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박영배특파원 ]지난주 내내 라스베가스에서는 컴덱스쇼가 열렸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2천여개의 컴퓨터회사들이 총출연한 이 전시회에서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단연 프리마 돈나였다.

이를 증명하듯, 컨벤션 센터 1층 입구 중앙에서 가장 넓게 자리잡은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전시관은 항상 초단원이었다.

개막식날 이 회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기조연설을 할때는 무려 1만여명이
몰려들 정도였다.

이날 그의 연설은 컴퓨터 황제라는 칭호에 걸맞게 자신에 차 있었다.

빌 게이츠외에 노벨사의 로버트 프랑센버그사장, 인텔사의 앤드루
그로브사장등의 연설도 관심을 끌었다.

마치 미국 컴퓨터업계의 자축파티인듯 하다는 한 딜러의 얘기는 매우
시사적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곧 미컴퓨터업계의 현주소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분야에서 만큼은 일본이나 유럽어느 나라도 기를 펴지 못한다.

이처럼 미국 컴퓨터는 가격 기술 마케팅면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첫째 가격경쟁에서 앞서 있다.

지난 5년 계속 컴퓨터가격은 꾸준히 내려가는 추세이다.

92년 봄 컴팩이 단행한 자사 컴퓨터가격 50%인하를 계기로 컴퓨터 가격
인하경쟁이 본격화됐다.

뒤따라서 애플은 37%, IBM은 20%나 판매가격을 인하했다.

올들어서도 이들 회사외에 휴렛팩커드등 대부분의 회사들이 다투어 가격
인하에 나섰다.

둘째는 유통시장의 확대이다.

콤퓨터가격의 하락은 결과적으로 수요를 크게 늘렸다.

이제는 컴퓨터가 가전제품화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시어즈나 메이시등 백화점에서부터 프라이스 클럽같은 창고
가격 도매점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는 필수취급품이 됐다.

델과 컴퓨애드등에서는 간접비를 줄이는 파격적인 방법으로 우편판매를
실시중인데, 기존 상점보다 30%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셋째는 연구개발투자의 확대이다.

지난해 연방정부는 8억1천2백만달러를, 컴퓨터연구에 지원했다.

이 자금은 주로 국무성 에너지성 항공우주국 자연과학 재단등을 통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하이 퍼포먼스 컴퓨팅 액트''라는 법에 따라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기술등 5개의 영역을 설정, 업체들을 지원한다.

지난 92년부터 올까지 23억달러, 내년도에는 12억달러가 계상돼 있다.

업체들의 경우도 총매출액의 13~16%정도를 연구개발비에 투입하고 있는데
해마다 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다.

기술혁신과 새제품생산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다.

넷째는 경쟁력향상이라는 목표아래 업체간에 제휴하는 합종연형이다.

그 형태도 자본합작 기술결합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예로 IBM 애플 모토롤라가 연대해 개발한 파워PC칩을 꼽을수
있다.

이는 인텔의 펜티엄칩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다.

한때 애플은 IBM의 강력한 경쟁자였으나 이제는 우군이 되어 공존을
모색해 가고 있다.

또 빌 게이츠와 애플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현 넥스트사대표)의
협력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넥스트사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마이크로 소프트가 도입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미국의 컴퓨터 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적자가 누적돼 도산과
감량경영등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92년 4.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서 있다.

이 회복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컴퓨터업계는 21세기 최대의 산업으로 돌리는 멀티미디어사업에
너나없이 참여 사업영역 확대와 아울러 국제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정보하이웨어>사업에 업계의 사기가 한껏 더올라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제품싸이클이 짧은데다 엄처난 개발비, 업체간 과당경쟁, 해외생산
기지로부터의 제품유입등으로 업체들의 수없는 부침은 어쩔수 없을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