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경제학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역할은 오래된 논쟁거리중 하나이다.

경제이론에서 주요경제주체의 하나인 정부가 하는 일은 크게 세금을 거두는
일과 거둔 세금을 여러가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쓰는 일로 나눌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경제활동은 국민소득에 영향을 준다.

먼저 세금을 거둬가는 것은 민간부문 가운데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적게함
으로써 소비지출을 줄이게 한다.

또 소비되는 것이 적어지면 생산이 줄어 전체적으로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제 정부가 재정균형을 유지하면서 거두는 세금과 쓰는 지출을 같은 크기
만큼 늘리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얼핏 생각하기에는 세금을 더 거둠으로써 국민소득을 감소시키고 지출을
늘림으로써 국민소득을 증대시키기 때문에 두 효과가 상쇄되어 국민소득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제이론에서는 그렇지 않다.

정부지출이 늘어나면 우선 증가된 만큼의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고, 그로인한 파급효과로 소득증대에 따른 소비지출이 늘어 이것이 국민
소득을 다시 늘어나게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같은 효과를 "승수효과"라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늘린 지출만큼의 세금을 더 거두면 늘어난 세금은 직접
국민소득을 줄이기 보다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임으로써 소비지출을
줄이고, 이에따라 국민소득을 감소시키는 반복과정을 되풀이 함으로써
앞서의 파급효과에 해당되는 부분만을 상쇄시키게 된다.

따라서 정부지출이 늘어난데 따른 직접적인 효과는 그대로 남아 결국 국민
소득은 정부지출이 늘어난만큼 증대된다.

이때 국민소득은 정부지출이 늘어난 것의 "1배"만큼 늘어나므로 승수는
1이 된다.

"균형재정승수"가 0이 아니고 1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재정균형을 유지하면서 세수와 지출을 계속 늘리는 것은
경제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

"작은 정부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요즘처럼 정부가 무너지는 우리상황은
경제이론의 또다른 역설을 가능케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