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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식 고려대총장은 전경련초청으로 15일 오전 국제경제원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21세기를 향한 인재양성방향''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홍총장의 강연요지를 간추려 소개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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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군인들이 절대빈곤으로 부터의 해방을 부르짖으며 경제적부를 이룩
했다고는 하지만 많은 문제를 잉태시켰다.

왜 잘 살아야 되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철학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모두가 감각적으로 됐을뿐 사람답게 사는 모델제시가 없었다. 돈을
벌었다해도 자식들이 잘못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오늘날 대단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학교가 조용하니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
이나 기업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는 조용한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멀지않아 엄청난 반미운동이
대학가를 휩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반미운동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이 뉴내셔널리즘과 물밑으로 손을
잡을 경우 어떻게 될것인가.

기업들은 80년대 노조운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앞으로 반미운동으로
불이붙는 날이면 노조운동쯤은 유가 아닐것이다.

대학에 대해 빨리 손쓰고 신경쓰지 않으면 그파고를 우리사회의 체력과
능력으로 극복할수 있을까. 더구나 고생을 하면서 자란 기성세대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북한이 교묘한 방법으로 선동하고 새로운 뉴내셔널리즘기치아래 저쪽과
손잡는 세력이 우리정부와 기업을 흔들때 우리가 그것을 이길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우리처럼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에는 가진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가들은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되면 우리는 인구가 줄어든다. 이는 곧 우리의 생명선이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제자들에게 자식 많이 낳아 건강하게 옳게 가르쳐 사회에
내보내라고 당부하곤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건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이게 없어지면 우리사회는
정말 큰일이다.

지난 10월 10일 대국민을 향한 "바른교육 큰사람만들기 위한 큰교육"을
제창한 것도 이때문이다.

지금은 정부를 탓하거나 사회에 책임을 전가할 때가 아니다. 그렇게
하기에 우리사회는 너무 절박하다.

성수대교붕괴이후 시공자나 관리자의 책임추궁 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교육에 관한한 학교책임이다.

인간성의 황폐나 도덕성의 파탄은 교육계의 책임이다. 이제 교육문제는
정부의 지원이나 처분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는 대학차원에서,아니 이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으로서 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본다.

대학, 사립대학의 발전과정을 보면 보통 4단계를 거친다.

제1단계는 중세에서 1930년대 이전까지의 시기다.

그때는 귀족중심의 소수정예주의 교육이었다. 지방영주나 기업이 법인을
설립,소규모로 학교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30년대들어 큰 변화가 일어났다. 경제공황후 새로운 시민사회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인문 사회계 수요가 급팽창했다.

대학은 이시기에 수익자부담원칙에따라 등록금으로 이러한 비용을
충당했다.

그런데 50~60년대에 자연과학수요가 급팽창, 등록금만으로는 이를 충당
할수 없게 됐다. 그래서 대학은 동창회를 끌어들이게 됐다. 학교 재단
동창회가 공동체가 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와세다대학은 1954년부터 이러한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금도
총장이 재단이사장이자 동창회회장이다.

우리대학들은 그 3단계초에 들어있다. 연세대나 고려대가 동창회관을
학교안에 두려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면 4기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단순한 대학 발전 차원이 아니라 분단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하다.

어느시대든 민족사의 절대명제와 최고가치가 있다. 지금 우리의 최대
명제는 분단시대의 극복, 즉 통일의 문제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분단극복에 얼마나 기여했느냐에 의해 후손들에게
평가받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통일문제를 감당할 인재를 어떻게 키울것인가가 과제이다.

맹자에 풍년이 든 해에 자식들은 게을러지고 흉년이 든해에 자식들은
포악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게을러졌고 북한의 젊은이들은 황포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문제를 이들에게 맡겨야 된다.

북한의 한 여성지도자는 북한이 모든 것을 실패했지만 단 한가지
자식교육만은 성공했다고 말한적이 있다.

이는 참 무서운 얘기다.

이를 뒤집으면 남한은 잘먹고 잘살지만 자식교육만은 북한이 성공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장차 통일민족국가의 주역은 우리자식이지 너의 자식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사나워진 그들이 통일국가를 물려받게 된다고 생각해보라. 여기서
우리는 너와 내가 따로 없는 교육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그럼 제4기는 어디로 갈 것인가. 분단 극복을 위한 교육이다.

157개 대학의 존재가치는 별개로 하고 국민속으로 뛰어들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대학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흡수 통합되는
시기가 올 수 밖에 없다.

지금 민족사에 절실한 것은 도덕성회복이다. 한번 타락한 정신문화는
풍요로운 물질문명으로 회복할 수 없다.

이제는 이같은 타락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

현재의 교육시험과 교육제도를 답습하는 한 인성을 회복할 수 없다는게
나의 신념이다.

누군가가 이러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

5,000명정원이라면 만 19~20세인 고교 졸업생만을 뽑으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 이중 3,000명은 고교졸업생으로,나머지는 사회경력자로 뽑는
식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머지 50%정도는 인성을 살린 입시제도를 채택해야 한다. 나는
이런 식의 교육개혁을 밀고 나가겠다.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에게 대학문을 개방하는 시대가 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