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을 기점으로 동구국가들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대변혁의 첫발을
내디딜 당시 한때 급속도로 높아졌던 동구에 대한 우리의 경제적인 관심이
이제는 많이 퇴조한 느낌이다.

그러나 동구의 경제현실과 앞으로의 발전전망을 보다 깊이 관찰해 보면
동구지역이 우리기업의 진출대상지역으로서 다른 나라들에 없는 장점이
있음을 깨닫게 될것이며, 무엇보다 기업진출 대상지역으로서 동구국가들을
개별국가가 아닌 전체 동구지역, 나아가 전유럽을 겨냥한 진출거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구의 주요국이라 할수 있는 폴란드 헝가리 체크와 슬로바키아는 92년에
중부유럽 자유무역협정(CEFTA)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에 따라 이 나라들은 현재 역내교역에 있어서의 관세장벽을 점차
철폐하고 있으며 당초 2001년까지로 잡았던 역내교역의 전면적인 자유화
시기를 금년들어서는 98년초로 앞당기기로 합의하는등 교역자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위 4개국에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합한 동구 6개국은 이미
91년이래 EU의 준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준회원국협정에 따라 현재 이들 동구 6국과 EU국가사이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자유교역 대상품목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 4~5년후에는 거의
모든 품목들에 있어서 관세가 폐지되는 한편 EU의 상품표준규격이 동구에
까지 확대 적용되게 될것이고 2000년대초까지는 동구국가들이 정식으로
EU회원국이 될 전망이다.

동구는 서유럽국가들에 직접 인접해 있지만 아직 임금수준은 EU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은반면 교육수준이 높은 국민들과 비교적 우수한 공업기반을
지니고 있다.

동구에 진출하는 기업은 이와같은 이점과 더불어 앞으로 형성될 거대유럽
시장내에서 관세 쿼터 상품표준규격등 교역상의 모든 분야에서 EU회원국의
기업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되므로 유럽시장에서의 활동이 크게 유리하게
될것이다.

우리기업의 동구진출은 유럽시장뿐 아니라 유럽에 인접한 새로운 시장진출
을 위한 유리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장점도 갖는다.

예를들어 아직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흑해 경제협력체라는
새로운 경제권이 탄생하고 있다.

이것은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같은 흑해연안에 위치한 동구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과 같은 구소련의 공화국이었던 국가들, 그리고
그리스 터키와 같은 흑해연안국들로 이루어진 11개국가들의 경제협력체로서
과거 EC형의 경제통합을 최종목표로 역내경제협력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위와 같은 배경들을 놓고 볼때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라는 측면에서
동구국가들은 어느나라보다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전기 전자 자동차산업 같은 분야에서 동구에 현지공장을 세운다면 현지
공장에 의한 유럽시장의 선점효과이외에도 유치산업의 보호를 위하여
완제품보다는 부품수입에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동구국가들이나
EU국가들의 정책에 따라 부품수출을 증대시킬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라면 일부 산업분야에 있어서 동구국가들에
축적되어 있는 기술을 전수받을수 있는 합작사업을 시도해 봄직하다.

기계제작 금속가공 화공원료생산 식품가공등의 일부분야에서 동구국가들은
EU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될만큼 상당한 수준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분야에서의 기술전수 가능성은 동구시장진출의 보다 큰 이점이
될것이다.

앞으로 점차 동구가 EU에 편입되어감에 따라 동구시장에 있어서 우리기업의
수출경쟁력이 EU 역내국가의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되므로
지금부터 유럽의 상품규격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우리상품의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장선점을 노려야 한다.

또한 우리상품의 동구시장 수출과 동시에 동구로부터 가격 품질면에서
우수한 수입유망품목을 개발하는 것도 연구되어야 할 과제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경제적 진출의 대상으로서 동구를 헝가리나 폴란드
체크와 같은 몇몇 개별국가의 차원에서 보는 것을 넘어서 보다 커다란
가능성의 지역으로 다시 보아야 할것이다.

이제 몇년 앞으로 다가온 거대유럽시장을 겨냥하여 동구시장진출을 본격적
으로 고려해볼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