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교 < 한성대 객원교수/전 수자원공사 사장 >

우리의 국민성을 흔히 가마솥이 아닌 냄비에 비유하곤 한다.

물파동이 일어날때마다 온통 전국이 들끓다가 시간만 지나면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는듯 씻은듯이 조용해 진다.

물은 말그대로 수자원이다.

자유재가 아닌 생산원가가 투입된 공산품이다.

그러나 우리국민들은 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그냥 "공짜"로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기에 물을 "물쓰듯" 낭비하고 함부로 다루고 있다.

성수대교의 붕괴도 심각한 일이나 이에 못지 않게 물문제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된다.

바로 이 시점에 수자원은 자원으로서의 양과 질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국민 모두가 수자원에 대해서
지금 바로 총체적인 대책을 점검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것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큰 화를 자초한다.

우리는 한국이 물이 풍부한 나라로 잘못 알고 있다.

우리의 연평균강수량은 1,274 로 세계평균의 1.3배이지만 한사람당 인구
비례로 나누면 약3,000t으로 세계평균 34,000t의 11분의1에 불과해 양으로는
가난뱅이 국가이다.

여기에 비가 연중 여름에 집중되어 있고 지형상 동고서저로 비가 오면
곧바로 바다로 유출돼 버린다.

현재 전국의 용수수급현황을 보면 총량면에서 연간 총282억t(생활용수
49억t, 공업용수 25억t, 농업용수 151억t, 하천유지용수 57억t)이 필요한데
비해 공급능력은 총309억t으로 총량면에서 약 9%밖에 여유가 없다.

앞으로 인구증가 소득향상 도시화 산업화등으로 용수수요는 오는 2001년
에는 330억t으로 48억t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처럼 용수수금계획은 총량면에서도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지역적
으로는 포항 울산등과 일부 해안지역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개발원은 지난 91년 울산지역의 용수부족으로 인한 기업의 경제적손실
을 연간 2조4,000억원으로 추계, 발표한바 있다.

양적인 위기는 수요의 지속적 증가에다 댐개발 적지의 감소, 수몰보상비의
증가로 인한 단위사업비 급등, 댐개발에 따른 지역사회의 반발등으로 더욱
어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댐건설에는 최소한 10년 정도가 소요되므로 물부족시점에 착수하면 이미
늦다.

양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규댐의 지속적 건설, 지하수의 개발,
편재된 수자원을 골고루 활용하기 위한 광역용수공급체계 구축등을 통해
한강의 물을 충청도로, 낙동강물을 전라도로 공급하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 기존댐의 준설, 운영의 효율성제고, 강력한 절수운동의 전개가 필요
하다.

연간 10%의 물을 절약하면 3,000억원상당의 댐하나를 건설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댐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피해주민들에게 경제적
손실, 생활의 터전마련등 제도적 법적 재정적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수질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도물이 국민의 불신을 받은지는 이미 오래다.

도시화 산업화 축산단지의 대형화에 따라 전국의 하천이 하수천화하고
있으며 중소도시의 하천은 더욱 심하다.

수자원의 주공급원인 소양, 충주댐등 다목적댐의 수질은 2급수로 전락했다.

제주도남단의 가파도는 생활하수에 의한 지하수오염으로 빗물을 식수로
대용하는 실정이다.

전국 지하수의 17%가 오염되었으며 전국저수지 50%이상이 중금속오염으로
농업용수로도 부적판정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하수가 강을 썩게 하는 오염부하량의 72%를 차지
한다니 우리의 환경의식은 알만하다.

강의 상류에 있는 오염원인 제공자는 하류의 피해자와는 달리 수질개선에는
관심이 없게 마련이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오염원의 원천부터 봉쇄해야 한다.

수질오염의 주범인 가정에서부터 합성세제 음식찌꺼기 기타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도록 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하천의 상류인 원천의 작은 마을 단위부터 간이오염처리시설을 설치해서
원천봉쇄해야 한다.

이웃 일본이 벌이고 있는 "내고향 시냇가에 송사리가 살게 하자"는 운동을
우리도 원용할만 하다.

그리고 도시내 빗물, 폐수분리시설설치, 오염배출업소 입지조건및 배출수
기준강화, 수질개선기술개발과 교육확대등을 실시해야 한다.

하천에는 하수처리장을 증설, 현재의 하수처리율 39%를 정부의 계획대로
97년까지는 73%로 끌어 올려야 할 것이다.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현재의 물값은 너무 싸다.

원가의 50%로 바겐 세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도 좋은 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현 수도요금은 t당 219원, 미국의 2,310원, 일본의 529원, 독일의 658원에
비해 너무 싸다.

커피 한잔값이면 수도물 6.8t, 생수 1t값이면 수도물 1,000t을 살수 있다.

때문에 물낭비 <>하수량증가 <>하수처리부하량증가 <>완전처리불가능
<>그대로 강으로 방류, 오염의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관리체계의 다원화때문에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물파동때마다 파동수습
과정에 혼란을 빚어왔다.

환경처 보사부 건설부 지자체로 분산된 관리체계를 영국의 템즈강관리청
처럼 일원화하는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물에 대한 국민의 의식도 한심하다.

우리모두가 수질을 오염시키는 환경파괴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로
항변하기 일쑤다.

먼저 국민모두가 물은 유한재요, 공공재이며 후손에게 물려줄 귀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물을 "돈쓰듯" 사랑하고 절약해야 할것이다.

끝으로 수자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범국민운동으로 삼수운동의 전개를
제의한다.

매월1회 물을 사랑하는 애수, 물과 함께 즐기는 친수, 그리고 물을 아끼는
절수운동을 펼쳐 물이 깨끗한 사회, 물이 풍요로운 "워토피아"(watorpia)를
건설해 행복한 삶을 누리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