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 >


아침 출근길. 그토록 풍성하던 단풍잎들이 밤새 낙엽으로 변해 있다.

찬 기운이 문득 코끝으로 스며든다.

길가의 은행나무는 스치는 바람에도 놀라 우수수 노란 잎새들을 떨구고
있다.

가을은 이제 겨울을 향하여 서서히 조락하고 있다.

사람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습을 잘 표현할수 있을까?

누구든지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을 성 싶다.

나이가 더 들수록 가식과 아집만 늘어나 오히려 자신을 헝클어지게 만든다.

불교에서는 갓태어난 사람의 마음은 티끌 한점없는 거울과 같은데 세월이
갈수록 세속의 때가 묻어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자기자신을 왜곡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현세에서 거울(마음)에 끼여있는 먼지와 때를 열심히 닦아 본래의
자기로 돌아올수 있어야만 내세에 해탈할수 있다고 하였다.

세상은 삭막하고 세태는 메마르고 있다.

거짓이 정직보다, 불법이 준법보다 판치는 굴절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자문해 보자.

"잘 살기"위해 "올바로 살기"를 도외시하였고 바른 길보다 지름길을 과정
보다 결과를, 정신보다 물질(돈)에 더 탐닉하지 않았는지 되씹어 볼 일이다.

경제발전과 부의 축적을 위한 과정에서 빚어지고 있는 당연한 업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흠모해 왔던 선조들의 "안빈낙도"의 정신은 빛바랜 풍경화처럼
그저 한쪽 귀퉁이에 간신히 걸려 있을뿐이다.

이 가을과 겨울사이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우리는 잃는 것과 얻은 것과의
비중을 다시금 따져보고 진정 무엇이 인생에 있어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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