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가 가구화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피아노 생산업체들은 피아노의 품질향상에만 치중해왔다.

주로 검은색 또는 흰색의 피아노를 만들었다.

이에 비해 가구는 여러가지 색채와 디자인의 개발을 계속해 왔다.

결국 각가정에서 검은색피아노가 거실의 가구나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자
어린이방 교육용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러나 요즘 피아노를 인테리어와 어울리게 거실로 끌어내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삼익악기(회장 이석재)가 개발해낸 아르떼피아노가 바로 그러한 가구(?)
이다.

아르떼피아노는 피아노의 기능을 충분히 가졌으면서도 가구의 역할까지
겸하는 셈이다.

피아노의 색깔부터가 파랑 초록 쑥색 분홍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피아노의 상판에 가구와 잘 어울릴 수 있게
미로풍 또는 피카소풍의 그림을 상감기법으로 조각해 넣은 것이다.

피아노의 가구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이석재삼익악기회장은 "피아노를
인테리어가구화하는 동시에 앞으로 계열가구회사인 SI가구와 상호협력을
통해 피아노와 일반가구가 앙상블을 이룰수 있는 상품을 개발, 곧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이 제품이 시판되면 가구와 피아노가 색상및 디자인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아 실내 배치에 어려움을 겪던 일은 없어질 전망이다.

신세대 신감각의 소비층을 겨냥한다는 이 패션피아노는 지난 9월부터
본격 출하됐는데 예상외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수요에 자신을 얻은 삼익측은 이를 수출전선에 내놓기로 했다.

피아노를 보다 높은 차원의 인테리어제품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인 자코네의 작품을 도입, 자코네시리즈를 적어도 10여종이상
개발해 출하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삼익은 기존 피아노제품도 가구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 원목빛깔의 오크색 피아노와 티크색 피아노도 상판에 나무조각을
부착해 인테리어성을 돋우고 있다.

피아노의 앞다리도 직선형에서 곡선형으로 바꾸었으며 다리에도 각종
조각을 새기고 있다.

아무튼 피아노가 소리를 내는 악기에서 인테리어가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이 제품이 악기인지 가구인지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때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 삼익악기는 SI가구가 생산하는 가구에 피아노를 장착시킨 피아노가구
를 만드는 것도 검토중이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