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 대우경제연구소 소장 >

지나간 십수년간 진행된 세계경제환경의 변화는 서너가지 측면에서 그
특징을 파악할수 있다.

하나는 무역 해외투자 경제협력등 개별지역간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경제
교류에 관한 추세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구조 기술구조 금융구조나 환경
에너지수급구조등 모든 국가에서 별도로 진행되지만 그 세부적 구성내용과
정도만 다를뿐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이다.

세번째는 각국의 경제제일주의 혹은 단기적 이익추구 성향때문에 무역규범
이든 환율이든 국제간 거래체제가 불안정해졌다는 점이다.

또 사회주의 국가 또는 권위주의체제 국가들이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인정
하고 내부개혁과 개방을 추구하게 되었으며 선.후진국가들간의 경제력격차는
더욱 벌어짐으로써 이제는 남북문제의 재래를 염려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선 경제교류에 관한 세계적 추세를 세분해 살펴본다.

각국의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이 일체화되는 지구촌화(golbalization) 또는
국경없는 경제(borderless economy)라고 불리는 움직임이 있는 반면 세계
경제가 지역별로 역외차별적 경제권을 형성해나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일본과 ASEAN의 긴밀한 접근등
비교적 큰 지역경제권이 계획적으로 추진되는 동시에 수많은 국지경제권도
자연스레 형성 발전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경제의 상대적 정체와 동아시아
경제권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선진국간에도 투자격차가 지속되면서 국제수지
불균형이 계속돼 북미 EU와 일본을 중심으로한 삼극경제체제는 좀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미국은 비대칭적 상호의존관계(경제는 일본이 우세해지는
과정에 있는데 반해 정치 외교는 일본이 미국에 거의 의존함)에 있는데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과의 경제적 불균형이 증가하고 있어 그 상호관계가
매우 불안정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가 시장이나 거래 통화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아직 높은데 미국사회의 건강이 약화되고 통화가치가 불안정화되고 있는
측면과 동서냉전체제의 붕괴후 개혁과 개방을 표방하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자본주의체제 편입에 따른 무질서와 불안정성도 돋보인다.

그런데 이상과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교통과 통신기술의 발달, 각국 규제의 완화, 문물의 교류활발화, 지난해
12월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등을 감안할때 지구촌화추세는 과거보다
더욱 강하고 치밀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예를들어 상품무역에 있어 과거보다 폭넓은 품목(예:서비스 농산물 첨단
제품)이 자유거래대상이 되고 무역보다 장기적인 신뢰관계에 기반을 두고
추진되는 해외투자나 기술제휴등의 거래형태도 보편화되며, 과거 자본주의
내지 자유무역주의를 회피하던 전세계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비자본주의
경제가 새로 지구경제에 편입되는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분업체계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다국적기업들의 역할이 눈부실 것이다.

그들은 과거에 개별국가들이 자주독립에 필수적이라 하여 최대한 외국에
의존하지 않으려했던 식량 에너지 기타 기초소재의 교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기술과 금융 기회의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주의 대두가 본격화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는 94년부터 북미에서는
NAFTA가 발효되고 유럽에서는 EU와 유럽자유무역협정 EFTA의 결합체인
유럽경제지대(EEA)발효, 유럽중앙은행의 탄생및 단일통화권의 형성(97~99년)
을 준비하는 EMI가 작동되는데 이어 중남미 자유무역권과 북미 자유무역권의
연결, 서유럽과 동유럽의 결합움직임, 일본과 호주및 ASEAN의 수직적결합
등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상호주의가 팽배하고 역내중진국에 대한 배려는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서로 고지를 점령하려는 3극경쟁체제하에서 세계경제의 불안정화
추세여부는 몇가지 변수가 크게 작용하므로 쉽게 결론 내릴수 없을 것 같다.

예를들어 새로운 제품시장에 있어 기술표준 설정이 중요한데 미국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지, 유럽은 EU내지 EEA출범에 따른 내부갈등을 해소하면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요새(fortress)화"를 피할수 있을지, 또 일본사회는
보다 개방되어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을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밖에 자유무역주의 기술보호주의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에 따른
선.후진국간의 경제력 격차 확대와, 특히 인접 국가간의 국제적 노동력
이동의 빈번화가 국제경제체제의 새로운 불안요인이 될수 있다.

한편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변화해 오던 산업구조 기술구조 국제금융시장
구조등은 과거의 추세가 미래에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구조가 광역화 고도화됨으로써 각국 산업은 국경의 구별이 별로 없이
생산물을 판매하고 생산요소를 구매하게 되며, 산업간에도 업제적 통합이
빈번할 것이고, 자본집약화 기술집약화 정보집약화하는 추세는 누구도
막을수 없게 된다.

자연스럽게 서비스경제화, 경제의 정보화가 상호 박차를 가하면서 급속히
진행된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다양화해지면서 수시로 변하는 수요자들의 구미(needs)
에 맞는 생산 판매조직을 갖추게 되고, 세계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생산기지
구매기지 자금조달기지 기술개발기지를 선택하는 다국적기업이 양산될
것이며, 동시에 시장상황에 따라 몇가지 산업분야에 걸쳐 변신을 거듭하는
다각적 경영체제가 보편화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