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문제와의 연계를 푼 정부의 대북경제협력재개 방침이 발표되면서
기업계의 평양접촉이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측의 계속되는 일방적 문호개방정책이 핵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더불어
북한이 진실로 평화와 민족주의적 통일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진실로 우리의 햇빛론이 북한을 개방으로 인도하고 신뢰와 동질성을
회복할수 있기 위하여는 그 햇빛이 상한 실체.실력이어야 한다.

햇빛이 아니라 어스름 달빛이거나 햇빛이라도 구름에 가린 빛이어서는
안된다.

정부도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점진적 협력, 위탁가공교역활성화에 필요한
기술자및 시설재 반출, 시범적 사업등 1단계조치를 조심스레 비치고 있다.

북한과 같은 극단의 폐쇄사회, 유례없는 족벌권력, 철저하게 시장이 없는
지시경제를 상대로 경제거래를 하는데 있어 기업계는 각별히 신중하기
바란다.

우선 순서는 무역을 중심으로 거래를 잡는수밖에 없다.

"투자"는 지금으로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는 국가간의 외교적 인정과 무역협정, 투자보장협정, 이중과세방지
협정, 분규중재에 관한 국제기구가입, 과실송금과 결제방식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지금으로서는 상당한 기간을 지나야만 가능하다.

북한이 미국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되는 시점에서야 남북간의 투자문제가
논의될수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겨우 일본의 대북한 청구권, 또는 배상의 윤곽이
잡히고 미국의 대북한 연차관 또는 정부보증 수출입은행차관사용이
가능해지고 또 그 무렵에 가야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개발은행(ADB)등의 공공차관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미.일정부자금, 즉 미.일국민세금으로 만들어진 원조자금과 한국을
포함한 시장경제권국민들의 세금으로 출자한 IBRD ADB IMF등 국제금융
기관들의 원조자금을 북한이 쓰려면 사전에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1)북한이 더이상 테러 마약 밀수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 국제적으로
증명되어야 하고(인권문제까지는 거론되지 않더라도) (2)시장기구를 계속
신장한다는 원칙과 제도의 개선이 있어야 하고(통계의 보편적 기준적용과
공표의 의무도 포함) 또한 기왕의 부도난 대서방 채무를 갚아야 하고
(3)남북한간의 군사긴장 군사대결의 완화 실질적 군축이 실행되어야 하고
(4)제네바회담에서 합의한바에 따라 북한핵폐기가 실질적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한국기업들이 현재까지의 대북거래, 즉 2천만달러도 안되는 위탁가공무역이
나 별것 아닌 무역에서나마 거의 모두 손해를 보면서도 북한접촉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두가지로 볼수 있다.

첫째는 가장 논리적인 것이어서 위에 본바와 같이 미.일 국제금융기구들의
대북공공원조가 본격화되어 전기 도로 철도 항만 통신등 사회간접시설의
건설이 본격화 되었을때 편승해 보자는 실리론이다.

당연히 기업으로서는 노릴만한 대목이다.

특히 미.일 정부원조자금은 각기 자기네 기업에 우선하겠지만 미국기업인은
북한에 서투르고 국제금융기관원조자금은 경쟁입찰이니까 우리기업인들은
편승해볼만한 것이 사실이다.

또 이때쯤엔 한국의 통일비용지출도 본격화되어 기업인들은 이에 편승할
만하다.

둘째의 경우는 몇몇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미 그런 작태를 부렸지만 장사
보다는 우리정부,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민의 세금을 타먹으려는 나쁜의도
이다.

북한과의 경제거래에서 이익을 납기려 하기보다 북한과의 경제 거래를
명목으로 가장 안전한 장사, 정부상대로 국민세금을 뺏어가는 행위이다.

중동 아프리카 소련과의 거래에서 이런 짓을 보았다.

통일, 북한원조하면 정치적으로 다루려 하거나 동정이 앞서는 국민정서속
에서는 특히 이런 우려가 크다.

북한투자에서 시행착오를 두려워 말라거나 민간의 대북투자규제말아야
한다는 주장들이나, 심지어 미.일.유럽의 대북투자에 뒤져서는 안된다는
낭설이나, 대북투자로 NAFTA나 EU나 ASEAN경제권에 대항하는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환상들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

그뒤에는 통일을 명분으로 북한거래 그자체보다 통일기금 빼먹는 정치특혜
를 노리는 경우가 있다.

대규모 투자는 커녕 무역만 활성화되고 사회간접시설투자만 시작되어도
북한은 수입대금결제가 더 어려워진다.

서방측 원조자금이 들어가기 까지 한국의 대북수출대금을 결제할 북한의
수출품이 모자라기 때문에 결국 대북무역규모자체는 우리 스스로 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투자러시가 일어날수 없는 이유는 북한의 수출자원 결제외환의 한계
때문이다.

북한주재 우리기술자나 상사원들의 신변안전문제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브라운상무장관을 따라 중국을 방문했던 크라이슬러사장이 큰
곤욕을 치렀었다.

중국합작공장에서 고용원 한사람이 크리스천이라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
되었고 이를 미국언론이 맹렬히 비판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아마 이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북한에는 민간기업이 없다.

기업인은 없고 기업운영은 정부의 관리나 공산당간부가 하는 것이다.

공산권과의 거래에서 꼭 부패가 따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고 우리측도
부패거래에는 능한 기업들이 판을 칠수 있다.

관리나 당간부를 상대로 남쪽기업인들의 경쟁적인 부패추태가 없기를
바란다.

우리 경제단체들이 대북거래에서만은 진정으로 자율적 조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율조정이나 말속에는 민간단체스스로 대북거래 행동규칙을 만들고 이를
어겼을 때 스스로 회원을 제재한다는 의지가 들어 있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대북거래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통일기금에서 보상하려는
발상은 처음부터 버리고 초기에 국익을 해치는 과당경쟁이나 대북거래는
엄정히 다스려야 예상되는 불행한 사건들을 막을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