외의존적임을 감안할때 유일한 대안은 기술개발과
품질향상밖에 없다.

본지는 한국표준협회와 공동으로 정부 학계 기업체인사를 한자리에 모아
''품질경영운동''의 중요성과 품질경쟁력 확보 방안에 대해 의견을 들어봤다.
***********************************************************************

*** 참석자 : 박삼규 < 공업진흥청장 >
김선홍 < 한국표준협회 회장/기아그룹 회장 >
김광호 <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이상용 < 사회 : 건국대학장 >

<> 이교수 =공업진흥청은 올해를 "품질의 해"로 정하는등 산업계에 품질
최우선주의를 정착시키고자 품질경영운동을 펼쳐왔습니다.

품질경쟁력을 키우자는 이운동이 성공하기위해서는 현재 우리 산업의
전반적인 국제경쟁력 실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할 것입니다.

공진청에서는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 수준을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 박청장 =산업경쟁력을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으로 나눠서 보면
가격경쟁력이 약해졌습니다.

근로의욕상실등으로 노동력의 확보가 어려워졌죠. 노동력이 질적으로
우수하느냐 하는데도 회의가 듭니다.

임금도 85년을 기준으로 우리가 3백28%가 오른데 비해 일본은 1백26%,
대만은 2백31%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금융비용도 일본 대만등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임금이나 금융비용이 경쟁국에 비해 훨씬 높고 사회간접시설의 부족으로
인한 물류비용의 증가등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품질경쟁력은 대만 싱가포르 홍콩등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우위라고 봅니다.

그러나 선진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격경쟁력은 후발개도국에 쫓기고 품질경쟁력은 선진국에 뒤처져 있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가격경쟁력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품질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어야할 때입니다.

결국은 선진국하고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죠.

<> 이교수 =가격경쟁력의 약화 요인을 기업의 외적요인, 예를 들어 물류
비용땅값의 상승등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내적 요인 즉 경영합리화등의 노력부족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기업들은 정부에 의존하는 습성이 많죠.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정신이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어느 수준입니까.

<> 김회장 =자동차산업은 방대한 산업입니다.

우리나라의 올해 총생산은 2백50만대 정도이고 그중 1백만대 가량이
수출됩니다.

세계적으로 5위권이죠. 어느정도 국제경쟁력이 있느냐는 단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각국에서 안전을 비롯 환경 성능등의 규제가 심해져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히 환경문제가 제일 어렵습니다.

생산과정에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 문제에서부터 어떻게 폐기처분하는가에
까지 따지게 되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규제한다"는 말을 할정도입니다.

국제경쟁력이 있느냐하는 문제도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경쟁력입니다.

자동차산업은 2.5산업입니다.

제조업인 2에서 0.5가 붙은 것은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0.5를 줄이는 것은 고객만족(CS)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죠. 자동차는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품질의 경쟁력은 곧 부품의 경쟁력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동차는 경쟁을 하는데 부품은 경쟁을 안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은 부품의 경쟁력이 있어야 진정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도 우수한 인력이
일할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터전이 아직 안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 이교수 =자동차산업은 세계 5위권입니다.

삼성의 D램 수출도 매출에서 세계 1위이지요.

전자제품의 경우 유럽에서 어느정도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지요.

<> 김부회장 =우리 나라의 경우 전자제품은 3백15억달러를 수출합니다.

전체수출량의 3분의 1정도입니다.

많이 좋하졌다고 표현할수 있지요.

우리를 포함한 한국제품의 품질수준이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으나
여전히 수출경쟁력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제품품질이라는 것입니다.

우리회사의 해외시장 불량률을 보면 올해는 2년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습니다.

2배가량 좋아졌다는 얘기지요.

금년도 해외클레임 건수도 지난해보다 반으로 줄었습니다.

유럽의 소비자잡지에서 국산제품이 1,2,3등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합니다.

선진국인 일본에 비해 80~90%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위주의 수출로 고유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한 것 또한 수출경쟁력 약화및 제값을 못받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요.

투자부족및 인력구조의 취약, 부품업계의 영세성등이 수출경쟁력 약화의
이유입니다.

2류 부품갖고 1류제품을 만들수 없지요.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마음가짐과 자긍심이 더욱 고취되어야 품질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봅니다.

<> 이교수 =인적자원인 근로자의 자질이 품질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애로사항은 무엇인지요.

<> 김부회장 =우리의 천혜의 자원은 인재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과 낮은 문맹률로 최고 수준의 인적자원을 보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실력을 발휘할 전쟁터인 사회로 나오면 재교육이 필수적인
범재 또는 둔재들입니다.

평준화된 교육제도로 창의력은 없고 평범한 사람만 배출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습기재의 낙후로 전자공학과 졸업생이 라디오 회로도 분석을
못합니다.

기업에서 1~2년정도 재교육을 해야 합니다.

재교육비로 그룹에서 연간 8백억원쯤을 쓰고 있지요.

근로가치관의 확립도 중요합니다.

장인정신을 잃어버렸어요.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잘 살아보자는 정신이 실종됐습니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이 보람이나 적성때문이 아닙니다.

쉬운일을 골라서 쉽게 돈벌겠다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치관이 바뀐 신인류가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장점도 있지만 학문의 깊이가 없고 자기중심적이고 자기만을
위하려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춥니다.

이 모든 현상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황금만능의 물질주의를 배격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