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열기로 미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이상한건 이렇다할 이슈가 없다.

예년의 선거같으면 경제문제가 도마위에 올라 난도질 당할만도 한데 어째
조용하기만 하다.

아무리 클린턴의 인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지만 경제에서 만큼은 야당인
공화당도 입을 다문다.

불과 2년전의 대통령선거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그때는 경제가 최대의 논쟁거리였다.

클린턴의 당선도 부시의 경제실책을 물고 늘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제대통령은 자임한 클린턴이 취임하고서 미국경제는 실제로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으며, 이제는 오히려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
를 걱정할 정도이다.

경기선행지수, 실업률등 나오는 통계치마다 장미빛 일색이다.

계속되는 금리인상에도 증권시장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금은 신문 어느한 구석에도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말은 찾아볼수가
없다.

미국기업에서 배울것이 없다고 큰소리 치던 일본도 이제는 마음을
바꾸었다.

미국식 경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규모축소(DOWNSIZING), 리스트럭처링 성과급제도등을 눈여겨 배우고 있다.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이같은 경제회복을 부추겼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정부는 여러성격의 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 산업별 경쟁력을
수시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꾸준히 보완해 왔다.

회의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거나 그렇지 않을땐 해당 경제수석보좌관들이
관련위원회에 나와 머리를 짜낸다.

중앙정보국(CIA)이 산업정보를 제공하고,대사관이 자국기업의 현지진출에
발벗고 나섰다.

적자투성이 "미국주식회사"를 흑자로 바꾸기 위해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
은행가 기업인 모두가 일어선 느낌이다.

이들은 마치 대통령을 지휘자로 호흡을 잘 맞춰가는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한다.

행정부의 무역협상이 실패하면 국회가 보복입법으로 으름장을 놓는다.

최근들어서는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보조금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UR협정엔 보조금의 범위와 기준이 강회되어 있으나 미국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가간 경쟁의 결정적 요소인 기술분야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게 그
목적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신봉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예산
으로 개인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을 금기로 여겨왔다.

기술개발이나 경쟁력강화는 개인기업들의 몫으로 돌렸다.

정부가 민간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 오히려 창의성이 없어지고 생산성
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믿어온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엎고 클린턴정부는 과감한 정책을 채택했다.

백악관은 연초 일본에 뒤떨어진 컴퓨터용 평판 스크린제조분야에 10억달러
지원을 승인했다.

랩탑 컴퓨터와 군사장비에 사용되는 평판 스크린은 일본의 대형 회사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해 왔다.

미국은 겨우 몇몇 중소업체만이 세계시장의 3%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 지원계획이 나오자 모토로라 제록스등 대기업들이 평판 스크린제조에
참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행정부는 또 지난해 확정한 기술재투자전략(TRP)에 따라 올해는 6억달러
의 예산으로 고밀도 데이터 저장시스템, 고품위 시스템, 환경센서, 저가의
전기포장기술등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재투자전략은 상업용및 군수용으로 적합한 기술개발을 위해 개인은
물론 기업 그룹 조직에 자금을 직접 지원해 줄수 있는 조치이다.

상무성은 정부지원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 <>유전자 분석기술 <>건재용
복합재료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개발및 전자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보기술등 5개분야를 지정했다.

5년동안에 걸쳐 7억4천5백만달러가 지원되는데 해당기업이 개발계획을
세우면 연방정부가 개발비의 50%까지를 지원한다.

에너지부도 올 2천5백만달러의 예산으로 아모코, AT&T, 보잉등 17개사에
슈퍼컴퓨터용 소프트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해사기술청 역시 조선업계가 상용화 할수 있는 기술개발을 돕기 위해
3천만달러를 우선 책정했다.

이 자금은 이중선복 유조선, 컨테이너선, 유람선, 벌크선및 고속페리의
설계등에 지원된다.

해사기술청은 냉전종식과 함께 조선업계가 쇠퇴할 것을 우려, 조선소들이
종전의 군수용에서 민수용으로 전환할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새로 발족된 정부기관이다.

이처럼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정부기관을 새로 만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정부의 의지는 곧 민간기업에 스며들어 제품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현재 자동차 컴퓨터 반도체 철강등 산업전반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미국에겐 10년 내내 앓고 있는 숙환이 있다.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도 재정적자는 적자폭이 줄어들고 있으나 무역적자는 달러약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없다.

어쨌든 미국의 경기는 일본 독일등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상승세가 계속되고
이 상승세는 96년 대통령 선거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