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 중앙대 부총장/경제학회 회장 >

새로운 WTO체제는 무역분쟁처리법원을 설치함으로써 종래의 관세무역일반
협정(GATT)체제가 갖지 못한 국가간 무역분쟁에 대한 강력한 판결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세계경제는 우루과이라운드타결에 따라 이제는 종래와는 달리 환경
문제와 노동문제, 기술문제와 경쟁문제 등을 무역과 연계시키려는 소위
새로운 다자간 협의(New Round)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어 포스트우루과이
라운드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세계경제의 새로운 환경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는
불가피하게 국제화를 추진하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그 국제화는 국민경제의 운용과 정책을 국제화하는것뿐만 아니라 의식과
문화의 국제화를 이룩하는 보다 고차원의 글로벌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자국의 특산품을 수출하고 외국의 특산품을 수입하는 단순무역이나 외국의
원료만을 수입하여 자국의 노동과 자본, 기술로 가공하여 수출하는 가공
무역시대는 지나갔다.

외국에서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자국노동력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제화시대에서 이제는 더 나아가 자국의 자본과 기술 자체를 수출하여
외국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생산판매의 현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일찍이 세계도처에 다국적기업을 가지고 제조생산의 25%정도를
외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글로벌화를 이룩하였다.

일본도 최근 계속되고 있는 엔화가치의 수직상승으로 말미암아 제조업의
해외탈출이 속출하여 전체 생산액의 12%이상을 외국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역시 국내경제의 국제화와 현지화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WTO의
출범과 동시에 뉴라운드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생존전략의 차원에서
국제화를 추진하고 국내산업구조를 조정하는등 보다 적극적인 국제경쟁력
강화전략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제1생산요소와 제2생산요소를 결합시킨 종합생산성의 향상전략과
뉴라운드 대응전략, 요소비용최적화전략등의 삼위일체전략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세계경제의 환경변화가 우리에게 큰 시련임에는 틀림없지만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는 시장개방의 충격을 슬기롭게 극복할수도 있다.

그 노력은 무엇보다도 우리산업과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국력을
키우는 것으로 출발해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이 높아진다면 자유무역
이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정책방향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종합적인 국제경쟁력강화
전략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하며, 이는 곧 보다 값싼 비용으로 보다
질좋은 상품을 만들어 낼수 있는 요소비용최적화전략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

흔히 우리는 요소비용을 토지 노동 자본등 제1의 생산요소의 비용인 지대
임금 이자등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경제가 국제화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제2의 생산요소인
기술 지식 정보등에 대한 새로운 제2의 요소비용을 추가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70년대 규모경제에 의한 소품종대량생산체제에서 80년대에는
범위경제에 의한 다품종소량생산체제로 변했으며 다시 90년대에는 융합경제
에 의한 변이품종변이생산체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전통적인 제1의 생산요소(유형자산)에 현대적인 제2의
생산요소(무형자산)를 융합시켜 종합적인 최적요소비용으로 가변적인
품종을 만들수 있는 생산체제를 확립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70년대의 석유파동과 80년대의 환율변동, 그리고 90년대의
신자유무역주의라고 하는 세계경제의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우리의 요소비용최적화전략도
단순히 토지임대료와 임금 금리만의 요소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지식 정보등의 제2생산요소에 대한 제2의 요소비용을 최적화할수
있는 신경제전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결국 국제경쟁력강화전략은 먼저 제1,제2요소비용의 실태를 철저히 분석함
으로써 우리의 요소비용이 경쟁상대국과 비교하여 어느 수준에 와있는가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지 노동 자본과 기술 정보 지식등의 종합생산성
(total productivity)을 동시에 높임으로써 제1,제2의 요소비용을 최적화
하여 우리의 국가생존력과 국제공헌능력을 강화하는데 기본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국제경쟁력의 기본적인 요인인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비용
으로서는 임금 금리 물류비 환율 공장용지가격 수출단가 물가등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경쟁상대국에 비해 모두 불리한 실정이다.

그리고 품질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비가격요소로서는 경제활동인구 노사
관계등 노동력과 숙련노동력 제품불량률등 생산성, 연구개발투자 특허출원
건수 기술혁신 제품품질등 기술력과 공공투자 정부정책의 효율성 투명성등
정부요소등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경쟁상대국에 비해 모두 불리한 형편이다.

따라서 국제경쟁력강화전략은 전국적인 기술혁신운동으로 산업의 기술화
정보화 지식화를 이룩하고 종합생산성전략으로 제1,제2의 생산요소비용을
절감시키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서는 종래의 소극적인 품질관리운동을 적극적인
품질경영운동으로 승화시키고 종래의 안이한 기술도입차원에서 이제는
기술개발과 기술관리를 강화하여 단순조립생산에서 기술가공생산으로
그 생산체제를 바꾸며 특히 전국민이 무결점운동(zero defect, ZD)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