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조각가 한용진씨(60)는 장인처럼 작업한다.

돌을 고르는 기초작업부터 다듬는 마무리작업까지 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모두 혼자 처리한다.

돌과 함께 대화하고,호흡하는 직접적인 행위가 이뤄져야 혼이 담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에서다.

8~18일 서울사간동 갤러리현대(734-8215)에서 열리고 있는 "한용진의 돌"
전에는 작가의 이같은 고집의 결정체가 선보이고 있다.

"돌과 함께 작업하노라면 새로운 묘미가 솟아납니다. 돌의 본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제이야기를 곁들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지요"

한씨는 서울대조소과출신으로 64년 도미, 돌에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는
추상작업을 해온 작가.

89년 프랑스파리에서 백남준씨와 함께 2인전을 가졌으며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뉴저지주의 버겐미술관, 덴마크의 허닝미술관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출품작은 화강암을 재료로 한 "서있는 돌" "둥근 돌"시리즈 13점.

갓 캐온 돌의 자연스런 형태를 살려내면서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소박하고 부드러운 한국적 분위기와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딸때 몇개는 까치밥으로 남겨
놓지요. 그처럼 인간과 자연의 교감부분을 표현해 봤습니다. 바쁜 생활
때문에 잃어버리고 있는 감성을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한씨는 "삶이 아무리 고단하고 정신없어도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는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돌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할일은 다한다"고
강조한다.

"돌덩어리는 보는 사람에게 수많은 상상을 하게 할 정도로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한씨는 "이번 출품작은 추상조각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연과 삶의 모습을 담은 구상적인 형태라고 볼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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