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합격한 수습공인회계사들의 연수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공인회계사회관 4층 회계연수원에는 안건세화 안진
산동 등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몰려왔다.

경영이념을 소개하는 한편 수습 공인회계사들에게 교육기회는 얼마나 주고
있는지, 자신들의 법인이 선택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날 행사는 수습공인회계사들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취업설명회.

굴지의 회계법인들이 유치경쟁을 벌인다는 점에서 수습공인회계사들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우수인력이라는 자부심을 갖게되는 자리였다.

또 수습 공인회계사들의 취업시즌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지난 9월8일 발표된 올해 공인회계사 합격자는 모두 2백86명.

올해부터는 공인회계사회에서 연수를 받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때문에 대학 재학중이거나 군복무문제등으로 등록을 못한 37명을 제외한
2백49명과 지난해 개인사정이 있었던 9명등 2백58명이 공인회계사회연수에
등록했다.

지난 9월26일에 시작돼 지난달 21일 연수가 끝남에 따라 수습공인회계사들
은 한달이내에 자신이 앞으로 2년동안 실무수습을 받게될 기관을 정하게
된다.

20일 취업설명회가 열린 것도 이때문이다.

현재 실무수습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회계법인 합동회계사사무소 증권감독원
공인회계사회등 4군데.

이중 수습공인회계사들의 90%이상은 회계법인으로 몰린다.

일을 배우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습 초임은 법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

실무교육을 받았음을 입증키위해 수습공인회계사들이 공인회계사회에 제출
하는 갑근세 납세필증등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대략 연봉기준 1천7백만~
1천9백만원선.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데 대한 보상이라면 많지 않은 액수이다.

국가가 인정한 "특별자격 보유자"들이기 때문에 취업은 더이상 "바늘구멍
들어가기"가 아니다.

2년간의 실무교육이 끝나면 공인회계사회에 정식회원으로 등록돼 회계사
로서 첫발을 디디게 된다.

그러나 수습기간과 정식 회계사가 된이후 이들은 상당한 갈등을 겪는다.

"시험 합격이 곧 공인회계사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후배들의 경우
열중 예닐곱은 적응을 제대로 못합니다. 회계법인들은 일반 직장처럼 직급
체계가 명확한데다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수습들 스스로 샐러리맨
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회계사 경력 10년인 S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이론과 실제의 차를 지적
한다.

관계에 진출한 친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서비스업이라는 점도 수습들의
갈등요인이다.

따라서 인식의 전환없이 추상적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는 것이 이 회계사의
지적이다.

정식회계사가 되면 수당을 포함, 월 1백30만원내외의 급여와 6백~7백%의
상여금이 지급된다.

급여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장미빛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의 회계사로서 자기밥벌이를 하려면 최소한 10년 정도가 필요
하다"는 한 회계사의 말은 그래서 적절한 표현으로 들린다.

회계법인의 직급은 크게 세가지로 급여는 상후하박체계.

3~5년 정도가 지나면 ICA(Incharge)라고 해서 회계감사 현장을 지휘하는
반장역할을 맡게 된다.

여기서 능력을 인정 받으면 부장급인 매니저로 승격하고 10년정도가
지나면 출자를 해서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

같은 회계사라고 해도 회계법인에서는 사원과 직원으로 구분되는데 출자
관계를 가진 파트너가 사원이다.

파트너는 사실상 회계사들의 정상이다.

출자보다는 얼마나 많은 클라이언트(고객)를 가지고 있는 능력자인가가
중요한 결정변수이다.

결국 법인에서 커가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회계사들은 경력 3~5년
사이에 합동회계사무소나 감사반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 또는 개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9월말 현재 국내 회계법인은 10개, 합동회계사무소는 21개, 감사반은
1백55개이다.

"자격증"을 활용해 다른 직종으로 진출하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

지난 91년 시험에 합격한 김재신씨(29.여)는 모회계법인에 근무하다 지난해
말 대한증권(현 교보증권)인수공모부 대리로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보고 싶은 욕망에서 자리를 옮겼고 새로 옮긴
회사의 경우 발행시장에 새롭게 뛰어들고 있는 만큼 회사와 같이 성장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결국 시험에 합격한 공인회계사들도 일정한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쟁과 자기노력이 전제가 되는 셈이다.

안건세화 회계법인의 김종성대표사원은 "기본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수습
기간동안 회계감사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직으로서 유망
직종인 만큼 세무 경영자문등 자신의 영역을 특화하는 것도 지혜"라고 조언
했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