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영화를 보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을 다룬게 가끔 있다.

보험금을 노려 사전에 보험에 들고 사고를 내는 것을 보험에선 "역선택"
이라고 한다.

보험역선택을 얘기하면서 빼놓을수 없는 예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른바 "박분례여인 사건". 이사건은 어느보험사에서나 신입사원교육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다.

때와 장소는 지난75년1월 경남 남해. 박여인은 남해 언니집을 오가면서
그달 30일이 형부 할아버지 제삿날임을 안다.

D-데이는 바로 그날이었다. 제사가 끝나고 언니가족들이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한다.

새벽1시께 잠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이불위에 석유를 붓고 성냥불을
그어댔다.

그리곤 방문을 뛰어나와 3백미터정도 떨어진 사촌오빠집으로 향했다.

이윽고 마을에서 "불이야"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언니가족이 모두
사망했음은 물론이다.

그녀는 경찰확인조사에서 "중풍을 앓고 있는 형부가 담배를 피우려고
성냥불을 켜다가 손이 떨려 성냥불을 이불위에 놓쳐 불이 났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결국 화재원인은 담배불로 인한 실화로 결론지어진다. 박여인은 언니가
든 보험에서 1천8백만원의 거금을 손에 쥔다. 손쉽게 거금을 번 그녀는
제2의 범죄대상으로 시동생 엄모씨를 지목한다.

엄씨에게 아이들 교육문제등을 생각해 보험에 들 것을 권유했다.

거사일은 76년5월11일. 박여인은 미리 준비한 청산가리를 핸드백에 넣고
시동생을 집근처 다방으로 불러냈다.

다방에서 자기는 커피를 시키고 동생에겐 우유를 권했다.

그리고나서 박여인은 다방카운터에 놓인 신문을 가져달라고 부탁한뒤
그사이를 틈타 준비한 독약을 우유에 털어넣었다.

병원측은 시체부검도 없이 엄씨의 사망원인을 단순한 심장마비로
처리했다.

박여인은 그로부터 1달여가 지나 보험사를 찾았다. 그러자 보험사측은
깜짝 놀랐다.

1년전쯤 언니집의 화재로 1천8백만원을 타간 박여인이 다시 4천5백만원
의 보험금을 받으러 온 것이다.

의아하게 생각한 보험사는 사고조사에 들어갔다.

사망한 엄씨의 부인을 만나 보험에 들었냐고 물었다. 대답은 예상대로
"아니요"였다.

보험사는 이렇게되자 이사건이 계획적인 살인사건 인지를 가려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은 시체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으나 사망한지
너무 오래돼 독물검출이 불가능하다는게 연구소측 대답이었다.

따라서 타살혐의가 없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다.

그러나 박여인사건은 결국 만천하에 밝혀진다.

언니가족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군복무중이던 조카가 제대해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의 보험금을 이모인 박여인이 타간 사실을 알아내고
꼬치꼬치 캐낸 끝에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이밖에도 자동차사고로 위장한다는지 암등 치명적인 질병을 숨긴채
보험에 가입하는등 보험범죄는 수없이 생기고 있다.

고의적인 보험계약을 골라내는 일은 보험사의 중요한 일중의 하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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